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뱃살과의 전쟁 - 몸 좀 되는 남자들 전성시대
우에모리 미오 지음, 이소영 옮김 / 스타일조선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고등학교 때 나는 매우 날씬했다. 당시에는 내가 말랐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나 돌이켜보면 내 인생에서 제일 날씬했던 시기가 아닐까 싶다. 160cm에 몸무게가 미달이라 헌혈이 못할 정도였다면 말 다 했겠지. 하지만 얼굴이 너무 통통해서 사람들은 내가 마른 줄 몰랐다. 나는 항상 그 사실이 불만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배부른 소리다. 내가 고등학교 때 배꼽티가 유행이었는데 배가 보일 듯 말 듯 한 짧은 티를 입으면 사람들은 몰랐는데 엄청 날씬하다고 감탄을 했었다. 안타깝게도 내 몸은 대학교 입학한 후 몇 년 후 급격히 찌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때보다 20kg넘게 쪘는데 나를 가끔 보는 사람마다 '너 좀 살쪘지'라고 물어봤다. 고향집에 내려가면 올 때마다 살 쪄있는 나를 보고 '저래서 사람구실 하겠나.' 엄마는 이렇게 속앓이를 하셨단다. 원인은 뻔하게도 폭식과 폭음 그리고 운동부족이었다. 신기하게도 이렇게까지 살이 쪘을 때도 나는 배가 나오지는 않았다. 배가 나오지 않아서 내가 살이 쪘는지 스스로는 몰랐는지도 모르겠다. 우스운 건 나는 내가 뚱뚱할 때는 '이 정도로 몸매가 좋으면 되지, 뭘.'이라며 안주를 하고 날씬할 때는 ' 이 정도로는 부족해.'라며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사실이다. 고로 나는 내 몸매에 만족할 때는 아이러니하게도 뚱뚱할 때라는 거다. 대학교 때 쪘던 살을 다시 빼는 데 일이년은 걸린 듯하다. 나는 급작스럽게 살을 빼는 걸 못한다. 조금씩 노력하니 어느새 다시 날씬해져있었다. 날씬했다가 토끼님과 사귄 후 맛있는 음식을 너무 많이 먹은 나머지 다시 10kg가 쪘다. 예전에 수월하게 입었던 옷이 맞지 않는 걸 발견하고 내 뇌에서 비상벨이 울렸다. 이러다가는 다시 뚱뚱해지겠어. 이런 경고를 눈치 채지 못했다면 아마 나는 '이 정도면 훌륭하지, 뭐.'라며 자기 합리화로 지방을 향해서 달려갔겠지. 세상에 맛있는 음식이 정말 많은데 날씬한 몸을 유지하기는 힘들다. 나는 5시까지 일을 하고 6시반 부터 9시까지 운동을 한다. 1시간 반 정도 걷고 30분 근력운동으로 마무리한다. 너무너무 피곤해서 쉬고 싶은데 살찌는 게 겁이나 지친 몸을 이끈다. 가끔 이게 무슨 짓인가 싶어 울적해지기도 한다. 누굴 위해서 나는 이토록 몸부림치고 있는 걸까. 나는 내가 당당했으면 좋겠다. 몸에 살이 붙으면 나는 침울해지고 소심해지고 나중에 우울의 늪에서 허우적거린다. 때문에 나는 운동을 한다. 내 젊음은 길다. 그 길을 얼굴을 들고 당당히 걷고 싶다. 하지만 이렇게 운동을 열심히 하는데도 불구하고 서른이 넘으니 나오지 않았던 배가 나오려고 한다. 배가 전혀 나오지 않고 탄탄했을 때는 몰랐는데 배가 나오면 다른 부분이 아무리 날씬해도 옷태가 나지 않는다. 도대체 왜 내 배는 들어가지 않을까, 무엇이 문제일까.

  몸치, 운동치였던 저자는 슬림한 옷을 입기 위한 일념으로-우리의 이유와 같아서 친근함마저 느껴 진다- 다이어트를 시작해서 피트니스클럽강사를 거쳐 건강운동지도사로 활공하고 있다. 책의 요지는 간단하다. 안 잠기던 바지 단추를 잠그는 느낌으로 배를 쑥 집어넣는 '드로인 뱃살운동'을 실천하자는 것이다. 그러면 근육의 형상기억 호과로 둘레가 줄어들고 이 동작을 여러 번 반복하는 동안 지방이 연소되고 마지막으로 몸이 열량을 소비하기 쉬운 체질로 바뀐다는 것이다. 간단해 보이지만 어렵다. 모든 운동이 그렇듯 바른 자세를 유지하기가 여간 힘들지 않다. 책에 제시된 대로 벽에 차렷 자세를 하고 서있으면 몸이 불편하고 어색해서 어쩔 줄 몰라 한다. 또한 드로잉 뱃살 운동을 할 때 어깨에 힘을 푸는 게 좋다는 둥 주의점이 나와 있는데 그 중 하나만 고치려고 집중해도 자세가 흐트러진다. 그동안 나는 몸을 형편없이 쓰고 있었나보다. 갑자기 반성이 든다. 바른 자세만 유지해도 살이 빠진다는 말은 얼핏 들었다. 책에는 자세 교정 방법과 드로인 운동의 이론과 효과가 알기 쉬게 나와 있다. 뿐 아니라 배에 살이 찌는 이유, 일반 다이어트의 허와 실, 체형별 뱃살 빼는 법 등이 자세히 나와 있다. 더불어 일부러 시간을 내지 않고 일상생활에서 하는 운동법과 좀 더 강한 운동을 원하는 분들을 위해 누워서 하는 운동법까지 나와 있어 알차다. 책을 읽으면서 간단한 자세를 실천하고 있는데 기분 탓인지는 몰라도 뱃살이 훌쩍 들어간 것 같다. 바른 자세가 나쁠 일이 없으므로 앞으로도 계속 꼿꼿한 자세를 유지하며 드로인 뱃살 운동을 할 생각이다. 자, 여러분- 할 수 있을 만큼 배에 힘을 꽉 줘 보자.  요새 다이어트 책이 우후죽순으로 나오고 있다. '하루 한 끼를 먹어야 한다. 아니다, 하루 다섯 끼를 먹어야 한다. 이렇게 운동해라. 아니다, 저렇게 운동해라.' 설왕설래다. 다들 나름의 이론과 확신을 안고 있다. 어떤 의견이 옳다고 믿어 확신하기보다는 자기에게 맞는 법을 찾아가기 위한 지침서쯤으로 활용하는 게 현명하지 않을까 싶다. 그동안 읽은 다이어트 책 중 내 마음에 와 닿는 말이 제일 많이 나온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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