맺힌 말들 - 각자의 역사를 거쳐 가슴에 콕 박힌 서툴지만 마땅한 마음의 낱말들
박혜연 지음 / 아몬드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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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학기는 유독 사람 때문에 너무나 힘들었다. 심지어 악의마저 느껴지는 사람들과의 피할 수 없는 관계 속에서 어떻게 반응하면 좋을지 알지 못해서 답답하고 속상한 시간이 더 길었던 탓에 내 자신이 밉기도 했다. 음. 이렇게 써 놓고 보니 이번 학기에 유독 힘들었던 건 내가 내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잊어버렸기 때문이구나 싶기도 하다. 정말 힘들게 찾아낸 방법이었는데 이렇게 쉽게 잊어버리다니 얼른 다시 찾아내서 습관화를 해야겠다.


 상처 받은 내 마음을 달래기 위해 이번 겨울에는 심리학에 관한 책을 많이 읽으려고 마음을 먹은 찰나 이 책을 발견했다. 마침내 손에 넣은 이 책의 실물은 딱 손바닥 사이즈에, 새끼 손가락 한마디 정도의 두께라 마음에 부담도 없었다. 책을 읽기 위해 표지를 들추자마자 보이는 저자의 손글씨.


 기꺼이, 적극적으로, 행복하시길


 특별할 게 없는 말인데 어쩐지 마음이 찡해져서 한참을 그 손글씨만 쳐다봤다. 아직 목차도 구경 못한 이 책이 벌써부터 좋아졌다. 읽다 보니 쌩뚱맞게 쓰인 글귀가 아니라 어느 내담자와 상담을 할 때 저자가 마음 속으로 빌었던 기도였다는 걸 알게 되었다. 에피소드의 끝에 쓰여진 똑같은 글귀를 한번 더 꼭꼭 씹듯이 읽었다.


 책 속에 담긴 단어들과 저자의 주관적인 해석, 그리고 관련된 에피소드들은 어느 하나 새로운 것이 없었다. 꼭꼭 씹듯이 읽어 내리는 내내 '그렇지, 그게 맞지. 그럼, 그럼.' 하는 동감의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거리며 읽었다. 하지만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 것보다도 더 뿌듯하게 마음이 차올랐다.


 글에서 느껴지는 다정하고 조심스러운 저자의 태도에 한 학기 내내 이 사람에게 치이고 저 사람에게 치이며 겨우 사랑하게 된 내 자신의 올바름과 정당함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하느라 아팠던 내 마음에 비로소 딱지가 생기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책장을 덮자마자 이 책을 소중한 사람에게도 꼭 읽어보라고 선물하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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