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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눈 April Snow ㅣ K-픽션 21
손원평 지음, 제이미 챙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8년 4월
평점 :
"기념품 가게에서 일하면서 매일같이 수많은 연인과 부부들을 보곤 해요. 그런데 비밀을 하나 알려줄까요. 그들은 모두 즐거워 보이지만 나는 알 수 있답니다. 그들이 진짜로 행복한지 아닌지, 사랑하는지 아는지를요.""산타클로스가 착한 아인지 나쁜 아인지 한눈에 아는 것처럼 말인가요."
"맞아요. 그리고 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답니다. 당신들은 서로를 정말로 사랑한다는 것을요."
- <4월의 눈> P.46 -
#1. 등기를 받았을 때 안에 든 내용물을 확인해보기도 전에 얇은 두께에 당황했다. 안쪽에 완충제가 붙어있는 등기봉투에서 꺼내고 보니 더 얇고 작았다. 꼭 큼직한 눈꽃이 손바닥에 내려앉은 기분이었다. 본격적으로 읽기 전에 슬쩍 들춰보니 왼쪽 장에는 한국어로, 오른쪽 장에는 영어로 글이 적혀있었다. 이래서 K-fiction series라고 하는 거구나! 고개를 끄덕이며 본격적인 독서를 위해 가방에 챙겨 넣고 집 근처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2. 손에 들어오는 무게감으로 예상했듯이 글은 짧았고 술술 읽혔다. 하지만 안에 든 이야기는 술술 읽히는 듯 하면서도 묵직하고 가벼운 듯 하면서도 무거웠다.
#3. 이야기는 시작은 카페에 마주 앉은 두 남녀가 아주 간단하고 건조한 말로 그들의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결혼 생활에 종지부를 내리는 것으로 시작한다. 시작부터 이혼이라니. 이게 뭐람. 그런데 이혼을 합의하고 집으로 돌아간 두 사람은 한 때 낭만에 젖어 인터넷에 올렸던 "한국식 숙박 제공" 게시글을 기회로 알게 된 마리라는 외국 여자에게 한국식 며칠 간의 숙식을 제공 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투덜거리면서도 두 사람은 마리를 위한 한국식 식단을 제공하기 위해 함께 장을 보러 간다. 그런데 이것 봐라? 이혼 가리고 합의한 지 얼마나 됐다고 이렇게 알콩달콩하담? 이 두 사람 정말 뭐지? 심지어 마리에게 의혹의 눈초리를 받기 싫다는 이유로 합방까지 한다. 등을 마주하고 한 침대에 누운 두 사람은 여전히 달달하기 그지 없는데 어째서 이혼을 결심한 걸까? 이미 한 차례 무례할 정도로 짧은 메일로 일전의 예약을 취소했었던 마리는 어째서 여전히 무례하기 짝이 없는 짧은 메일로 통보를 한 채 두 사람의 집으로 찾아온 걸까? 친절한 듯 불친절한 작가는 두 사람의 사정은 이야기를 통해 알려줬지만 마리의 사정은 끝내 알려주지 않았다. 그저 엉엉 우느라 두 눈이 벌개진 한국 남자의 곁에 앉아서 울음을 참느라 두 눈이 벌개진 그녀의 모습에서 아마 쉽지도 가볍게도 않은 일이 있었으리라 짐작하게 했을 뿐.
#4. 예전에 4월의 눈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저 문학적 낭만이었달까? 하지만 올해도 4월에 흰 눈이 내렸다. 두 사람을 스쳐간 인연도, 마리가 겪었던 알 수 없는 무언가도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싶지만 사실은 언제든 누구에게나 있을 수도 있는 일들이다. 마리가 한숨처럼 남자에게, 자기 자신에게 중얼거린 위로의 말처럼,
"아주 흔한 일이죠. 사실 그런 건, 어디에서나 일어나는 일입니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