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가난이 온다 - 뒤에 남겨진 / 우리들을 위한 / 철학 수업
김만권 지음 / 혜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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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제목의 '새로운 가난'이 뜻하는 것은 '밀레니얼 세대(1981~1996년생)'일 거라고 생각했다. 이 책을 접하기 전에 귀동냥으로 '밀레니얼 - 인류 최초로 부모 세대보다도 가난한 자녀 세대가 도래했다'는 말을 들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니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포괄적이고 미래적이었으며 철학적이고 절망적이었다. 읽는 내내 '난 왜 미처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와 '이거야말로 진정한 지구종말, 인류멸망 아니야?'같은 깨달음과 고뇌로 울적했다. 물론 저자는 그런 지구종말론적인 관점에서 이 책을 저술한 게 절대 아니다.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정신 바짝 차리고 생각의 대전환을 이루어야 한다고, 그러면 극복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내비추고 있다.



 일단 책의 초반에는 제 4차 산업 혁명의 주역인 AI와 로봇을 언급하며 인간들이 그것들의 필요성과 효율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음과 동시에 위협 또한 느끼고 있다는 것을 반복해서 언급하고 있다. 그러면서 불쑥 묻는다. 도대체 우리는 왜 AI와 로봇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인가? 물론 저자는 이미 그 답을 알고 있다. 왜냐면 그것들이 인간들의 일자리를, 생계 수단을 빼앗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거기서 더 나아가 유명한 SF영화 <아이, 로봇>의 AI와 로봇들처럼 인간들을 지배하려 들 것이기 때문이다. 편의를 위해 만들어낸 인간보다 뛰어난 존재들의 반란으로 지배자에서 피지배자로 전락할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거야말로 전형적인 지배-피지배에 만성이된 인간들의 '사서 걱정'일 뿐이다. AI와 로봇은 인간의 필요에 의해 인간을 위해 인간이 만들어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점점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고, 점점 인간친화적인 모양새를 갖춰가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만약 언젠가 AI와 로봇이 인간을 지배하는 날이 온다면, 그것을 만들어낸 인간이 '인간을 지배하길 원했'기 때문이다. 0과 1로만 정의하고 판단하는 AI와 로봇이 정히 걱정된다면, 그것을 만들어낸 인간이 '인간과 함께 더불어 살길 원하'면 될 일이다. 

 그러면서 저자는 사실 정말 걱정하고 두려워하는 존재(인간=고용주=자본가=권력가)는 따로 있다고 말하며 왜 우리는 우리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낸 존재들을 두려워하고 증오하는가에 대해 길고도 무거운 이야기를 써놓았다. 읽는 내내 정말 많은 생각의 전환점을 만났는데, 그 첫번째가 바로 인간과 기계의 관계성이었다. 프로그래밍된 참과 거짓이 상충하면 어느 정도 회로를 돌려보다 포기해버리는, 쉽게 말해 FM같은 기계보다 참과 거짓이 상충하면 자기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협을 선택하는 인간이 더 무서운 건데. 결코 프로그래밍을 벗어날 수 없는 기계가 인간에게 해가 되는 무언가를 한다면 그것은 기계회로의 문제가 아니라 그 회로를 만든 인간의 회로가 문제인 것을.

 그런 식으로 중반부터는 그럴 듯한 주장 뒤에 숨겨진 무서운 인간들과 논리들에 대해 설명하며 제목에 언급한 '새로운 가난'이 의미하는 바를 알려주고 있다. 사실 한 번 읽는 것으로는 다 이해가 되지 않아서 조금 쉬었다가 다시 읽어봐야 더 희망적인 리뷰도 나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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