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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 #02 - 멋진 신세계, 2021.1.2.3
문지혁 외 지음 / 다산북스 / 2021년 1월
평점 :
작년에 이어 올해의 독서 목표는 "좀 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어보는 것"이다.
그래서 목표 달성을 위해 단권의 책뿐 아니라 잡지로 눈을 돌렸다.
"역시 잡지는 정기 구독이 제 맛이지"라는 마음으로
1년 정기구독용 잡지들을 열심히 물색하고 있던 지난 12월에 처음 알게 된 문학잡지 에픽
분기마다 1권씩 나오는 계간지였다.
최근 다양하게 읽어보겠노라고 살펴보던 장르들은 다 비문학이었고,
가끔 머리 식히는 용도로 읽던 장르는 외국 문학이었던지라 한국 문학은 많이 낯선 분야였다.
예전에 비슷한 의도로 문학집을 샀다가 이야기 한 편 다 못 읽고 되팔아버렸던 기억이 떠올라 망설였던 그 잡지를,
출판사에서 진행하는 서평단 모집의 기회로 받아볼 수 있게 되어 새해 첫 달부터 기분이 좋았다.
봄날의 개나리를 연상시키는 샛노란 표지에 느낌있는 일러스트가 들어간 띠지가 둘러진 잡지는
내 생각보다 트렌디하고 두꺼웠다.
단편소설과 작가 인터뷰로만 구성되어 있을 거라고 예상과는 다르게
논픽션, 논픽션과 픽션의 중간 어드매, 그리고 픽션의 세 파트로 구성되어있었다.
일단, 이번 분기 에픽의 주제는 멋진 신세계로,
작년에 내가 읽었던 책들 중에서 내 사고 회로에 많은 영향을 끼쳤던 올더스 헉슬리의 그 작품이었다.
그가 써내려간 디스토피아와는 조금 다른 양상이기는 하지만
21세기 최악의 판데믹에서 비롯된 디스토피아, 뉴노말을 언급하며 자연스럽게 책의 디스토피아를 꺼냈다.
"책의 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말을 수년동안 거의 연 1회 정도는 들었던 것 같다.
실제로 나도 한동안은 책을 멀리하기도 했고...
하지만 난 결국 책으로 돌아와 거의 파묻힌 채 살아가며 비슷한 사람들과 교류하고 있다 보니
"아직도?"라는 느낌이 더 강했다.
각설하고,
파트1 논픽션 부분은 여성 노숙자의 이야기, 밀리터리 덕후의 이야기, 응급실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에세이와 인터뷰 형식으로 담고 있었다.
여성 노숙자에 대한 글을 읽을 때는 "이것만 읽어도 이 잡지를 읽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응급실 노동자들(응급실에 그렇게 많은 직군이 근무하고 있는 줄 처음 알았다)에 대한 글을 읽을 때는
"서평단으로 선정되어서 참 다행이다"고 생각했다.
파트2 논픽션과 픽션의 징검다리 부분은 개인적 경험이나 생각을 곁들인 책 리뷰를 담고 있었고,
파트3 픽션 부분은 단편 소설 5편을 담고 있어 간만에 단편 소설을 좀 읽어 봤다.
위에 너무 편파적으로 적어놔서 다 들통이 났지만,
이번 에픽에서 제일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파트1 논픽션 부분으로 거기에 사람 냄새가 묻어나서 참 좋았다.
그리고 잡지답게 새 파트, 새 작품으로 넘어가는 중간중간에 감성적인 일러스트들이 담겨 있어서
그걸 물끄러미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문학 잡지에 대한 나의 첫 예상대로
문학을 일고는 싶은데 어떤 작품을 읽어야 좋을 지 모르는 사람들이
한국 문학 작품 맛보기로 보면 좋을 것 같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서평입니다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