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팡야 - 담백한 일본 빵 참 쉬운 홈베이킹
후지와라 야스마.고바야시 스스무 지음 / 중앙M&B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처음 홈 베이킹을 접했던 건 이웃집 아주머니를 통해서였다. 아주머니는 전기밥솥을 이용해 카스테라를 만들어 주시곤 했는데  25여 년 전이었던 그 당시에는 핸드믹서가 대중화 되지 않아서 아주머니는 손거품기 만으로 카스테라를 만드셨다. 달걀이 뽀얀 크림이 되는 과정이 신기했던 어린 나는 눈을 반짝이며 아주머니께 이것저것 물어봤었다. 아주머니는 그런 내가 귀여워서였는지 카스테라를 어떻게 만드는지 다정하게 알려주셨지만 아쉽게도 기억나는 건 뽀얗게 오른 달걀크림 뿐이다. 하지만 그때 각인이 되었는지 후에 홈 베이킹에 관심을 갖게 된다. 달걀과 밀가루 그리고 설탕만으로 만든 카스테라는 달짝지근하면서도 입안에 넣으면 부드럽게 녹아내렸다. 단순한 재료로 만든 그때의 카스테라를 지금 먹으면 투박하고 거칠게 느낄지도 모르겠다.  아니, 어쩌면 나는 단순한 재료로 만드는 깊은 맛을 지금껏 간과하면서 복잡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도쿄팡야』를 읽으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유명한 빵집의 레시피라기에 무척 복잡할 줄 알았다. 하지만 재료가 무척 단순했다. 나는 일본 빵은 화려한 겉멋에만 치중할 거라는 편견이 있었는데 무색할 정도로 소박하고 옛날 생각이 나서 따스했다. 단순한 재료만으로 사람을 이끄는 빵을 만드는 게 장인의 솜씨겠지, 생각하니 내가 만든 빵이 부끄러웠다. 후지와라 야스마 와 고바야시 스스무가 어떻게 빵을 만들게 되었고 한국까지 오게 되었는지, 두 사람이 어떻게 만났는지 책에 짤막하게 나와 있다. 이 짤막한 글에서 두 제빵사의 빵에 대한 철학도 엿볼 수 있었다. 나는 제빵, 제과에는 만든 사람의 성격이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손끝이 야무지지 못하고 인내심이 없는 내가 만든 빵이나 쿠키는 모양이 제멋대로기 일수다.  그래서인지 성정이 섬세하고 꼼꼼하다는 고바야시 스스무가 빵을 만드는 과정을 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책은 기본 빵, 과자 빵, 주재료 빵, 디저트 빵, 도쿄 빵야 원조 빵 다섯 부분으로 나뉜다. 자세한 과정 샷과 화보처럼 멋진 사진이 책을 읽는 재미를 더욱 북돋아줬다. 책 말미에는 베이킹에 관한 일본영화도 소개되어 있다. 마침 보고 싶었던 '카모메 식당'도 소개되어 있어 반가웠다. ‘카모메 식당’인가 어떤 일본 영화에서 커다란 마카롱 케이크가 나온다고 소개된 사진을 본 적이 있다. 선명한 초록색에 대비된 붉은 라즈베리가 기억이 난다. 이런 영화나 『도쿄팡야』같이 잘 짜여 있는 책을 보면 갑자기 빵이 굽고 싶어진다. 이스트가 부푸는 시큼한 냄새와 버터의 고소한 냄새가 뱃속부터 그리워 어쩔 줄 모른다.

  『도쿄팡야』에서는 낫또나 명란같이 생소한 재료로 만든 빵도 있었다. 이런 재료로도 빵을 만들 수 있구나, 참신했다. 우리나라 고유의 재료로도 빵을 연구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내가 요즘 머핀이나 파운드케이트 그리고 롤 케이크에 빠져있어서인지 디저트 빵에 유독 눈길이 갔다. 그리고 도쿄빵야에서 유명하다는 멜론 빵도 호기심이 갔다. 멜론 빵을 P사 베이커리에서 본 적 있는데 멜론을 좋아하지 않아서인지 선뜻 손이 가지 않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왜 멜론 빵인지 궁금했는데 토핑재료 중에 멜론 즙이 들어가서였다. 소보로 같이 달콤해 보이는 멜론 빵의 맛을 도쿄팡야에 가서 맛봐야겠다. 나는 내가 사는 청주가 서울이나 경기도보다 사람이 많지 않고 복잡하지 않아 살기 좋다고 생각하지만 특별한 공연이나 맛집은 항상 아쉽다. 이때만 지방에 사는 게 조금 서글프다. 도쿄팡야 맛을 보려면 한 시간 삼십분 넘게 걸려 서울까지 가야한다. 그러니 소중한 레시피가 담긴 이 책은 나에게 단비다. 내가 만들어서 비록 엉성할지라도. 만들어본 후 꼭 올라가서 비교해보리라. 각 부분의 기본반죽이 자세히 설명되어 있고 일본 특유의 캐릭터 빵 만드는 법도 나와 있어 응용도 충분히 가능해 보였다. 또한 샌드위치 만들기와 남은 빵 활용법도 나와 있어 도움이 컸다. 이번 주 안으로 나와 있는 ‘플레인 파운드케이크’를 만들어 올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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