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없으면 인생도 사막이다 - 풀꽃 시인 나태주의 다정한 연서
나태주 지음 / 열림원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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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알고 있는 나태주 시인의 시는 '풀꽃'이 유일했다. 그가 그려내는 풀꽃의 수수함이 고스란히 묻어 나는 그 수수한 시를 정말 좋아했다. 그 담백한 맛이 참 좋았지만 딱히 시를 찾아 읽는 편이 아니라서 더 찾아 읽는 수고를 굳이 더하지는 않았었다. 그러다 유퀴즈 출현 분을 뒤늦게 보게 되었고 '찾아볼까?' 하고 생각하던 찰나 그의 새로운 시집이 출간되며 서평단을 모집한다는 정보를 접하게 되었다. '네가 없으면 인생도 사막이다' 라는 말하는 사람은 너무나 당연한 말이라 덤덤하게 나올 소리지만 듣는 사람에게는 너무나 간지러운 말이라 어쩔 줄 몰라하게 될 것 같은 제목의 시집이었다.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본 시집은 아담한 손바닥 사이즈였고, 이른 아침 간밤에 내린 눈으로 새하얘진 길을 강아지를 앞세워 산책에 나선 여자아이가 그러진 다정한 일러스트가 그려진 표지가 인상 깊은 그런 책이었다. 앞날개에 있는 시인의 이력을 먼저 살펴보고 뒷날개에 있는 시인의 다른 저서들에 대한 정보를 보고 나서야 뭔가 이상하다 싶어 표지를 벗겨보았다가 표지 속 그림의 포스터가 잘 접혀져 있다는 걸 깨달았다. 올 겨울 내 방 벽은 이 포스터로 장식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곱게 잘 모셔두고 시집을 읽기 시작했다.


 목차를 스윽 훑다 보니 '아, 이번에 시인이 사막에 다녀왔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리고 과연 7박 8일간의 사막 여행 동안 써 내린 작품들이었다. 그런 정보가 있기 때문인지 더더욱 시가 잘 이해가 되었고, 간결한 문장을 읽을 때마다 어떤 상황이었을지 쉽게 머릿속에 그려져서 어쩐지 나도 함께 그 사막을 횡단하는 기분이 들었다. 엉덩이 밑으로는 홀쭉하게 마른 낙타의 지친 걸음이 느껴지는 것 같았고, 책장을 넘기는 손가락 사이사이로 밀가루처럼 고운 입자의 모래가 사르르 흩어져 내리는 것 같았다.


 많은 시들이 너무나 좋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시집의 제목이기도 한 '네가 없으면 인생도 사막이다'와 '버킷리스트' 라는 시였다. 둘 다 아내에 대한 사랑이 잘 묻어 나는 시였는데, 전자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덤덤한 화자와 부끄러운 청자의 느낌이 물씬 느껴졌고 후자는 덤덤하고 일상적인 사랑이 묻어 나는, 공감이 절로 되는 내용과 형식의 시였다. 


 너무 공감이 되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쉽사리 말을 남기기가 쑥스러워 말을 아끼게 되는, 가슴이 따뜻해지는 시집이었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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