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레 사진관 - 상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네오픽션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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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영화 '화차'을 만든 변영주감독의 기사를 접하고서 미야베 미유키라는 작가를 알게된것 같다.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한편을 우연히 읽고선 바로 서점으로 달려가 두세편을 더 구입했다는 그녀. 도대체 어떤 글을 쓰는 작가길래라는 궁금증에 영화의 원작인 화차를 읽었고 이유없이 생겨난 팬심은 아니었구나 싶었다.
독서덕후들 사이에 일명 미미여사로 통하는 그녀의 신간 [고구레 사진관]은 미스터리한 전작들과 조금은 다른색을 입은 소설이 아닐까란 생각이들었다.
미스터리 특유의 긴장감과 속도감보단 오컬트와 휴먼이 담긴 성장소설같은 느낌의 책이라고나 할까.

소설의 이야기는 하나비시 가족이 '고구레 사진관'으로 이사를 오면서 시작된다.
오래된 고가인 고구레 사진관 건물을 수리하며 살게된 하나비시가족. 괴짜인 부모님과 여덟살의 나이답지 않는 똑소리나는 동생 피카짱과 주인공 에이이치는 밝고 화목한 가정이지만 어릴적 여동생을 잃은 아픔도 가지고 있다.
괴짜 아버지가 사진관 간판을 그대로 걸어 놓게 된 덕분에 심령사진에 얽힌 사건들을 마주 하게되는 에이이치는 친구인 탄짱과 덴코의 도움을 받아 하나둘 해결해나간다. 

의문의 심령사진에 얽힌 숨은 사연들을 끄집어내는 형식으로 미스터리한 이야기가 전개 되고 있지만 하나의 포커스로 맞춰지진 않는다. 그렇기에 더욱 다양한 재미를 느낄수 있었다. 규칙을 어긴다는 이유로 순식간에 핸드폰을 낚아채서 숨겨버리는 엉뚱한 아버지와 독특하고 태평한 성격으로 이상한 사람이라는 풍문까지 들었던 엄마. 형인 자신보다 친구인 덴코를 더 잘따르는 동생까지 사랑스런 가족들의 에피소드가 소설 곳곳에 따뜻하게 그려진다. 

열여섯살 주인공 에이이치는 건조하다 못해 츤데레같은 성격을 갖고 있는 듯 하지만 상대방을 배려하며 작은것 하나까지 세심하게 신경써주는 따뜻한 마음을 지닌 아이다. 어쩌면 그런 성격때문에 우연히 자신이 갖게된 심령사진을 내치지 못하고 사진속 사연들에 얽힌 사람들의 풀리지않던 해묵은 감정과 오해들을 매듭짓는 역할을 자처한게 아닌가싶다. 그로인해 조금씩 성장해 가는 에이이치의 모습도 그려진다.

따뜻한 시선과 마음을 울렁이는 작가의 감성이 느껴지는 소설이다. 
디지털시대에 밀려버린 오래된 사진관. 마음이 찍히는 사진들. 죽은 옛주인인 고구레의 유령이 나타는다는 소문과 기괴한 심령사진등. 기묘한 사진에 얽힌 사람들의 다양한 사연들과 가족의 소중함을 담은 [고구레 사진관]의 온기로 쌀쌀한 가을추위를 달래준 시간이었다.

미타 가가 있던 자리에 섰을 때, 에이이치는 분명히 느꼈다. 그 사진은 허황된 거짓말이 아니다. 과거의 한순간을 살았던 누군가에게는 실재했던 현실의 기록이다. 설령 거기에 별난 현상이 찍혀 있다고 해도 그것 역시 과거의 일부다. (28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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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아이를 차로 치고 말았어
그렉 올슨 지음, 공보경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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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 소설을 읽으며 콧등이 시큰했던건 두가지 이유때문이었다. 자신의 전부라여겼던 사랑스러운 아이의 실종으로 힘들어하는 엄마의 모습과 우연한 사고로 친하게 지내던 이웃의 가족을 망가뜨리고 있다는 죄책감에 고통스러워하는 한 여인의 모습때문이다. 두아이의 엄마로 내아이가 없어졌다면이란 생각을 나도 모르게 해본것 같다. 자신의 부주의로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의 마음을 어찌 섣불리 이해하고 공감한다 할 수 있을까. 
제목을 보면 누구든 궁금증과 호기심이 생길법한 [이웃집 아이를 차로 치고 말았어]는 우연한 교통사고가 예기치 못한 비극을 불러오는 심리스릴러 소설이다.

변호사시험이 있는날 늦잠을 자버린 리즈는 각성제를 먹고 서둘러 나가다 옆집 네살 아이인 찰리를 차로 치고 만다. 당황한 리즈는 어찌 해야할지 모를 두려움에 쓰러진 아이를 방수포에 싸서 차고에 놓는다. 남편인 오웬과 함께 방수포에 쌓인 아이를 유기해버리고 사건을 은폐하려한다. 절망에 빠진 찰리의 엄마인 캐롤을 보면서 죄책감에 괴로운 리즈. 경찰의 수사로 인해 리즈는 약과 알콜에 의존하게되고 남편과 갈등의 골이 깊어진다.

소리 없는 비명만큼 고통스러운 것은 없다. 리즈는 그 고통을 고스란히 받아야 마땅했다. 그녀는 지구상에서 가장 혐오스러운 생명체였다. 찰리의 사인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단순히 사고였으니 어쩔 것인가? 리즈는 부주의함과 나약함으로 소년을 죽였다. 뒤로 물러나 자신을 구하려던 일이 헛된 짓임을 미리 알았다면 시도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리즈는 시도를 했고, 그 결과 단단한 올가미에 목이 걸리고 말았다.(371p)

순간의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된 리즈에게 불어닥친 비극. 찰리의 실종사건으로 서로를 원망하며 싸움도 하면서 점점 망가져가는 두 가족의 모습이 그려진다.
성공에 대한 욕망이 가득한 남편 오웬은 자신의 성공에 방해가 될까봐 전전긍긍하며 이기적인 면모를 보이며 결국 자수하고자 하는 아내에게 협박까지 하게 된다. 교통사고를 일으킨 리즈보다는 그녀의 남편인 오웬이란 인물이 어찌보면 이 비극적인 사건의 기폭제 역할을 하는게 아닐까싶다.
하루하루 엉망으로 변하는 리즈를 보면서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어리석으면서도 안타깝다.
잘못을 숨기려고 거짓말을 하고 거짓말을 숨기려고 또 거짓말을 보태야만 하는 그들의 생활은 결코 사건이전의 평온한 삶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
고통스러워하는 인물들의 내밀한 심리묘사 덕분에 함께 울고 함께 아파하면서 술술 읽어내려간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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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사각 드로잉 - 일러스트레이터 메그의 마카 드로잉 클래스
메그 지음 / 비타북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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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그림을 잘그렸던 대학친구의 한번에 쓱쓱 편하게 그리는 모습을 보면서 어찌 저렇게 쉽게 그릴수 있을까란 생각을 한적 있었다.
마카의 굵은선과 두꺼운선을 절묘하게 잘 이용해가면서 단번에 그리는 친구모습에 괜히 주눅들기도 했었다. 거기다 요즘은 귀여운 삽화나 일러스트를 그리는 사람들을 보니 나도 한번 꼭 배워보면 어떨까란 생각도 했다.
[사각사각 드로잉]은 인스타에서 수만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인기일러스트작가의 국내 최초 마카 드로잉 수업책이다.
무심한 듯 단순한 듯 그려내는 마카드로잉의 매력은 그림에 소질이 없는 사람까지 쉽게 따라그릴수 있다는 것이다. 

그림을 그리기전 마카 드로잉에 필요한 기본적인 준비물을 소개하는데 작가가 주로 직접 쓰고 있고 대형문구점이나 화방, 온라인에서 쉽게 구비할 수 있는 도구들이다.
선명한 자국이 남거나 잉크의 번짐속도가 빠른 마카의 특성상 익숙하게 다루기까지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책의 시작 페이지에 초보자들을 위해 유용하게 쓰일 몇가지 작가의 팁이 담겨있다.

4개의 챕터로 나뉜 첫번째 챕터에선 주변에서 흔히 볼수 있는 친숙한 주제의 사물들로 드로잉 수업을 시작한다. 순서대로 그리는 방법을 그림과 함께 자세히 설명되어 손쉽게 따라 그릴수 있다. 명암에 신경쓰지 않고 마카의 선명한 색감 그대로 다양한 과일을 그릴수 있어서 예쁜 일러스트그림에 관심있어 하는 중학생 딸아이도 재미있게 따라 그릴수 있었다.

두번째 챕터에서는 사물이 있는 공간을 그리는 방법이 소개되는데 배경이 들어간 그림이니 만큼 훨씬 더 풍성한 그림을 그릴수 있는 수업이 될듯하다.
그림을 그리기 어려워하는 것중 하나인 사람그리기가 두번째 챕터에서 나오는데 색이 연한 순서대로 단순한 사물보다는 좀더 디테일한 표현을 할수 있도록 알려준다.
무엇보다 배경이 들어간 그림을 두 세개의 영역을 나누어 화면전체를 계획있게 차근차근 그려나갈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어 도움이 될듯 하다.

풍경이나 건물을 그리는 것이 기초드로잉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꽤 어려운 난이도겠지만 자세한 채색 순서와 색의 조합, 또 그림마다 팁이 달려있어 좀더 수월하게 그릴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가 많은 작가의 감성가득한 그림과 화면가득한 자세한 설명들. 한장한장 책을 따라 그리다보면 아기자기한 사물에서 부터 힐링가득한 여행지의 풍경까지 담아낼수 있는 예쁜그림을 완성할수 있을것 같다.
소장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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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더 포스 1~2 세트 - 전2권
돈 윈슬로 지음, 박산호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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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맨해튼 북부 특수수사대 데니 멀론은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마초경찰이다. 누군가에겐 영웅이고 또 누군가에겐 악당같은 경찰. 영웅경찰의 아들이자 최고 엘리트팀 소속 베테랑 경사.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그의 교도소 수감 모습으로 돈 윈슬로의 [더 포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데니 멀론이 사랑한 도시이자 자신의 관할구역인 맨해튼 북부지역에서 어릴적 소꿉친구인 루소, 거대한 몸집을 가진 흑인 몬티와 젊은 경찰 빌리와 함께 마약사건을 해결하는 멀론. 
하지만 그와 그의 동료들은 마약소굴을 소탕하고 난뒤 각자의 몫으로 헤로인을 숨기게 된다.

미국 경찰이 등장하는 영화를 보면 빠지지않는 범죄중 마약상에 대한 이야기를 흔히 볼수있어서 그런지 범죄영화 한편 보는 느낌이다.
거기다 부패경찰의 등장이 다소 신선하진 않다.
하지만 촘촘하게 짜인 사건들과 그안에서 활약하는 개성 강한 주인공 멀론이란 캐릭터는 매력적이다.
백인경찰로 자부심이 강하고 경찰이란 조직안의 의리와 체포한 마약상들의 돈을 빼돌리며 사법계까지 연류된 부패경찰의 모습을 한 그의 뒷면엔 사람들을 보호하고자 하는 마음과 아버지와 같은 좋은 경찰이 되고싶은 마음을 갖고있다. 무엇보다 연방요원들에게 자신의 약점을 잡혀 어쩔수 없이 밀고자가 되어 갈등하는 멀론을 통해 비리경찰의 몰락을 그려냈다.
결국 흑인청년을 향한 경찰의 총격사건으로 인해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만연했던 뉴욕시에 폭동이 일어난다.
순식간에 읽어버린 소설인 [더 포스]에는 현대판 경찰 느와르라고 할 수 있을만치 장대한 스케일과 술술 읽히는 가독성에 한편의 영화로 제작되어도 좋을 듯 싶다.
반전이 기다리고 있던 결말. 멀론의 뒤늦은 후회는 안타깝지만 그를 이용하려는 권력자들에게 날린 한방은 통쾌했다.

경찰들은 피해자들을 동정하고 범인들을 증오하지만 피해자들에게 너무 감정 이입하면 일을 제대로 할 수 없고, 범인들을 너무 증오하면 스스로가 범죄자가 되어버린다. 그래서 그들은 껍데기를 만들어낸다. 즉 '우리는 모두를 증오한다'라는 분위기를 3미터 떨어진 사람들도 느낄 수 있게 뿜어낸다.(5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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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
임재희 지음 / 작가정신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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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부터 뭔가 쓸쓸한 향기가 느껴졌었다. 가을도 아닌 초겨울의 스산함을 품고 있는 소설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읽기전에 했던것 같다.
임재희 작가의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는 이정표를 잃어버린 사람들. 외롭고 삶이 불안정한 사람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이민자들의 이야기다.
내나라를 떠나본적 없는 내겐 이민자들의 삶의 애환을 온전히 이해하기란 쉽진 않지만 어릴적 아메리칸드림을 품고 자본주의 표상이자 기회의 땅 미국에 이주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매체들을 통해 봤던 기억들이 남아있다.
입양을 통해 다른 나라로 팔리듯 가버렸던 아이들, 더나은 삶을 꿈꾸며 떠나간 사람들, 결혼을 통해 낯선 나라에서 둥지를 튼 이들, 영상속엔 저마다의 사연들을 가진 그들의 삶은 녹록치 않아 보였다.

남편과 이혼후 다른언어를 찾아 미국으로 이주한 꽃집여자 세레나와 자신의 이름의 얽힌 이야기를 하는 입양아 압시드, 꿈에 그리던 하와이 마노아에 살게 되면서 불안한 심리를 겪는 부부의 이야기는 타국으로 건너가 온전히 속하지 못하고 부유하는 사람들의 삶을 그려내고 있다.
또 한국으로 돌아온 이들의 이야기와 안주하지 못한 마음을 가진 떠나본적 없는 이들의 소통하지 못하는 언어와 집단속에서 느끼는 소외감을 9편의 단편속에 담아냈다.

도시의 불빛이 희미하게 깜박였다. 모든 것이 흐릿한 가운데 그녀의 의식만이 분명했다. 한국도 미국도 아닌 현재 서 있는 곳이 그녀가 존재하는 곳이었다. 딱히 공간성도 시간성도 없는 원초적인 그리움 같은 게 뭉실뭉실 피어오르다 사라졌다. (34p 히어 앤 데어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를 읽다보니 갓 결혼을 할때가 생각이 났다. 나름 대식구라 할수 있는 시댁에 모일때마다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던 그때. 유난히 모난 성격과 사람들과 어울리는것 조차 어색해하던 나는 낯선 사람들과 낯선 장소에서의 새로운 삶이 꽤나 고단했었다.
오랜시간 가족이란 테두리안에 쌓인 그들만의 추억이야기들은 도통 알아들을 수 없고 결혼이라는 명목아래 가족이 되어버린 나랑은 상관없는 사람들과의 겉도는 듯 한 대화와 어느 공기하나 편한지 않았던 그때의 나는 가족이란 경계밖 주변인의 감정을 느끼고 있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든다. 

이민자의 삶을 살았던 작가의 경험때문일까? 그들을 향한 애착 가득담은 시선과 경계인이자 주변인의 고독한 삶의 냄새가 눅진하게 베어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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