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뱃살과의 전쟁 - 몸 좀 되는 남자들 전성시대
우에모리 미오 지음, 이소영 옮김 / 스타일조선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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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 나는 매우 날씬했다. 당시에는 내가 말랐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나 돌이켜보면 내 인생에서 제일 날씬했던 시기가 아닐까 싶다. 160cm에 몸무게가 미달이라 헌혈이 못할 정도였다면 말 다 했겠지. 하지만 얼굴이 너무 통통해서 사람들은 내가 마른 줄 몰랐다. 나는 항상 그 사실이 불만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배부른 소리다. 내가 고등학교 때 배꼽티가 유행이었는데 배가 보일 듯 말 듯 한 짧은 티를 입으면 사람들은 몰랐는데 엄청 날씬하다고 감탄을 했었다. 안타깝게도 내 몸은 대학교 입학한 후 몇 년 후 급격히 찌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때보다 20kg넘게 쪘는데 나를 가끔 보는 사람마다 '너 좀 살쪘지'라고 물어봤다. 고향집에 내려가면 올 때마다 살 쪄있는 나를 보고 '저래서 사람구실 하겠나.' 엄마는 이렇게 속앓이를 하셨단다. 원인은 뻔하게도 폭식과 폭음 그리고 운동부족이었다. 신기하게도 이렇게까지 살이 쪘을 때도 나는 배가 나오지는 않았다. 배가 나오지 않아서 내가 살이 쪘는지 스스로는 몰랐는지도 모르겠다. 우스운 건 나는 내가 뚱뚱할 때는 '이 정도로 몸매가 좋으면 되지, 뭘.'이라며 안주를 하고 날씬할 때는 ' 이 정도로는 부족해.'라며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사실이다. 고로 나는 내 몸매에 만족할 때는 아이러니하게도 뚱뚱할 때라는 거다. 대학교 때 쪘던 살을 다시 빼는 데 일이년은 걸린 듯하다. 나는 급작스럽게 살을 빼는 걸 못한다. 조금씩 노력하니 어느새 다시 날씬해져있었다. 날씬했다가 토끼님과 사귄 후 맛있는 음식을 너무 많이 먹은 나머지 다시 10kg가 쪘다. 예전에 수월하게 입었던 옷이 맞지 않는 걸 발견하고 내 뇌에서 비상벨이 울렸다. 이러다가는 다시 뚱뚱해지겠어. 이런 경고를 눈치 채지 못했다면 아마 나는 '이 정도면 훌륭하지, 뭐.'라며 자기 합리화로 지방을 향해서 달려갔겠지. 세상에 맛있는 음식이 정말 많은데 날씬한 몸을 유지하기는 힘들다. 나는 5시까지 일을 하고 6시반 부터 9시까지 운동을 한다. 1시간 반 정도 걷고 30분 근력운동으로 마무리한다. 너무너무 피곤해서 쉬고 싶은데 살찌는 게 겁이나 지친 몸을 이끈다. 가끔 이게 무슨 짓인가 싶어 울적해지기도 한다. 누굴 위해서 나는 이토록 몸부림치고 있는 걸까. 나는 내가 당당했으면 좋겠다. 몸에 살이 붙으면 나는 침울해지고 소심해지고 나중에 우울의 늪에서 허우적거린다. 때문에 나는 운동을 한다. 내 젊음은 길다. 그 길을 얼굴을 들고 당당히 걷고 싶다. 하지만 이렇게 운동을 열심히 하는데도 불구하고 서른이 넘으니 나오지 않았던 배가 나오려고 한다. 배가 전혀 나오지 않고 탄탄했을 때는 몰랐는데 배가 나오면 다른 부분이 아무리 날씬해도 옷태가 나지 않는다. 도대체 왜 내 배는 들어가지 않을까, 무엇이 문제일까.

  몸치, 운동치였던 저자는 슬림한 옷을 입기 위한 일념으로-우리의 이유와 같아서 친근함마저 느껴 진다- 다이어트를 시작해서 피트니스클럽강사를 거쳐 건강운동지도사로 활공하고 있다. 책의 요지는 간단하다. 안 잠기던 바지 단추를 잠그는 느낌으로 배를 쑥 집어넣는 '드로인 뱃살운동'을 실천하자는 것이다. 그러면 근육의 형상기억 호과로 둘레가 줄어들고 이 동작을 여러 번 반복하는 동안 지방이 연소되고 마지막으로 몸이 열량을 소비하기 쉬운 체질로 바뀐다는 것이다. 간단해 보이지만 어렵다. 모든 운동이 그렇듯 바른 자세를 유지하기가 여간 힘들지 않다. 책에 제시된 대로 벽에 차렷 자세를 하고 서있으면 몸이 불편하고 어색해서 어쩔 줄 몰라 한다. 또한 드로잉 뱃살 운동을 할 때 어깨에 힘을 푸는 게 좋다는 둥 주의점이 나와 있는데 그 중 하나만 고치려고 집중해도 자세가 흐트러진다. 그동안 나는 몸을 형편없이 쓰고 있었나보다. 갑자기 반성이 든다. 바른 자세만 유지해도 살이 빠진다는 말은 얼핏 들었다. 책에는 자세 교정 방법과 드로인 운동의 이론과 효과가 알기 쉬게 나와 있다. 뿐 아니라 배에 살이 찌는 이유, 일반 다이어트의 허와 실, 체형별 뱃살 빼는 법 등이 자세히 나와 있다. 더불어 일부러 시간을 내지 않고 일상생활에서 하는 운동법과 좀 더 강한 운동을 원하는 분들을 위해 누워서 하는 운동법까지 나와 있어 알차다. 책을 읽으면서 간단한 자세를 실천하고 있는데 기분 탓인지는 몰라도 뱃살이 훌쩍 들어간 것 같다. 바른 자세가 나쁠 일이 없으므로 앞으로도 계속 꼿꼿한 자세를 유지하며 드로인 뱃살 운동을 할 생각이다. 자, 여러분- 할 수 있을 만큼 배에 힘을 꽉 줘 보자.  요새 다이어트 책이 우후죽순으로 나오고 있다. '하루 한 끼를 먹어야 한다. 아니다, 하루 다섯 끼를 먹어야 한다. 이렇게 운동해라. 아니다, 저렇게 운동해라.' 설왕설래다. 다들 나름의 이론과 확신을 안고 있다. 어떤 의견이 옳다고 믿어 확신하기보다는 자기에게 맞는 법을 찾아가기 위한 지침서쯤으로 활용하는 게 현명하지 않을까 싶다. 그동안 읽은 다이어트 책 중 내 마음에 와 닿는 말이 제일 많이 나온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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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지의 손바느질 태교 - 초보도 만들 수 있는 자연주의 출산 용품
박귀선 지음 / 꽃숨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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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전이라 당연히 아기를 가져 본 적이 없다.

주변에 아기가 태어난 지인들이 많기에 이것저것 귀동냥은 많이 했지만서도

만약 아기가 생긴다면 무엇부터 준비해야 될 지 하나도 모르는 무지한 사람이다.

여동생이 아기를 가졌을 때 일하는 틈틈히 배냇저고리와 손싸개, 발싸개를  준비하는 걸 보았다.

무거운 몸으로 일 하느랴 많이 지치고 힘들었을텐데도

아기가 세상에 나올 그 날을 위해서 한땀한땀 정성스레 만든 걸 사진 찍어서

자랑하듯 내게 보냈었다.

여동생은 나와는 다르게 손재주가 있지만

귀찮은 걸 몹시 싫어하고 일이 끝나면 아무 것도 안하고 텔레비전을 보는 게 낙인 아이인지라

힘든 하루하루에도 틈틈히 준비하는 걸 보고는 엄마가 되면 뭔가 달라지는구나 싶어 놀랐던 기억이 있다.

나도 달라질까.

태교를 위해서 영어, 수학을 공부하고 듣지 않던 클래식을 듣는 사람들이 있다는데

나는 내가 즐거운 걸 하면 아기에게도 좋을 거라 믿기에

골 아프게 공부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태어날 아기를 위해 선물은 준비하고 싶다.

요즘 장난감들은 어떤 성분이 들어있는지, 어디서 만들었는지 불안하기만 한데

내가 손수 모빌이나 입으로 빨 수도 있는 장난감을 만들어 주고 싶다.

세상에 하나 뿐인 내가 만든 배냇저고리와 손싸개, 발싸개를 입히고 싶다.

그건 단순히 만들어 주는 거에 그치지 않고

아기를 기다리는 동안의 기쁨과 설레임의 기억이자 추억의 상징이 아닐까 싶다.

배냇저고리는 소중히 아꼈다가 후에 아이가 크면

네가 이토록 작았었다, 내 품에 꼭 안길만큼 아이야, 이렇게 같이 추억하며 웃고 싶다.

헤질만큼 갖고 놀아 너덜너덜해진 장난감도

아이의 아이를 위해서 남겨놓고 싶다.

미국 드라마를 보면

대를 이어 내려오는 장난감, 모빌 등이 있더라.

역사가 짧은 만큼 역사를 귀히 여기는 그네들의 정신이 멋있게 느껴졌다.

우리 사람들도 그렇게 내려오는 물건은 소중히 여기는 집이 있겠지만

우리집은 낡은 물건은 버리고 정리하기를 좋아하는 집이라 내심 아쉬웠다.

큰 박스를 준비해서 소중한 기억을 간직해 놀테다.

 

 

꼼지라는 별명은 참으로 잘 지은 듯 하다.

꼼지락꼼지락거리며 손을 놀리는 게 상상이 된다.

바느질을 하면 태중 아이의 뇌발달에 좋다고 하니

아이에게는 만든 것과 두뇌발달 이 두가지 선물을 줄 수 있는 셈이다.

 

 

요즘 바느질 할 일이 없다.

학창시절 가정시간 외에는

간단하게 박음질 정도만 했었는데

그런 사람들을 위해 이렇게 친절하게 바느질 팁을 알려준다.

 

 

나비인형 손목 딸랑이.

손목에 달고 노는 장난감이다.

뭔가 포근해 보인다.

 

 

사진과 설명이 꼼꼼하게 나와 있다.

사진만 봐도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배냇저고리, 손싸개 등 출산 준비물과

곰인형, 달팽이 모빌 등 장난감,

조끼, 마스크, 덧신, 기저기 가방 등 외출용품,

거기에 아기 침구류 까지

대략 40여가지의 아기용품을 만드는 법이 나온다.

1주차, 2주차 이렇게 나오는 걸 보니

임신기간에 맞춘 듯 하다.

임신 준비 기간에도 슬슬 준비해도 괜찮겠다.

 

 

책부록으로

큼직한 도안이 따라왔다.

재료를 구매하기가 애매한데

지은이가 경영하는 온라인 쇼핑몰도 있다.

아래 배너를 누르면 구경갈 수 있다.

유기농재료로 만들어서 안심할 수 있는

내 아이를 위한 단 하나의 선물.

후에 아기를 갖게 된다면

꼭 순서대로 만들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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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아줌마의 오이시이 벤토 - 도시락을 맛있고 건강하게 싸는 비결
변혜옥 지음 / 조선앤북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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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줌마의 오이시이 벤토.

책 이름 그대로 맛있는 도시락이 한가득이다.

저자를 살펴보았다.

오잉?!!

어디서 많이 뵙던 분이다.

일본 아줌마라는 말에 일본 도시락 서적을 번역한 책인 줄만 알았는데

'일본아줌마'라는 별명으로 모 사이트에서

왕성히 활동하고 있는 뷰티 블로거 아닌가!!!!

나, 예전에 이분 화장법 보고 화장을 배우기도 한 사람이다.

그런데 도시락도 이렇게 예쁘게 만들 줄 알다니.

얼굴도 예쁘고 화장도 잘 하고 손재주도 좋으니 세상을 참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어 갑자기 배가 아팠다. 

 

 

봄이 오면

예쁘게 도시락 싸서

토끼님이랑 벚꽃구경 갈거에요~

겨울 내내 노래를 불렀는데

올해 봄은 너무너무 춥다!!!!!

벚꽃나무 아래서 돗자리 펴 놓고 앉아 있다가는

분명 감기에 걸려 고생할 거다.

그래도 우리 집 공원에 돗자리 펴 놓고

사진을 찍어 보았다.

바람이 정말 강한 날이었다.

한눈 팔면 돗자리가 날라가고 난리도 아니었다.

봄은 대체 언제 오는 걸까.

오긴 오는 걸까, 갑자기 여름 되는 건 아닐까,

사라지는 계절이 서글퍼진다.

 

 

책을 보고

참지마요오니기리와

스팸 무스비를 만들었다.

도시락에 초록색 채소가 부족해 보인다.

오로지 음식을 만드데에 시간이 무척 오래 걸리는 나로서는

데코는 아직도 먼 길이다.

다음에는 좀 더 신경을 써야 겠다고 반성했다.

뭔가 허전해보여 벚꽃을 끼워 봤다.

 

 

내가 만든 스팸무스피 레시피다.

딱 기본 레시피인데

나는 이 양념장에 양파를 볶은 후

볶은 양파와 치즈를 사이에 넣어 주었다.

탄탄한 기본 레시피는 여러가지로 응용이 가능해서 좋다.

내가 쓴 스팸이 짠 맛이 강한 거라

조금 짜게 느껴졌다.

스팸을 한번 데친 후 양념장에 조리거나

덜 짠 스팸을 쓰는 게 좋겠다.

 

 

내가 두번째로 만든 참치마요주먹밥.

무척 간단해서 2인분만 만든다면 단시간에 만들 수 있다.

나는 참치에 양파와 피클 다진 걸 넣었다.

양파와 피클 그리고 참치를 섞을 때 마요네즈를 조금 덜 넣은 후

주먹밥을 안에 넣을 때 마요네즈를 따로 뿌려주는 게 더 낫겠다고

토끼님이 말했다.

그냥 해주는 대로 먹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초보들을 위해서

계량법과 요리에 쓰이는 양념들의 설명이 자세하게 나온다.

이런 친절한 설명은

요리에 대한 의지와 흥미를 북돋아준다.

 

 

책 말미에는

메인 요리에 곁들일만한

반찬을 만드는 법이 나온다.

이 반찬을 만들어 곁들였으면

내가 만든 주먹밥과 무스비가 더욱 예뻤을텐데 아쉽다.

하지만 이것까지 만들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다음에는 꼭 만들어 데코할테다.

 

 

이렇게 사진도 찍으면서

그래도 봄기운을 만끽해 보았다.

기본적이 레시피 뿐 아니라

정말 다양한 도시락 만드는 법이 나와있다.

대체적으로 어렵지 않게 설명이 자세히 나와 있다.

이번에는 간단한 도시락을 만들었는데

다음에는 좀 더 손이 가는 레시피로 도전해 볼 생각이다.

다음 주에는 토끼님이 좋아하는 유부초밥이랑 책에 나오는 샌드위치를 만들어야지!!!!

 

Photo by 팔미호羊 & 성난토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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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자수 여행 - 들꽃을 찾아가는 행복한 자수 여행 1
아오키 카즈코 지음, 배혜영 옮김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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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수를 놓았을 때가 생각난다.

지금도 중학 과정에 가정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중학교 때는 가정시간이 있었다.

이론을 배우고 실습도 하곤 했는데 요리, 자수, 바느질  등등을 배웠던 기억이 난다. 학교 1층에인가 가정실습실이 있었다.

조리대가 있어서 학생들 몇몇이 조를 짜서 구절판이랑 떡갈비를 만들었다.

만드는 과정도 재밌고 결과물이 생각보다 맛있어서 신났었다.

또 한복을 만들었었는데 실물 크기는 손바느질을 해야하기에 힘들고 어려워서 못 만들고 인형이나 입을 수 있는 크기로 만들었었다.

꼼꼼한 내 솜씨에 스스로 감탄해 내 방 벽에 걸어두기도 하고

고이 접어 소중히 두었는데 어머니가 쓰레기인 줄 알고 버렸는지 온데간데 없다.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에 입던 교복도 그냥 두라고 애원했지만 쓸데없다고 버린 우리 어머니였다.

 소중한 내 추억이 내팽겨진거 같아 슬프고 씁쓸하다.

또 자수를 배웠는데 동양자수였다.

비단천을 조금 사서 밤 같은 무늬를 수놓았다.

잘은 못했지만 무척 재밌었다.

후에 십자수도 해봤는데 십자수보다는 동양자수가 스티치 법이 다양해서 훨씬 지루하지 않다.

스스로 손재주가 없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돌이켜보면 만드는 재미는 있었다.

하지만 좋아하는만큼 만족스럽게 만들지는 못했다.

뜨개질이나 바느질 자수 등등을 잘 하고 싶은데 도안 보기도 어렵고 독학으로 터득하기도 여간 쉽지 않다.

 

 

몇분 째 책 표지 사진을 올리려고 애를 쓰고 있다.

내 컴퓨터에는 분명 잘 저장되어 있는데

업로드 하려니 실패라고 한다!!!!

대체 왜?!!!

그래서 목록부터 올려본다.

이 책은 지은이 아오키 카즈코가

영국의 여행하면서 만난 들꽃과 정원을 수놓은 책이다.

 

 

이름이 생소하거나 낯익은 들꽃을 수로 놓은 도감으로 책이 시작된다.

수로 어떻게 저리 상세하고 아름답게

꽃이 표현 되는 지 감탄스럽다.

나는 들꽃을 좋아한다.

봄이 되어 발 끝을 보며 걸으면

조그마한 틈에서도 올망졸망 들꽃이 피어나고 있는 걸 발견할 수 있다.

새하얀 린넨에

예쁜 들꽃을 수놓아 보고 싶다.

 

 

이렇게 완성품을 보여준다.

완성품 왼쪽에는 에세이, 일기 형식으로

영국에서 만난 사람들과 일상이

담백하게 적혀있다.

읽다보면 코끝에서 영국의 흙냄새가 느껴지는 것 같다.

 

 

뒷장으로 넘기면

앞에 완성된 작품의 도안이 나온다.

물론,

스티치 방법도 상세하게 나온다.

스티치 방법은 일부러 사진 찍어 올리지 않았다.

도안도 정말 많이 나오니

수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유용할 듯 하다.

읽는 내내

손이 근질근질 했다.

비록 책에 나온대로 예쁘게 수놓지는 못하더라도

언제가는 예쁘게 수 놓아 볼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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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릿 로드 - 여행의 순간을 황홀하게 만드는 한 잔의 술
탁재형 지음 / 시공사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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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처음 술을 마신 건 - 어린 시절 목이 너무 탄 나머지 실수로 보리차인 줄 알고 벌컥벌컥 들이켰던 맥주를 제외하고- 고등학교 3학년 때다. 우습게도 나는 여동생 친구들에게 술을 배웠다. 수능 백일 전이었다. 기념해야 한다는 후배들의 성화에 야자를 땡땡이 쳤다. 나이를 속여 소주를 사려 교복을 벗고 사복으로 갈아입었지만 어른들 눈에는 우리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햇병아리로 보였을 테다. 신분증을 보여 달라는 여러 가게를 거쳐 드디어 술을 어렵게 구했다. 술을 사는 모험을 감행한 우리와 뒤늦게 합류한 후배들은 학교 근처 공원에 있는 언덕 위에 모였다. 안주는 참치 캔과 과자 그리고 마른 오징어가 전부였다. 당시 주량을 모르던 나는 소주 두병 정도를 비웠다. 목구멍을 태우는 듯 한 알코올 향에 어른들은 왜 이런 걸 마시지, 궁금했지만 후배 녀석들에게 낮보이기 싫어서 괜찮은 척 했다. 야자가 끝날 시각, 친구들과 2차로 모일 약속이 있던 나는 학교로 향했다. 비틀거리지만 말자고 다짐하면서 보도 블럭 선을 지팡이 삼아서 걸어갔던 기억만이 희미하게 남아있다. 일층이었던 우리 반 창문에 대롱대롱 매달려 친구들에게 나 좀 끌어올려달라고 조르다가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자 야자 감독을 하는 선생님의 눈을 피해 교실로 잠입했었다. 실장을 껴안고 너는 정말 괜찮은 녀석이라 하고 반 친구들에게 사랑한다고 고백 아닌 술주정을 하다가 감독 선생님이 떴다는 말을 듣자마자 책상 밑에 웅크려 숨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선생님도 뻔히 보았을 테다. 하지만 못 본 척 지나가 주셨다. 철부지인 나는 들키지 않았다고 신나했다. 술이 더 올라오자 집에 가야겠다 싶어 운동장을 가로질러 교문으로 냅다 뛰는데 뒤통수에서 "야, 김진희. 너 술 마셨지?"하는 친근하게 지냈던 선생님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저는 김진희가 아니에요."라고 고함을 지르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다.

  첫 술을 소주로 시작해서인지 내게 최고의 술은 언제나 소주였다. 맥주는 오히려 더 취하고 배만 불러 화장실을 들락날락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소주는 나의 사랑을 보았고 이별을 위로해줬으며 친구를 만들어 외로움을 달래주기도 했다. 술은 처음 마시기 시작할 때에는 양처럼 온순하고, 조금 더 마시면 사자처럼 사나워지며, 조금 더 마시면 원숭이처럼 춤추고 노래를 부르고, 더 많이 마시면 토하고 뒹굴고 하면서 돼지처럼 추해진다고 옛 어른이 말씀하셨다. 솔직히 맞는 말이긴 하다. 지인과 풍류를 나누는 수단으로 약간의 음주는 마음을 쉽게 터놓게 해주는 역할을 톡톡히 하지만 그 도가 지나치면 사람이 동물이 되는 건 순식간이다. 누구나 고치기 힘든 술버릇은 있겠다. 나의 첫 술버릇은 펑펑 울기였다. 뭐가 그리 서러운지 술만 마시면 내가 너무 불쌍해서 그냥 눈물이 나왔다. 하지만 술에서 깨면 이보다 추한 사람은 없을 거라 자책하며 벽에 머리를 박았다. 나쁜 술버릇을 고치기 위해 정 반대로 신나게 웃기로 결심했다. 손뼉을 치고 세상에 나보다 즐거운 사람이 없는 척 웃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술에 취하면 웃기부터 한다. 웃는 과정을 지나서 술이 더 들어가면 졸음이 몰려온다. 졸음을 참고 술을 더 마시면 잘 때 토할 것 같다고 중얼거리며 침을 뱉는다. 나는 술 먹고 토한 적이 한 번도 없지만 욕지기가 올라와서인지 연신 침을 뱉는다. 과음한 다음날 일어나보면 방과 내 모습은 정말 가관이다. 옷은 아무렇게나 벗어서 여기저기 굴러다니고 화장을 채 지우지 못해 아이라이너가 새까맣게 번져있다. 침대 아래에는 술김에 뱉은 침이 하얗게 굳어있다. 옛 어른들 말씀처럼 돼지처럼 지저분하다. 서른이 지난 후에는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술에 취한 적이 없다. 간의 해독력이 떨어졌는지 소주는 이제 몇 잔만 마셔도 다음날이 힘들다. 그래서 나는 맥주나 와인 한두 잔을 즐겨한다. 극단으로 치달았던 젊음은 사라지고 적당한 선을 아는 나이가 된 것 같아 조금은 씁쓸하지만 뭐, 내 몸은 소중하니까.

  내가 처음 이 책을 접할 때는 어떤 PD가 방송을 핑계로 유유자적 여행을 즐기며 그 나라의 술을 접하고 쓴 배부른 기행록 일거라고 쉽게 생각했다. 하지만 이분 고생을 너무 많이 했다. 본인은 고생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있으나 내가 보기에는 몸 상하지 않을까 걱정이 든다. 일명 '오지 전문 프로듀서'인 탁재형PD는 내 생전 들어본 적이 없는 나라에 가서 본 적도 없는 술을 마셨다. 술만 마시면 되지 뭐, 라고 단순히 생각한 나는 반성이 든다. 술을 함께 하기 위해 그 나라 사람들과 어울리고 문화를 이해해야하니 낯가림 심하고 견문이 짧은 사람이라면 절대 못할 일이다. 책에는 모두 26가지의 술이 나온다. 그건 곧 저자가 스물여섯 군데의 여행지를 다녀왔다는 말이다. 러시아의 보드카나 영국의 위스키, 멕시코의 데킬라처럼 귀에 익은 술들도 등장하나 네팔의 넥시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마룰라처럼 생전 듣도 보도 못 한 술들이 더 많이 나온다. 나는 여기 나온 술중에 평생 마셔보지 못할 술도 분명 있을 터이다. 하지만 탁재형님의 맛깔 나는 설명과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숙취를 읽으면 테이블에 마주 앉아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한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술에 관해 썰을 풀기 전에 그 나라 특유의 문화나 사람들의 인심 등등 사회경제역사전반에 걸친 설명을 해준다. 그 후 술의 빚기까지의 역사 그리고 술의 먹기까지의 노고를 양념장이 매콤하게 버무려진 도토리무침처럼 고소하게 비벼나간다. 수단의 와우라는 도시는 금주법이 있다. 이슬람 원리주의 국가라서 술은 금단의 열매로 치부한다고 한다. 예전에 우리나라에서 그랬던 것처럼 여기서도 밀주를 만들어 몰래몰래 마신다고 하는데 에티오피아 출신인 의사 말릭은 코란에는 술 마시고 취하지 말라는 말씀은 있어도 술을 마시지 말라는 말씀은 없다며 탁재형님에게 밀주를 권한다. 술이 변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변했다는 탁재형님의 덧붙임이 가슴에 와 닿았다. 페루의 술, 마사또의 원료는 유까인데 당분이 적어 발효가 어렵다. 당분을 함유하지 않은 전분을 당으로 전환시키는 당화가 필요한데 동양에서는 곰팡이를 이용하고 서양에서는 몰트를 섞어준다고 한다. 그럼 유까로는 어떻게 술을 만들까? 충격적이게도 술을 만드는 사람이 술을 반죽 일부분을 입에 넣어 우물거리고 반죽에 섞는다. 침 성분인 아밀라아제(?)를 이용해서 발효를 시키는 것이다. 이렇듯 세계 곳곳에서 지금도 벌어지는 우리가 모르는 신기하고도 신비한 이야기가 책 속에 가득하다. 비단 술 이야기만 하는 책은 아닌 듯싶다. 챕터 말미에는 당시에 찍은 술과 사람들 사진이 나오는데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 나도 나만의 스피릿 로드를 떠나고 싶다. 내 발목을 붙들고 늘어지는 현실을 내려다보니 입 안이 쓰다. 달콤한 모스카토나 한잔 해야겠다. 내세울 건 없겠지만 나만의 스피릿 로드를 찾아 만들어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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