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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
임재희 지음 / 작가정신 / 201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에서부터 뭔가 쓸쓸한 향기가 느껴졌었다. 가을도 아닌 초겨울의 스산함을 품고 있는 소설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읽기전에 했던것 같다.
임재희 작가의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는 이정표를 잃어버린 사람들. 외롭고 삶이 불안정한 사람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이민자들의 이야기다.
내나라를 떠나본적 없는 내겐 이민자들의 삶의 애환을 온전히 이해하기란 쉽진 않지만 어릴적 아메리칸드림을 품고 자본주의 표상이자 기회의 땅 미국에 이주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매체들을 통해 봤던 기억들이 남아있다.
입양을 통해 다른 나라로 팔리듯 가버렸던 아이들, 더나은 삶을 꿈꾸며 떠나간 사람들, 결혼을 통해 낯선 나라에서 둥지를 튼 이들, 영상속엔 저마다의 사연들을 가진 그들의 삶은 녹록치 않아 보였다.
남편과 이혼후 다른언어를 찾아 미국으로 이주한 꽃집여자 세레나와 자신의 이름의 얽힌 이야기를 하는 입양아 압시드, 꿈에 그리던 하와이 마노아에 살게 되면서 불안한 심리를 겪는 부부의 이야기는 타국으로 건너가 온전히 속하지 못하고 부유하는 사람들의 삶을 그려내고 있다.
또 한국으로 돌아온 이들의 이야기와 안주하지 못한 마음을 가진 떠나본적 없는 이들의 소통하지 못하는 언어와 집단속에서 느끼는 소외감을 9편의 단편속에 담아냈다.
도시의 불빛이 희미하게 깜박였다. 모든 것이 흐릿한 가운데 그녀의 의식만이 분명했다. 한국도 미국도 아닌 현재 서 있는 곳이 그녀가 존재하는 곳이었다. 딱히 공간성도 시간성도 없는 원초적인 그리움 같은 게 뭉실뭉실 피어오르다 사라졌다. (34p 히어 앤 데어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를 읽다보니 갓 결혼을 할때가 생각이 났다. 나름 대식구라 할수 있는 시댁에 모일때마다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던 그때. 유난히 모난 성격과 사람들과 어울리는것 조차 어색해하던 나는 낯선 사람들과 낯선 장소에서의 새로운 삶이 꽤나 고단했었다.
오랜시간 가족이란 테두리안에 쌓인 그들만의 추억이야기들은 도통 알아들을 수 없고 결혼이라는 명목아래 가족이 되어버린 나랑은 상관없는 사람들과의 겉도는 듯 한 대화와 어느 공기하나 편한지 않았던 그때의 나는 가족이란 경계밖 주변인의 감정을 느끼고 있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든다.
이민자의 삶을 살았던 작가의 경험때문일까? 그들을 향한 애착 가득담은 시선과 경계인이자 주변인의 고독한 삶의 냄새가 눅진하게 베어있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