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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 제1회 문학동네신인작가상 수상작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00년 9월
평점 :
절판
나라는 존재가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 특별한 목적과 가치를 위한 것이 아니고 단지 이 세상에 툭 던져진 것이라는 인식은 참으로 씁쓸하다. 애초부터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 세상에 던져져서 살아보니 내 뜻대로 되는 일도 별로 없다.
나를 일상적으로 조여오는 모든 조건들이 나의 의지로 선택한 것은 하나도 없다. 나는 도대체 누구의 의지로 지금 살아가고 있는 것인가?
이런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지던 사춘기 즈음에, 태어난 것이 내 의지가 아니었다면 죽는 것 만이라도 나의 선택의 문제로 만들고 싶다는 열망을 가진 적이 있다. 십대에는 평균수명 칠십은 너무나도 끔찍할만큼 긴 시간이었고 스무살을 넘어 어른이 된다는 것 조차도 아득할 때였으니까..
그래서 살기위해 아득바득하는 것보다는 굵고 짧게 아름답게 죽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그런 생각을 했었다. 그와 동시에 많은 괜찮은 아티스트들이 서른이 되기전 자살 또는 요절했다는 사실에 매혹되기도 했다.
이 책은 삶이 지리멸렬하고 쓰잘데기없이 길기만 할 때 간결하게 축약할 수 있는 자살에의 유혹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자극적이고 재미있으며, 그림에 대한 적절한 인용과 해설, 나이브한 섹스에 대한 묘사 등이 아주 짧은 시간에 책을 읽게 만든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일상에서 시도하지 못하는 많은 것들을 대신 경험하는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