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엔자
한상운 지음 / 톨 / 201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종말이 온 것 같은 기분이다. 나는 이미 지옥에 발을 담갔다. 차라리 까맣게 모르던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다. 세상에 정의가 있을까. 오로지 욕망과 무지가 뒤엉켜 배부른 자들만 웃게 한다. 견디자, 언젠가는 나만의 지옥에도 꽃이 피우는 날이 오고 그들만의 천국에 심판의 천사가 강림할 날이 올테지. 심란한 마음을 추스리기 위해 미루었던 책을 읽었다. 주인공인 제훈은 강남 한복판 특급호텔 옥상에 설치된 부대에서 군복무 중이다. 짧게 사귄 여자친구인 영주가 이별편지를 보내서 탈영을 하고 싶을 정도로 심한 고민중이다. 누군가에게 서울 시내 한복판 빌딩 옥상에 부대가 있다는 말을 예전에 얼핏 들었다. 그때 신기하다고만 생각했던 곳이 배경이라니 내심 반가웠다. 화려한 도시에서 어쩌면 더욱 외로울 젊은 그들. 제훈의 처지를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나 솔직히 나는 여자로서 군대에 있는 남자를 기다리는 걸 반대한다. 세상의 풍파가 그리 만만한게 아니라는 걸 아는 나이가 되어인지 20대 초반의 풋사랑의 열정은 어리석어 보이기도 하다. 나도 그때가 있었던 걸 생각하면 조금은 씁쓸하지만 말이다. 책 말미의 파울로의 말처럼 미래는 모르는 일이다. 여자가 기다렸는데 제대한 남자가 군화를 거꾸로 신을 수 있다. 굳게 약속했는데 여자의 마음이 변해 군에 있는 남자가 상처 받을 수도 있다. 서로의 기다림을 끝냈지만 다른 이유로 관계가 시들어가 합의 하에 헤어질 수도 있다. 아니면 둘이 죽을 때까지 연인으로 살 수도 있다. 인생의 어차피 답이 없다. 하지만 조금 더 오래산 내가 보았을 때 군대시절을 보낸 둘이 오래오래 함께했다는 건 희박한 일이다. 우리는 아니라고, 변할 일 없다고 목에 핏대를 세우겠지만 확률로 봤을 때는 어렵다. 그러니 나는 차라리 군대가기전에 헤어지고 둘이 2년을 각자 보낸 다음에도 서로가 못견디게 그립다면 그때 다시 만나는게 현명하다고 조언해주고 싶다. 하지만 피끓는 청춘들이 어디 내말을 들을텐가. 그렇게 상처받고 상처주고 후회하면서 성장하는 거겠지. 뒤돌아서 나처럼 말하는 사람도 나올테다. 어리석음이 반복되는 것, 그것이 인생이고 역사 아닌가.

  나는 가끔 좀비나 늑대인간이 나오는 꿈을 꾼다. 새까만 밤이다. 도시는 그 기능을 잃어 조그마한 전깃불도 들어오지 않는다. 나를 뒤쫓는 흉악하고 거친 숨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겁에 질려서 어디론가 도망가지도 못한다. 싱크대 밑이나 장롱 안처럼 나를 온전히 감쌀 수 있는 밀폐된 공간에 쪼그리고 앉아 눈물만 흘린다. 생이란 무엇이고 삶이란 무엇인가. 두려움만이 전생애를 지배한다면 어떻게 삶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하나. 저들한테 당해 이지를 잊은 채 피에 굶주린 욕망으로 또다른 누군가의 뒤를 쫓느니 차라리 죽어버리자, 다짐한다. 그렇게 내 꿈은 끝난다. 하지만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용기도, 괴물들에게 항거할 배짱도 없는 내가 어떻게 될 지 잘 모르겠다. 지난 2012년 12월 21일에 세상이 멸망한다고 했는데 지구는 아직 잘 살고 있다. 만약 정말 종말이 온다면 당신의 모습은 어떠할까?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도 큰 재미가 되겠다.

  책에서도 여러 군상이 나온다. 오로지 여자친구인 영주 구할 생각만 하는 주인공 제훈, 고문관이었지만 세상이 무너질 때 가진 지식을 잘 활용하는 인호, 딸이 세상을 떠난 후로 되려 종말을 기뻐하게 된 송중사, 좀비한테 상처를 입었지만 아직 정신을 멀쩡해서 사람도 아니고 좀비도 아닌 이상한 상황인 영만. 막다른 상황에서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가가 여실히 드러나는 게 아닌가 싶다. 모든 정신을 영주를 구하기에 쏟는 제훈이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영주 집에 전화활 시간은 있고 가족들은 까맣게 잊고 있으면 어떡하나 싶다. 또한 진욱이 사지에 몰린 후 영주와 자고 싶어며 한번만 하자고 조르는 모양도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덧붙여 나중에 영주와 맞닥드린 제훈이 그와 진욱이 잤는지 안잤는지에 연연하는 그 감정선도 잘 이해되지 않는다. 사람이 궁지에 몰렸을 때, 인간의 바닥을 묘사한 듯 한데 가슴에 잘 와닿지 않다. 차라리 이게 어떨까. 진욱은 영주에게 매력을 느꼈지만 친구 생각에 갈팡질팡한다. 만나고 싶다가도 안된다고 타이른다. 그때 영주한테 제훈하고 헤어졌다며 우는 목소리로 전화가 온다. 진욱은 제훈을 위해서라도 그녀를 만나 마음을 돌려세워야 한다고 자기변명을 하고 자리에 나간다. 세상이 혼란스러워질 때 그녀를 누구보다 생각하고 지켜준다. 어장관리를 하고 있던 여자친구는 진욱의 마음을 이용해서 위험에서 벗어나려 한다. 여자친구만을 생각하며 부대를 탈출한 제훈은 둘의 모습을 보고 오해하고는 분노해서 둘을 총으로 쏴서 죽인다. 하지만 진실은 그게 아니라는 걸 어찌어찌해서 알게 되고는 미쳐버려 스스로 좀비에게 물린다.

  막상 내 마음대로 써놓고 보니 책의 내용이 더 나은 듯 하다. 입체적이지 못하고 단순한 인물은 어쩌면 짧은 장르소설의 한계일지도 모른다. 한권에 다 담기는 어려웠을 테지만 판타지 소설에서는 중요한 세계관이 빈약한게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쉽고 재밌게 읽히는 장르소설의 장점이 충분히 살아있는 소설이다. 겨울이 아닌 여름에 읽었으면 모골이 송연하겠다.

 

 

Copyright ⓒ 팔미호羊 All rights Reserved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교군의 맛
명지현 지음 / 현대문학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김이 안녕. 처음 네 이름을 들었을 때 성은 김씨에 이름이 외자인 이인줄 알았어. 하지만 너는 손이라는 어엿한 성을 갖고 있었지. 이름이 좀 특이하다고 생각했는데 네 이름에는 네 어머니의 슬픈 사연이 있더구나. 내 이름은 김진희야. 金珍姬. 보배공주라는 뜻이야. 우리 어머니는 흔한 이름이라 처음에는 싫었다 하시지만 나는 우리 아버지가 지어주신 이 이름이 참으로 좋단다. 보배같은 공주로 자라라는 아버지의 마음을 알기 때문이야. 비록 지금은 나는 그렇지 못하더라도 이름이나마 공주라니 위안이 된다. 너는 네 이름의 연유를 알았다면 개명을 하고 싶을 정도로 저주했겠지. 네 마음이 어떨지 생각하니 차라리 모르는 게 약일 듯 싶다.

  화려한 외모로 유명한 가수가 되고 싶었던 네 어미 배미란은 어떻게 그런 삶을 계속 선택하게 되었을까, 나로서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아. 몇번은 벗어날 수 있는 선택의 기로가 있었음에도 그리 비참히 생을 맞은 건 어쩌면 아주머니(배미란)의 잘못도 있다고 생각한단다. 아주머니를 그렇게 죽인 건 분명 그 사람의 잘못이야. 하지만 그토록 남자들에게 유린당하고 이용당하면서도 허망한 사다리에 올라서려는 그 욕심이 끝내는 스스로를 그렇게 만들었다고 생각해. 너를 길러준 양아버지를 만나 아주머니는 비로소 사랑을 받고  하게 되었다고 생각하지는 몰라. 그렇지만 정말 네 아버지가 어머니를 진실로 사랑한걸까. 그저 백치이기에 아름다웠던 아주머니의 외양에 다른 남자들처럼 끌렸던 거였는데 그동안 똑똑하고 돈 많은 남자들에게 비참히 버림받았기에 백치인 너의 양아버지는 당신을 떠나지 않을 거라고 믿고 사랑받고 있다고 착각했는지도 모르겠어. 손씨 아저씨가 아주머니의 과거를 알았다면 그렇게 아주머니를 예뻐할 수 있었을지는 나는 자신있게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아주머니의 생에서 가장 행복하고 꽃피웠던 시기가 그 때라니 착각이었대도 그걸로 된거지 뭐.

  아주머니와 너는 어찌 헛되게 도망침을 반복하는 게야.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처럼 결국엔 교군의 이덕은 여사의 품으로 돌아가게 될텐데 말야. 벗어나고 싶어서 발버둥치다가 교군을 떠나면 그리워하는 건 네 말대로 음식 때문일까. 피로는 엮이지 않은 이덕은 여사가 밉다밉다 하지만 사실은 너와 아주머니를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했음을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일거야. 이덕은 할머니는 내 생각에는 좀 억울 할 것 같아. 주변 사람들은 할아버지의 전처와 아주머니를 할머니가 잡아먹었다고 쑥덕거리잖아. 그런 걸 알면서도 사람들에게 퍼주는 걸 보면 할머니의 독설은 자신의 여린 내면을 감추기 위한 무기일거야. 자신의 입방정으로 아주머니가 처참하게 죽었다는 사실에 대한 죄책감으로 너를 맘껏 사랑하기 전에 그럴 자격이 없다고 생각해서 네게 그렇게 모질게 굴었는지도 모르지.

  나는 매운 음식을 못먹었어. 매운 걸 먹다보면 몸 안팎에 있는 모든 구멍에서 땀과 노폐물이 줄줄나오는 느낌이야. 그렇게 눈물 콧물 줄줄 흘리며 끝을 보면 뭔가 허탈해지고 기운이 쏙 빠지는 거지. 요즘은 가끔 매운 음식이 당길 때가 있는데 달은 음식만 좋아하는 내가 이제는 좀 세상의 매운 맛을 깨달아서가 아닐까 싶어. 세상의 매운 고초를 아주머니와 너는 심하게 겪어지만 진짜 매운 맛은 교군에 있었구나. 교군의 매운음식의 묘사를 볼 때마다 모공이 후끈거리는 게 입안에 침이 고였단다. 캡사이신으로 내는 싸구려 매운 맛이 아닌 깊은 매운 맛을 나도 교군에가서 맛보고 싶어졌어. 교군의 회상할 때 너처럼 나도 나만의 기억이 있어. 내 고향은 제주도인데 잔치가 있으면 집에서 돼지를 잡고 잔치 음식을 만들었어. 곁방에서 피어오르는 마른 장작 타는 냄새나 회를 치기 위해 뚝딱거리던 도마소리와 시끌거렸던 고향집 앞마당의 전경이 떠올라. 늙은 호박을 숭덩숭덩 잘라내어 갈치와 함께 끓인 은빛 비늘이 둥둥 떠 있는 갈치국이나 쾌쾌한 냄새가 나서 손으로 콧구멍을 막았는데 어른들은 맛있게 먹던 자리돔젓갈. 아무런 양념을 하지 않고 한 소쿠리 채 삶아 초고추장에 찍어 먹던 소라. 제주도 음식은 투박하고도 거칠어 육지 음식에 길들어진 나는 좋아하지 않지만은 한번은 그때로 돌아가 그날 음식을 맛있게 먹어보고 싶어져. 그날 음식 맛을 지금은 알 수 있을 지도 모르잖아. 나는 네가 교군의 역사와 음식, 아울러 이덕은 할머니의 모든 것을 파일로 정리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게 부러워. 음식 만드는 건 좋아해도 손맛이 없는 나로서는 훔쳐서라도 그 파일을 가지고 싶은 열망이 있다. 너는 엄청나게 귀하고 큰 선물을 받고 있다는 걸 알아야 해.  '이딴 이야기 받아 적어서 뭐하려고' 라는 교군 이덕은 여사의 채록본은 모든 이야기 보다 내 마음을 울렸어. 그 말씀에는 인생에 대한 교훈이 절절하게 녹아있었어. 언젠가 교군에 놀러가 할머니와 너와 함께 뒷끝이 얼얼하다는 고추술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창피하게도 내 모든 걸 내어 보이겠지. 내가 그러했듯이 너도 조용히 내 이야기를 들어주겠니.  

 

 

Copyright ⓒ 팔미호羊 All rights Reserved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길에서 읽는 자전거책 (플라스틱 특별판, 스프링북) - 인생이 즐거워지는 '자전거 타기!' 플라스틱 포켓북
김병훈 지음 / 스마트비즈니스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처음 두발 자전거를 탔던 기억이 있나요? 제가 어렸을 적 어린 키에 비해 무척 컸던 동네 공터가 있었어요. 지금 가보면 작게 느껴질 테지만 동네 아이들 모두 모여도 비좁지 않을 정도로 넓었답니다. 그날 한 친구가 보조바퀴가 달리지 않은 자전거를 가져와 자랑을 했어요. 보조바퀴가 없어 덜컹거리는 소리 없이 쌩쌩 빠르게 달리는 자전거가 정말 부러웠습니다. 그래서 한번만 타보면 안 되냐고 물었죠. 그때 친구는 큰 인심 쓰듯이 알았어, 하며 흔쾌히 자전거를 내주었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친구가 대단해요. 어린 나이에 자기 물건을 빌려주기 쉽지 않았을 텐데 조심히 타, 이 말만 하고는 군말 없이 내주었으니까요. 지금 어린 아이들은 그런 마음을 갖고 있을까요. 아니, 놀이터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사라진지 오래니 제 욕심이겠죠.

  어쨌든 자전거 바퀴를 굴렸습니다. 중심을 잡기 힘들었어요. 묵직한 자전거 무게까지 더해져 넘어지기 일쑤였죠. 오기가 생겼습니다. 친구에게 한 바퀴만 제대로 돌때까지 빌려주면 안 되냐고 졸랐죠. 우리 집은 그때 자전거를 사줄 여유가 없었어요. 왜 그렇게까지 타려고 했는지 지금도 알 수 없네요.

  외국 드라마를 보면 아이가 헬멧, 보호대등 안전장비를 갖추고 뒤에서 부모님이 잡아주며 연습을 하죠. 아주 아름다운 장면입니다. 하지만 그 당시  저에게는 뒤에서 잡아 줄 누구도 없었고 안전장비는 꿈조차 못 꾸었죠. 한 바퀴도 구르지 못하고 넘어지고 또 넘어져서 팔다리에는 생채기가 잔뜩 났어요.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어요. 곧 저녁을 먹으러 집에 들어가야 했죠. 속이 탔습니다. 오늘 아니면 언제 빌릴 수 있을지 몰라 이대로 영영 끝이 날 것만 같았어요. 그러던 어느 순간 귀의 달팽이관이 내 마음을 알고 힘을 냈는지 나도 모르게 균형을 잡고 자전거를 타고 있었어요. 머리 결을 스치는 바람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답니다. 그때 붉게 타오르는 노을과 친구들의 감탄소리가 잊히지 않아요.

  그렇게 순간을 즐기고 나서 자전거를 한동안 탈 수 없었어요. 중학교 때인가, 고등학교 때인가 신문을 사면 공짜로 주는 자전거가 생겼어요. 하지만 저는 그때부터 겁이 생겼답니다. 제가 제어하지 못해 무거운 자전거가 제멋대로 굴러 어디론가 처박혀서 제 몸 어딘가가 부러지는 상상을 했죠. 그 상상을 서른이 넘은 지금도 그치치 않아 자전거 길이 아닌 울퉁불퉁한 길은 두려워요. 하지만 잘 포장된 자전거 길을 빠르게 달리면 날개가 돋아 어디론가 갈 수 있는 기분이 들어 신이 나곤 해요. 제가 처음 제 돈으로 구입한 자전거는 티티카카 플라이트 F7입니다. 미니벨로라 작은 자전거라서 그런지 귀여운 외양이 마음에 들어 샀는데 속도가 영 나지 않아서 팔아 치우고 지금은 다혼 뮤 P8을 타고 있어요. 티티카카만큼 깜찍한 외관에 속도는 마음에 들게 빠르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청주에는 무심천이라는 조그마한 개천이 있는데요, 그 옆길에 자전거 도로가 잘 되어 있답니다. 저는 장평교에서 까치내까지 달리곤 하는 데요 보통 왕복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 걸리곤 해요. 혼자 타는 것도 재미나지만 떼거지로 몰려 타는 맛도 좋지요. 따뜻한 봄이 오면 금강종주를 하고 싶습니다. 그때까지 부디 로드(일반 도로)공포증이 사라지길 바랄뿐이죠.

 

 

길에서 읽는 자전거 책이에요. 자전거 탈 때 매는 작은 배낭에도 들어갈 정도로 작은 사이즈랍니다. 한손으로 잡을 수 있어요. 재질 또한 종이가 아니라 플라스틱 비슷한 거라서 우천시에도 젖지 않고 펼쳐 볼 수 있겠어요.

 

 

아이폰하고 있으니 크기 비교가 되시나요? 자전거 탈 때 헬멧은 중요해요. 책에서도 안전장비의 중요성에 대해 자세히 말해주었어요.  적어도 헬멧은 꼭 착용해서 안전 라이딩을 해야 합니다.

 

 

  알아보기 쉽게 목차가 이렇게 되어있어요. 목차가 엄청나게 많은데요. 하나같이 다 알아야 하는 거에요. 저는 무엇보다 자전거 세팅하는 법, 펑크 수리 등 자전거 관리법과 기본자세, 브레이킹, 변속 등 타는 법이 도움이 컸어요. 잘못 알고 있던 상식을 바로잡는 데에도 좋았어요. 자전거를 처음 시작하는 분들이나 타긴 타는 데 이론적으로 잘 모르는 분들에게 정말 큰 도움이 될 책이랍니다. 초보자들이 탈만한 추천 자전거 길도 잘 나와 있어요. 꼭 한번 읽어보시길 권해드려요.

  자전거를 타면서 항상 느끼는 건데 밤에는 제발 라이트를 켜고 탔으면 해요. 저는 낮에는 일을 해야 해서 주로 야간 라이딩을 하는데 라이트를 켜지 않는 자전거가 너무 많아요. 자신의 안전 뿐 아니라 타인의 안전을 위해서 야간에는 라이트를 구비해주세요. 또한 주간에 자전거 도로를 걷는 건 피할 수 있는데 깜깜한 밤에는 시야 확보가 참으로 어렵거든요. 야간에 보행자는 자전거도로에서 걷지 말고 보행도로에서 걸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무엇보다 안전이 최우선이니까요.

 


Copyright ⓒ 팔미호羊 All rights Reserved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쿄팡야 - 담백한 일본 빵 참 쉬운 홈베이킹
후지와라 야스마.고바야시 스스무 지음 / 중앙M&B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처음 홈 베이킹을 접했던 건 이웃집 아주머니를 통해서였다. 아주머니는 전기밥솥을 이용해 카스테라를 만들어 주시곤 했는데  25여 년 전이었던 그 당시에는 핸드믹서가 대중화 되지 않아서 아주머니는 손거품기 만으로 카스테라를 만드셨다. 달걀이 뽀얀 크림이 되는 과정이 신기했던 어린 나는 눈을 반짝이며 아주머니께 이것저것 물어봤었다. 아주머니는 그런 내가 귀여워서였는지 카스테라를 어떻게 만드는지 다정하게 알려주셨지만 아쉽게도 기억나는 건 뽀얗게 오른 달걀크림 뿐이다. 하지만 그때 각인이 되었는지 후에 홈 베이킹에 관심을 갖게 된다. 달걀과 밀가루 그리고 설탕만으로 만든 카스테라는 달짝지근하면서도 입안에 넣으면 부드럽게 녹아내렸다. 단순한 재료로 만든 그때의 카스테라를 지금 먹으면 투박하고 거칠게 느낄지도 모르겠다.  아니, 어쩌면 나는 단순한 재료로 만드는 깊은 맛을 지금껏 간과하면서 복잡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도쿄팡야』를 읽으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유명한 빵집의 레시피라기에 무척 복잡할 줄 알았다. 하지만 재료가 무척 단순했다. 나는 일본 빵은 화려한 겉멋에만 치중할 거라는 편견이 있었는데 무색할 정도로 소박하고 옛날 생각이 나서 따스했다. 단순한 재료만으로 사람을 이끄는 빵을 만드는 게 장인의 솜씨겠지, 생각하니 내가 만든 빵이 부끄러웠다. 후지와라 야스마 와 고바야시 스스무가 어떻게 빵을 만들게 되었고 한국까지 오게 되었는지, 두 사람이 어떻게 만났는지 책에 짤막하게 나와 있다. 이 짤막한 글에서 두 제빵사의 빵에 대한 철학도 엿볼 수 있었다. 나는 제빵, 제과에는 만든 사람의 성격이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손끝이 야무지지 못하고 인내심이 없는 내가 만든 빵이나 쿠키는 모양이 제멋대로기 일수다.  그래서인지 성정이 섬세하고 꼼꼼하다는 고바야시 스스무가 빵을 만드는 과정을 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책은 기본 빵, 과자 빵, 주재료 빵, 디저트 빵, 도쿄 빵야 원조 빵 다섯 부분으로 나뉜다. 자세한 과정 샷과 화보처럼 멋진 사진이 책을 읽는 재미를 더욱 북돋아줬다. 책 말미에는 베이킹에 관한 일본영화도 소개되어 있다. 마침 보고 싶었던 '카모메 식당'도 소개되어 있어 반가웠다. ‘카모메 식당’인가 어떤 일본 영화에서 커다란 마카롱 케이크가 나온다고 소개된 사진을 본 적이 있다. 선명한 초록색에 대비된 붉은 라즈베리가 기억이 난다. 이런 영화나 『도쿄팡야』같이 잘 짜여 있는 책을 보면 갑자기 빵이 굽고 싶어진다. 이스트가 부푸는 시큼한 냄새와 버터의 고소한 냄새가 뱃속부터 그리워 어쩔 줄 모른다.

  『도쿄팡야』에서는 낫또나 명란같이 생소한 재료로 만든 빵도 있었다. 이런 재료로도 빵을 만들 수 있구나, 참신했다. 우리나라 고유의 재료로도 빵을 연구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내가 요즘 머핀이나 파운드케이트 그리고 롤 케이크에 빠져있어서인지 디저트 빵에 유독 눈길이 갔다. 그리고 도쿄빵야에서 유명하다는 멜론 빵도 호기심이 갔다. 멜론 빵을 P사 베이커리에서 본 적 있는데 멜론을 좋아하지 않아서인지 선뜻 손이 가지 않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왜 멜론 빵인지 궁금했는데 토핑재료 중에 멜론 즙이 들어가서였다. 소보로 같이 달콤해 보이는 멜론 빵의 맛을 도쿄팡야에 가서 맛봐야겠다. 나는 내가 사는 청주가 서울이나 경기도보다 사람이 많지 않고 복잡하지 않아 살기 좋다고 생각하지만 특별한 공연이나 맛집은 항상 아쉽다. 이때만 지방에 사는 게 조금 서글프다. 도쿄팡야 맛을 보려면 한 시간 삼십분 넘게 걸려 서울까지 가야한다. 그러니 소중한 레시피가 담긴 이 책은 나에게 단비다. 내가 만들어서 비록 엉성할지라도. 만들어본 후 꼭 올라가서 비교해보리라. 각 부분의 기본반죽이 자세히 설명되어 있고 일본 특유의 캐릭터 빵 만드는 법도 나와 있어 응용도 충분히 가능해 보였다. 또한 샌드위치 만들기와 남은 빵 활용법도 나와 있어 도움이 컸다. 이번 주 안으로 나와 있는 ‘플레인 파운드케이크’를 만들어 올릴 계획이다.

 

 

Copyright ⓒ 팔미호羊 All rights Reserved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천 개의 바람이 되어
송은일 지음 / 예담 / 201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남자는 자신이 엄마의 질 밖으로 나오던 순간을 기억한다고 말했다. 여자간호사 두 명과 남자의사 한명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뭐라 뭐라 말을 했는데 그 음성이 잊히지 않는다고 여자에게 말했다. 지금 여자는 그때 그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 말을 들을 때 여자는 피식, 웃었다. 이 이야기를 믿어야할 지 말아야 할지 판단하기 전에 웃음부터 나왔다는 건 그의 말을 부정하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여자의 표정을 읽던 남자는 한쪽 눈썹을 치켜세우며 정말이라니까, 소리를 질렀다. 여자는 전생을 믿었다. 네 살 전의 아이들은 뱃속의 기억을 고스란히 갖고 있다는 말조차도 믿었다. 그러면서도 여자는 남자의 말을 믿지 못했다. 여자는 그동안 자신에게 믿음을 못 준 남자를 탓했다.

  남자와 헤어진 지 한참이 지나서 여자는 생각했다. 남자의 말이 진실이었는지도 몰라. 어쩌면 남자는 자궁에 잉태되기 전,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있었으면서 내게는 모른 척 했을 거야. 전생에서 여자는 그저 그런 기생이었다. 두툼하고 거친 손이 천박했던 남자는 퇴기에게 오롯이 마음을 줬다. 하지만 여자는 돈 몇 푼에 남자의 마음을 버리고 후처로 들어앉았다. 한 남자만을 사모해서 은장도를 꺼내들고 절개를 지키는 따위는 기생에게는 사치였다. 돈 몇 푼보다 자신의 사랑이 못하다는 사실에 남자는 절망했다. 차가운 바람에 튼 입술에는 새된 목소리가 나왔다. 당신은 후회 할 거야. 술이 찌든 남자는 시린 겨울에 길에서 얼어 죽었다. 전생을 기억하는 현생의 남자는 여자에게 똑같이 갚아주고 싶었다. 그래서 먼저 마음을 주고 마음을 거두었다. 여자는 이런 생각이 들자 내심 안도했다. 남자만이 기억하고 있는 여자의 잘못들을 여자는 후회할 수 없겠지. 그가 떠난 이유는 내가 아니라 내가 모르는 전생의 나 때문이야. 그렇게 자위하며 시간을 버텼다.

  여자는 항상 현실이 힘든 이유는 지난 생에 잘못을 많이 저질렀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고등학교 시절에 유행이었던 전생체험도 시도해 봤다. 나긋하고 낮은 음성에 잠만 쏟아졌다. 아무리 집중하려고 해도 전생의 문을 열 수는 없었다. 인터넷에 떠도는 새끼무당에게도 물어봤다. 내가 뭘 그리 잘못했을까요. 새끼무당은 전생에 얽힌 질긴 인연이 있다고 말할 뿐이었다. 그 질긴 인연이 그이인가요, 묻기도 전에 새끼무당은 사라지고 없었다. 벗기고 벗겨도 계속 생겨나는 티눈처럼 마음 바닥에 깊게 뿌리박힌 그리움을 어떻게 없애야 하나요. 그이와 우연히 조우해서 미안하다고 말해야지 비로소 사라질까, 여자는 갑자기 울고만 싶어졌다.

  책은 독특한 설정으로 시작된다.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태어난 환인과 그들이 속한 단체, 환은 현실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생에서 형사인 손재엽, 기자인 석해인, 소설가이자 다생환인이 유아리와 유아리의 트윈리턴피플-전생에는 한 몸이었던 인격체가 큰 충격이나 사건 등을 계기로 둘로 인격이 나뉘어 환생하게 되는-인 로즈이가밀러가 전생의 얽히고설킨 인연을 풀면서 생기는 사건에 관한 이야기다. 등장인물도 많고 전생의 이야기도 한두 가지가 아닌지라 쪽지에 인물관계도를 쓰면서 읽어야했지만 전생의 인연으로 인한 관계의 복잡함은 매우 흥미로웠다. 여러 환인들이 두개의 큰 사건에 엮이는데 하나는 연쇄 독살살인사건이고 다른 하나는 교회의 아기 납치사건이다. 범인이 누구인지, 왜 그랬는지 쫓아가다보면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도 모르겠다. 예의치 않게 추리소설을 읽는 기분이었다. 다생의 기억이 사라지지 않는 기분은 어떨까. 나는 궁금하면서도 무섭기도 하다. 삶의 기쁨이라는 건 없을지도 모른다. 소설 속 대부분의 다생환인들처럼 감정이 넘쳐서 미치던가, 감정이 메말라서 사이코패스가 되던가 하겠지. 그럼에도 작금에 스치는 사람들이 내게 어떤 의미였는지, 우리는 왜 만나고 헤어지는지 알고 싶기도 하다. 생이 누적되어 만든 인연의 겹은 도대체 몇 겹일까. 그 업을 풀 수나 있을까 갑자기 정신이 아득해진다.

  유아리와 로즈밀러는 원래 한 몸이었다. 천국의 천사가 몸이 나뉘어 여자와 남자가 생겼고 한 몸이었던 둘은 서로를 그리워하다 만나서 사랑하게 된다는 전설과는 다르게 유아리와 로즈밀러는 서로를 경계하고 미워한다. 소설 속에서도 도플갱어가 이와 똑같은 현상이라고 후에 나왔지만 먼저 퍼뜩 영화 도플갱어가 떠올랐다. 드류베리 모어가 주인공이었는데 순진한 여자와 팜므파탈을 넘나들며 연기를 펼쳤다. 나중에 한 몸이 둘이 분리될 때는 갑자기 이게 뭐야며 뜨악했던 걸로 기억한다. 도플갱어가 서로 맞닥뜨리면 한쪽은 죽어야 된다는 속설처럼 선과 악의 극단 속에서 서로를 죽이면 스스로를 죽이는 걸 모르고 상대를 미워한다. 하지만 소설 속에 유아리와 로즈밀러는 완전히 분리된 인격체이다. 그럼에도 같은 극끼리는 서로 밀어내듯 서로를 인정하지 못한다. 이야기의 비극은 거기서도 출발한다. 유아리와 로즈밀러, 그리고 그들과 전생에 인연이 닿은 많은 이들은 어떻게 되었을지 마지막 책장을 넘긴 이들만 알 수 있겠지. 인생은 어차피 미완으로 끝나는 것. 미완된 전생을 완성시키고 싶다는 생각은 현생도 어차피 미완이라는 점에서 모순이라는 걸 주인공들이 알아줬음 한다. 하지만 쳇바퀴처럼 계속될 악연이 암시되는 마지막 장면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세계를 다시 만드는 건 작가로서도 힘든 일이었을 텐데 현실과 상상을 조화롭게 풀어낸 작가의 역량에 감탄했다. 작가로서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도 엿보였다. '천개의 바람이 되어'라는 제목은 노래에서 따온 듯하다. 허나 처음에는 바람이 '천개'라는 게 조금 어색하게 느껴졌다. '천 갈래의 바람이 되어' 더 맞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곱씹어 보니 '천개의 바람이 되어'도 괜찮은 것 같고 알쏭달쏭하다. 한편의 영화로 만들어도 손색이 없을 만한 재밌는 소설이었다. 마지막으로 환생에 관해 꾸었던 내 꿈을 남기며 마치도록 하겠다.

 

 

  다시 태어남은 있다. 그러니 죽음을 너무 무서워하거나 슬퍼하지 마라 . 전생과 환생 사이의 현생과는 다른 불멸의 生은 신들만의 영역. 비루한 인간일 뿐인 너는 범접할 수 없다. 전생과 현생과 환생 중 어떤 것이 진짜 너의 생일지  끝까지 알 수 없다. 그 三生의 얽힌 실타래 같은 복잡함에 그대가 미치지 않도록 망각이란 선물을 준 것. 말이 아닌 온몸을 통해 나보다 세번째로 큰 존재가 내게 말했다.

  다음 생, 바로 내 아비가 될 자를 내 눈을 통해 보고 있었다. 이 生에서 죽자마자 난 남자와 결혼 할 여자의 자궁에 잉태될 것이다. 남자는 작고 쭉 째진 눈에 강단있어 보이는 네모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첫인상은 무척 엄하고 고루해보였다. 난 계속해서 남자를 지켜봤다. 남자는 생각보다 환한 웃음을 지을 줄 알았다. 딸을 원하고 있었다. 남자의 딸이 어떻게 자랄 지 파노라마 처럼 내 머릿속에 펼쳐졌다. 내가 아닌 누군가가 보란듯이 일부러 보여주는 것처럼. 두번째로 나보다 큰 존재가 내 곁에서 속삭였다. 저렇게 좋은 부모 아래에서 행복하게 자랄테이니 현생이 잊혀짐을 억울해하지는 말라고.

  하지만 잊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제발 기억을 지우지 말아달라고 애원했다. 내가 여기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꼭 기억해서 늦게라도 나를 잃은 아픔을 지울 수 있게, 찾아갈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목소리는 침묵했고 나는 방법을 계속 찾아 다녔다.

  걸어서는 안되는 전화가 있다. 걸게 되면 죽음이 앞당겨지는 대가를 치러야 하고 언제 올지 모르는 그 죽음의 코앞에서 착신이 온다고. 그 공포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도 있다고. 하지만 전화를 걸었다. 알고 싶다고 했다. 어떻게 하면 잊지 않을 수 있냐고 물었다. '다음 생에도 사랑하는 사람에게로 가서 만나야 해요. 그게 내 삼생의 이유입니다 . 그가 나를 알아보지 못해도 내가 기억할테니 지워지지 않는 법을 알려주세요.' 텔레마케터 같은 목소리의 여자가 딱딱하게 답했다.

 

  '아주 옛날식 화장실를 찾아 더러워서 아무도 쓰지 않는 세면대 아래를 보면 누구도 신경쓰지 않을 듯한 해진 종이가 보일 겁니다. 그 명단을 작성하세요.'

 

  혼자서 어떻게 그 화장실을 찾았는지 모른다. 화장실 안은 버려진 창녀들로 가득했고 그녀들은 긴 파이프 담배를 피우며 다리를 벌리고 앉아 있었다. 화장실 안은 몽롱한 연기로 가득했고 여자들은 반쯤 뜬 듯한 눈으로 나를 무심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명단에는 스물네명의 이름들이 이미 올라와 있었다. 사랑이든 복수든 각자 나름의 이유로 이곳까지 왔을 테지. 나는 떨리는 손으로 이름과 기억을 지우지 못하는 이유와 현생에서 처음 개통한 휴대폰 번호를 기입했다.

  화장실에서 비틀거리고 나오자 처음 보는 차와 사람이 나를 맞아주었다. 이 차를 꼭 타야 된다고 했다. 아, 이것이 저승으로 가는 차로구나. 아직 마지막 인사도 못했는데. 비장한 각오로 차를 탔지만 차는 나를 한적하고 평화로운 어느 공원으로 데려다 주었다. 거기에는 여동생과 당신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햇살은 봄빛으로 반짝였고 바람은 잔잔했고 다들 웃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같이 웃음이 났다. 그때 언제 들었는 지 모를 내 손에 들린 휴대폰에서 

 

 갑자기 벨이 울렸다.

 

  '준비를 하세요.'

 

  대답도 하기 전에 큰 고통이 가슴을 관통해서 온몸에 퍼졌다. 눈이 감기는 게 느껴졌다. 가물거리는 정신 넘어로 울먹이며 '언니. 왜그래. 정신차려.'라고 비명지르는 여동생의 목소리가 들렸다.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목구멍으로 들어오는 긴 호스 때문에 여의치 않았다. 띠- 길게 심장박동이 멎는 소리가 들렸다.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아직 약속을 못했다. 다시 태어나면 잊지 않고 당신을 찾을테니 나를 당신의 삶에서 지우지 말라고 당부하는 말을 못했다. 나는 이미 그 명단에 이름이 올려져 있는데 내가 다시 돌아갔을 때 내가 아닌 누군가가 당신의 기쁨이 되어 있다면 나는 어떻게 하나.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이 억겁의 생에서 혼자만의 기억으로 당신의 주변을 서성거려야만 하는 건가.

 

 물 속에 오래 있다가 수면으로 올라온 것처럼 거친 숨을 내쉬며 꿈에서 깼다. 눈에 눈물이 고였다.

 

 

Copyright ⓒ 팔미호羊 All rights Reserved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