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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와이프
JP 덜레이니 지음, 강경이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8월
평점 :
절판
<부부의 세계>의 영향인가? 요즘 들어 부쩍 '부부 관계'를 연상하게 되는 제목의 스릴러 소설을 많이 접하게 되는 것 같은 것은 그저 나의 착각? 읽어볼까 말까 고민하다가 시놉시스 확인이나 해보자 하고 쓱 훑어본 뒤 자연스럽게 서평단 신청서를 제출했다.
"5년 전에 사고로 죽은 아내를 현대 과학의 힘을 빌려 기계의 몸에 되살려냈다고 하는데 이걸 어떻게 안 읽을 수가 있겠어?"
소재가 소재이니 만큼 약간 영화 <A.I.>같은 느낌이 날 줄 알았다. 그런데 웬 걸? 시작부터 이 남편 팀이 영 수상쩍다. '친구'에게서 온 경고성 SMS와 책 표지 아래 숨겨진 방전된 아이패드로 시작된 불길한 의혹은 잊어버린 아이패드의 비밀번호를 풀기 위해 찾아간 상점에서 대폭 증폭된다. 이미 5년 전에 죽은 사람의 외모와 기억을 본떠 만든 기계로 '환생'한 것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왜냐하면 5년 전에 그녀는 그녀의 남편에게 살해 당했고 그 시체가 아직도 발견되지 않은 채이기 때문이다.
사실 난 '성공한 CEO 남편에 의한 아내 살인 및 시체 유기 사건'이 불쑥 튀어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남편 팀에 대해 조금 쎄한 느낌이 있기는 했지만 이 이야기가 이렇게 진행이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도 않았다. 내 생각은 사이보그를 만들어내는 기술과 그 기술을 통해 만들어진 사이보그가 그 바탕 자료가 된 고인과 동일하다고 볼 수 있는가에 머물러 있었다. 그런 식의 생각을 하게 만드는 구절이 초반부에 제법 나와있었다.
일단 '코봇cobot'이라는 존재의 원리가 그러했다. 코봇의 메모리 데이터는 고인의 살아 생전 사고방식과 행동패턴 중 살아남은 사람의 임의적 선택에 의해 선정된 자료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나마도 '전원'이 켜지자마자 한 번에 떠올라 "맞아, 나는 그런 사람이었지!"가 되는 게 아니라 무언가에 의해 특정 지점이 자극을 받으면 데이터가 업로드(또는 자율 학습)되어 "맞아? 내가 그런 사람이었어?"가 된다는 점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코봇의 존재 의의(사랑하는 사람과 사별한 이들에게 사랑하는 사람을 돌려주어 위로와 위안을 제공하는 것)에는 걸맞은 방식이기는 하다. 하지만 그렇게 살아남은 사람의 왜곡된 기억과 취향에 맞게 재형성된 인격을 고인과 동일시 하는 게 올바른 일일까?
또 팀의 오랜 동업자인 마이크의 말("당신은 문명의 발전을 위한 기술이 아니라 문명의 종말을 위한 기술의 결정체에요")처럼 사별한 이를 되돌려준다는 것은 살아남은 이를 과거의 추억 속에 던져 놓고 산송장으로 만들겠다는 소리와 다를 바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방식으로든 상실의 고통을 소화하고 새로운 인연을 만나는 발전의 기회를 빼앗는 게 아닐까 하는.
이건 좀 결이 같은 듯 다른 궁금증인데... 팀이 한 말 중에 "AI의 A는 더 이상 '인공적인artificial'을 뜻하지 않는다. '자율적인autonomous'를 뜻한다."라는 게 있었다.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작용하는 건지는 모르지만 어떠한 자극에 의해 애비의 머릿속에서 기억과 개념이 활성화되는 건 시스템의 자율성 덕분이라는 소리인데... 그럼 사이보그들도 와이파이 사용이 가능하다는 얘기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