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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리더들을 위한 철학수업 - 불안의 시대, 자기 철학이 있는 자만이 미래를 열 수 있다
케이반 키안 지음, 서나연 옮김 / 힘찬북스(HCbooks) / 2020년 12월
평점 :
하루하루 살아볼수록 제일 이해할 수 없는 존재는 바로 나 자신이었다.
차라리 생면부지의 남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게 나한테는 더 쉬웠다.
어차피 단발성 만남일 뿐인데,
그런 소모적인 만남의 상대에게 부정적인 감정이나마 지속적으로 쏟아 붓는 것이 낭비처럼 여겨져서
'그럴 수도 있지 뭐(이 말은 이 자체로 마법의 주문이다)'하고 어림짐작으로 넘겨버리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말 그대로 24시간 함께 해야 하는 나 자신에게는 그럴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싫어하는 사람과는 단 1초도 함께 있고 싶지 않아 하는 사람이 바로 나인데,
때때로 참을 수 없이 싫어지는 내 자신과는 0.1초도 떨어질 수 없어 너무 괴로웠다.
20대 내내 나의 유일한 바람은 나 자신을 온전히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게 되는 것이었다.
긍정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 책과 영화 등을 많이 접해 보기도 하고,
가까이에 있는 이상적인 사람의 모습을 닮아보려고 노력도 해보고,
나보다 더 살아본 사람들에게 솔직하게 속마음을 털어놓고 조언을 얻으려고도 해보았지만 잘 되지 않았다.
그 때 접했던 게 철학책이었다.
읽을 수록 뭔가 알 것 같기도 한 간질간질함이 잠깐 들기도 했지만 너무 심오한 내용에 두통을 더 자주 느꼈다.
보통의 철학책은 유명한 철학자 한 명, 또는 학파의 계보를 쫓아 가다 보니 내용이 너무 방대하고 심오했다.
그래서 방향을 틀어 특정 주제에 대한 여러 철학자들의 지혜를 모아놓은 자기계발서를 찾아 읽기 시작했다.
이 책 <UNTACT AGE 젊은 리더들을 위한 철학수업:불안의 시대, 자기 철학이 있는 자만이 미래를 열 수 있다>도 그 중 하나다.
출판 시기가 시기이다 보니 현 시점 가장 핫한 키워드인 '언택트(=불안의 시대)'를 넣었지만,
사실 언제는 불안하지 않은 적이 있었나.
그냥 언제든지 자기 안의 확신이 흐트러질 기미가 보일 때마다 열어서 천천히 읽어 보면 되는 내용이다.

사실 이 책의 원제는 <What is water? How young leaders can thrive in an uncertain world>이다.
'물이란 무엇인가'라니. 제목에서 숨김없이 드러나는 철학책 냄새.
으음- 제목을 원제 그대로 썼다면 쉽게 책을 집어들지는 못했을 것 같다.
저자는 책의 첫장에서 연못 속에 사는 늙은 물고기와 젊은 물고기들의 우화를 통해 물이란 무엇인가를 알려준다.
저자가 제목을 통해 독자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물이란 독자들이 매 순간 맞닥뜨리는 주변 환경을 의미힌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자신이 몸 담고 있는 물의 존재를 인식하고, 종류를 파악하여 활용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참고로 물의 종류는 총 세 가지로 세계의 물, 지역의 물, 개인의 물이다.
아는 것이 힘이다 라는 말처럼 자신을 둘러싼 세상의 존재를 알고, 세세하게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다.
자신의 주변에 무엇이 놓여져 있는 지를 알아야 자신이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들이 있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는 걸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저자는 '모든 것이 연결된 채로 불규칙한 방법과 형태로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을 알아차린 뒤,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긴 호흡으로 천천히 알려주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가슴에 와닿는 구절이 너무 많았지만 그 중에서 으뜸은 '결론'장에 있었다.
이 책은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 것에 관한 책이다.
지금 당장 온라인 서점의 자기계발 코너에 들어가면,
인생의 시기별로 해야만 하는 것에 대한 메뉴얼과 노하우 책들이 넘쳐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한 때의 나에게 그런 책들은 삶의 지침서 같았다.
늘 남들과 다른 선택을 하는 내가, 그렇기 때문에 길을 잃고 힘들어 하는 것 같을 때면
그런 책들을 보며 그래도 '이 나이대의 평균'을 쫓아가고 있는 것 같아 안심하곤 했었다.
하지만 '이 나이대의 평균'과 내가 정말 하고 싶어하는 일들 사이의 간격을 깨달을 때마다 다시 괴로워지곤 했다.
자기계발 도서 목록을 쭉 훑어보고 있자면 이 세상에는 이 나이대에 해야만 하는 것들이 너무나 많았다.
그리고 나는 그것들의 절반도 하지 못했고, 사실 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럼 난 뭘 해야 하는 거지? 도대체 난 뭐가 잘못된 존재라 남들이 다 하는 걸 거부하고 있는 거지?
사실 내가 잘못한 건 하나도 없었는데 그런 조바심과 자책감으로 한동안 자기계발 도서를 멀리 하기도 했었다.
어느 정도 내 자신을 찾은 이후에는 그런 자기계발 도서 속 나와는 다른 생각들, 내가 미처 몰랐던 진리들을 깨닫기 위해 또 한동안 자기계발 도서만 읽은 적도 있었다.
어떤 이유에서건 자기계발 도서를 읽고 난 뒷맛이 마냥 달지만은 않았는데
저 구절을 접하고 나자자 처음으로 속이 개운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지, 진정한 '자기'계발이라면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서 거기에 집중하는 거지.
사실 모르고 있던 사실은 아니었는데 주변의 속도에 맞춰 살다 보니 또 깜박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요즘 또 초조했구나, 하는 깨달음이 왔다.
좋은 기회로 이 책을 읽은 덕에 역시 이래서 인생에 철학이 필요한 거구나, 한 번 더 확신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