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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를 건너다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우리는 일상에서 수많은 상황을 맞닥뜨린다.
그중에 어떤것이 자기 장래에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될지 현재로서는 알길이 없다. 다시말해 '지금 이 순간'이 어떠한 미래로 이어질지 모르는 상태로 그때그때 선택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544p 옮긴이의 말중..)
선량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인 [다리를 건너다]를 읽으며 헤매기 시작했다.
너무도 잔잔하고 소소한 사건들을 마주하고 해결하는 사람들과 무슨 이야기를 하고싶은 건지 아무것도 모른채 그냥 읽어나갔다.
총 4장과 에필로그로 이루어진 구성들은 어디에서나 볼수있는 부부들과 가족들이 나오며 그들의 일상도 그닥 특별할것 없는것 같았다.
봄,아키라는 맥주회사에서 영업과장으로 안정된직장과 갤러리에서 일하고 있는 아내 아유미, 조카 고타로와 함께 살고 있다.
옛연인인 마샤와의 불륜관계를 이어오던중 어느날 수상한 물건들이 배달되면서 잔잔한 그의 일상이 흔들리게 된다.
여름,아쓰코는 도의원 히로키와 결혼해 다이시라는 아들하나 두고 부족함없는 일상을 살고있다.
도의회 성희롱 야유사건의 범인이 자신의 남편일까봐 불안해 하고 친구에게 사업을 입찰시키기위해 뇌물을 받는 모습까지 목격한다. 다이시의 수영학원에 같이다니는 아야짱의 엄마와 수영코치의 불륜까지 목격한다.
가을, 열정 가득한 보도프로그램을 만드는 텔레비젼 방송국의 감독인 겐이치로.
복제인간에 관심이 많던 그는 ips세포를 이용해 복제인간을 만드는 연구중인 사야마교수의 취재를 하는중 한달후 결혼할 예정인 연인의 불륜을 알게된다.
겨울, 70년후 미래의 세계. 사람과 로봇, ips세포로 만들어진 '사인'과 함께 건조하고 삭막한 일상이 그려진다.
3장까지 단편인가 싶을정도로 서로 상관없는 이야기 전개같았지만 4장에 와서는 이소설들의 연결고리가 하나씩 드러나면서 읽는내내 가라앉았던 감정들이 널을 뛰기 시작했다.
도의회 성희롱 야유사건이나 ips세포를 이용한 복제인간연구, 등장인물들의 불륜, 말랄라씨의 노벨상수상등 소소하고 크고 작은사건들이 '나비효과'처럼 미래의 세계에 그들의 삶과 더불어 자손들의 삶까지 변화를 주는 모습이 4장에서 전개되어진다.
또한 작가는 이소설에서 '부조리'에 대한 사람들의 잣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자신은 불륜을 저지르면서 고등학생인 조카 고타로 의 성생활을 지적하는 아키라,
남편의 비리와 부정부패한 모습에는 외면하지만 시사잡지사의 역활에 대해 비판하는 아쓰코,
올곧은 성격으로 정의롭고 열정적인 다큐프로를 제작하지만 연인의 불륜에 돌이킬수 없는 일을 저지르는 겐이치로.
그들을 통해 사회에서 행해지는 부조리에 대해선 비판과 날을 세우지만 자신들의 개인적 부조리에 대해선 관대함과 합리화를 시키는 사람들의 일상을 보여주고 있다.
나는 이 소설을 통해 '요시다 슈이치'란 작가의 책을 처음 읽어봤는데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작가인 만큼 잔잔한 글속에 뼈가 있는 문장들로 공감될때가 많았고 읽고난뒤 긴여운을 남기는 문장들로 잔잔한 감동을 받았던 시간들이었다.
'한 명의 아이, 한 명의 선생님, 한 권의 책, 그리고 한 자루의 펜으로도 세계를 바꿀수 있다'(276p)
'올바른 녀석은 설령 자기가 잘못된 일을 해도 그게 옳다고 굳게 믿어버린다.
넌 옳아. 그리고 올바름은 오만이야'(322p)
'그때 바꿨으면 좋았을 거라고 누구나 생각한다.
그런데 지금 바꾸려 하지는 않는다.'(491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