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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 머더 클럽
로버트 소로굿 지음, 김마림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10월
평점 :
20대 초반에 한창 각국의 추리소설들만 찾아 읽던 때가 있었다. 속도감 있는 전개와 나름대로 짱구를 굴려본 내 뒤통수를 불시에 후려갈기는 반전미 덕분이었다. 너무 많이 읽어서 제대로 된 반전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고 생각이 될 즈음 추리소설에서 다른 분야로 넘어갔고, 꽤 오랫동안 추리소설을 멀리했다. 다른 이유는 아니고 온전히 집중해서 읽어야 하는 추리소설이, 시간은 없는데 해야 할 것은 많은 것 같은 내게 너무 사치스럽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번에 리뷰어스 클럽에서 <말로 머더 클럽>이라는 추리소설의 서평단에 당첨되면서 합법적으로(?) 추리소설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두툼하지만 아담한 크기의 추리소설이 딱 정석다워서 마음에 쏙 들었다. 하지만 솔직한 말로 중반부까지는 주인공인 주디스 할머니와 수지 아줌마가 너무 비호감이라 정이 가지 않았다. 초중반부에 묘사되는 그녀들은 BBC 현대극 드라마에 나오는 돈과 시간은 많지만 사람과 사랑이 없어서 오지랖이 넘치는 이웃 할머니1과 이웃 아줌마2의 전형적인 모습이라 눈살이 찌풀어졌다. 하지만 드라마 속 이웃 할머니1과 이웃 아줌마2처럼 마냥 미워할 수만은 없는 의리와 개성 덕분에 끝까지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덤으로 오랜만에 얻어맞은 뒤통수가 제법 얼떨떨하기도 했고.
영국에는 이미 2권의 시리즈물이 더 나왔고 2025년에는 거기에 1권이 더 더해질 예정이라고 하니 조만간 다음 시리즈도 한국에서 출판되겠다 싶어 은근히 기뻤다. 이 책을 늘 주인공의 주변에서 주인공의 추리에 단서를 더해주는 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이웃 할머니1과 이웃 아줌마2가 주인공인 추리소설이 궁금한 분들에게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