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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일로 살아가는 일
오수영 지음 / 고어라운드 / 2024년 7월
평점 :
이 책은 낭만 그 자체다. 일단 제목. '사랑하는 일로 살아가는 일'이라니... 아무리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지만 '사랑하는 일'로 먹고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최소한 7, 8할의 사람들은 먹고살기 위해 해야 하는 일을 하루하루 쳐내며 언젠가 자신이 사랑하는 일로 밥벌이를 할 달콤한 상상을 하며 버티고 있지 않을까? 혹은 사랑하는 일로 밥벌이를 할 자신은 없어 부업이나 취미생활 정도로 즐기면서? 그리고 저자가 직접 찍었다는 사진으로 만든 표지. 내가 가장 자유로우면서 외로웠던 독일 교환학생 시절에 기차 안에서 일상처럼 내다보았던 그 풍경을 떠올리게 하니 적어도 나에게는 이조차도 낭만 그 자체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이 책 속에 담긴 글들은 저자가 이메일 구독 서비스로 제공했던 글들을 모아 엮은 것들이다. 매주 담담하면서도 서정적인 문체로 구독자들에게 전달되었을 원문을 떠올리자면 그 또한 낭만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용도 낭만이냐고 묻는다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사랑하는 일과 생업, 그 어느 쪽도 포기할 수 없어서 어떻게든 십여 년의 시간 동안 아등바등이고 지고 살아가던 한 청년이 번아웃에 걸렸다는 내용이다. 베테랑 남자 승무원이자 저서를 몇 권이나 출판한 작가라는, 남들이 보기에 그럴싸해 보이는 타이틀과 함께 하는 가끔 버겁지만 만족스러운 나날들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그 나날이 청년의 숨통을 틀어막아 버렸다. 제대로 살기 위해서 청년은 휴직을 선택하고 그동안 뒷전으로 밀렸던 스스로를 돌보는 시간을, 사랑하는 일에 온전히 올인하는 시간을 갖기로 한다.
모든 사람이 저자처럼 살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늘 가슴 한편에 사직서를 품고 살면서도 지금 하는 일 외에 몰입할 일을 찾지 못했거나 생업으로 삼을 자신이 없어 방황하는 사람들이 한 번씩 읽는다면, 답답한 마음을 다독이며 생업과 일상에 뒷전이 된 스스로를 돌아보기에 좋은 기회가 되어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