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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더트
제닌 커민스 지음, 노진선 옮김 / 쌤앤파커스 / 2021년 2월
평점 :
절판

최근에 빈곤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아프리카의 가난과 난민 쪽으로 관심이 쏠리면서 난민에 관련된 책을 연달아 읽었다. 아프리카 난민이 유럽으로 넘어가는 여정에 대해 다룬 소설 <난민87>, 그 이전부터 '난민'하면 바로 연상 되던 동유럽 난민에 대해 다룬 논픽션 <국제 난민 이야기>, 미얀마의 로힝야족에 대해 다룬 사진집 <로힝야 난민의 이야기>까지... 조금 더 찾아보고 싶어도 현재 내가 애용하고 있는 밀리의 서재에 등록된 난민 관련 도서가 더는 없어서 이리저리 알아보던 도중 이 책을 알게 되었다. 멕시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 사이에 장벽을 세워 난민을 차단하겠다고 말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정말로 그 일을 실행해서 한참 시끌벅적했던 그 곳. 그 곳의 난민들에 대해 다룬 소설이라니. 혹시라도 놓칠 새라 얼른 신청을 했고 다행스럽게도 나에게 기회가 왔다.
주인공인 리디아와 루카가 살고 있던 곳은 멕시코 남서부 태평양 연안에 자리한 아카풀코라는 도시로 관광지로 유명한 곳이었다. 수시로 오가는 유람선 관광객들 덕에 부유하고 평화로운 안전 지대. 그런데 그 곳에 로스 하르디네로스라는 새로운 카르텔과 라 레추사(보스)가 세력을 확장하며 상황이 달라졌다. 특히 카르텔 전문 저널리스트를 남편으로 둔 리디아에게 상황은 도화선에 불붙은 다이너마이트처럼 급격하고 위협적으로 바뀌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 리디아의 대녀이자 조카인 제니페르의 열다섯 살 생일을 축하하는 성인식 날, 로스 하르디네로스의 시카리오(조직원, 암살자)가 쳐들어와 두 사람을 제외한 모두의 목숨을 앗아갔다. 공권력은 유명무실해진 지 오래인지라 리디아는 망설임 없이 루카를 데리고 그 길로 바로 피난길에 오른다. 자기 자신보다도 자신의 하나 뿐인 아들을 위해 소문자자한 난민 열차에 뛰어들어 엘 노르테로 향하는 쉽지 않은 여정을 이어간다.
읽는 내내 어떻게 저렇게 악독한 사람과 착한 사람이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는 거지? 라는 생각을 참 많이 했다. 단 한번도 자신에게 해를 입힌 적이 없는 상대를, 자기 자신만의 욕구 충족을 위해서 괴롭히고 해치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디가 어떻게 된 사람인 거지? 어떻게 그런 사람들로 넘쳐 나는 나라가 아직도 무너지지 않고 버티고 있을 수 있는 거지? 라는 생각으로 가슴이 참 답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