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살인사건 - 검안을 통해 본 조선의 일상사
김호 지음 / 휴머니스트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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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만들어낸 사회속에서는 별의별 사건들과 범죄가 생기기 마련이다. 충격적이고 흉악한 사건들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연쇄살인범들이나 싸이코패쓰들. 그들을 상대로 나날이 발전해가는 첨단 과학수사까지. 아름다운 모습으로 사이좋게 살았으면 더없이 좋겠지만 다양한 사람들이 더불어 사는것만큼 사건소식이 끊이지 않는 요즘이다.

그 옛날 100년 전 조선시대 사람들의 살인사건들은 어떻게 수사했을지 궁금증을 일으키는 제목의 [100년 전 살인사건]. 조선시대판 CSI라 할수 있는 영화 <혈의 누>와 드라마 <별순검>을 통해 조선시대 살인사건은 낯설지 않게 봐왔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허구의 이야기다.
실제 기록으로 남아있는 [100년 전 살인사건]은 현재 규장각에 남아있는 500여 종의 검안을 통해 조선시대의 살인사건을 이야기한다. 살인사건이 발생하면 조사관이 현장에 파견되어 시신을 검시한 결과와 관련자들을 취조한 내용을 기록한 문서인 '검안'에는 그옛날 사람들의 삶이 그대로 녹아있다.

남편에게 구타와 목이 졸려 살해당한 부인과 혼자사는 과부, 잘못된 소문으로 나병환자들에게 표적이 되는 아이들, 양반에게 강간과 겁탈을 당하고 잔인하게 살해당하는 아낙네들까지 약자들이 범죄에 표적이 되는것은 그옛날에도 지금과 크게 다르지않는 모습이다.
지배세력의 중심에 있는 남자들에 비해 가정폭력에 시달리기도 하고 무고사건에 이용되기도 하며 추문에 휩싸여 자살을 택하는 등 이중고를 겪는 하층민의 여인들. 검안속에는 아이들과 여성들이 살인사건의 피해자의 모습으로 기록되어있다. 또한 개인이 저지른 살인뿐 아니라 마을집단이나 지방의 양반 가문이 엮인 살인사건도 그려져 있다.

죽은 여인의 얼굴색은 푸르기도 하고 붉기도 하고 누르기도 하고 희기도 했다. <증수무원록언해>에서 '피타사(구타당한 후 죽은 사람의 시체)' 에 대해 설명한 부분과 너무도 흡사한 시반이 나타난 것이다. 또한 정수리 왼쪽에 피부가 벗겨져 나간 부위가 눈에 들어왔다. 무언가로 맞은 흔적이 분명했다. 타살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37p)

무엇보다 이 책의 흥미로운 점은 타살을 밝히는 기술이다. 사건 발생지역의 군수가 1차 조사관인 초검관, 초검관의 요청을 받은 인근 군수가 2차 조사관인 복검관으로 통상적인 2차례 조사를 한다. 사건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을시 다섯번의 조사관이 조사를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한다.그럴땐 재판소의 판사가 사건을 잘못 조사한 조사관들에게 징계나 감봉을 내린다.
의학이 발달되지 않은탓에 해부보다는 시신의 외상과 피부에 나타나는 시반을 면밀하게 관찰하고 관련자들의 취조내용을 구어체로 기록하기도 하며 법의학 지침서인 <증수무원록언해>을 통해 과학적 이론에 근거하는 수사기법을 활용하기도 한다.
여러사람을 통한 반복적인 수사로 공정성을 기하고 죽은자의 억울함까지 풀어주고자 엄중한 수사를 하겠다는 당시의 의지가 책속에 담겨있다.

100여 년 전 이 두 사람은 한결같이 '도리와 인정'을 내세워 상대방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그러나 인간으로서 차마 할 수 없는 일에 분노해 떨쳐 일어났다는 이들이 어느순간 '차마 할 수 없는 일'의 경계를 넘어섰고, 그 순간 스스로 내세웠던 정의가 무력해졌다. 폭력은 단지 폭력에 불과한 것이 되고 말았다. 인간다움을 지키기 위한 폭력이란 애초에 가능하지 않은 것인지도 모른다. 살인은 그 자체로 '인간으로서 차마 할 수 없는일'이기 때문이다. (321p)

범죄를 다루는  경찰과 법의학관련 드라마나 영화들을 보면서 과학수사에 대한 이야기는 늘 흥미로웠다. 더군다나 이책은 100년 전 조선시대 살인의 역사가 담긴 실제 기록을 바탕으로 쓴 책이기에 더욱 재미있게 읽은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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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 - 혼자여서 즐거운 밤의 밑줄사용법
백영옥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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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여서 즐거운 밤의 밑줄 사용법>이란 부제를 한참을 되뇌어 보았다. 밤을 좋아했던 20대와 아이들이 어렸을적 정신없는 하루를 보낸뒤 밤의 고요함이 주던 편안한 감성을 즐기던 때도 있었던것 같은데. 밤이 주는 정적이 힘겨운 요즘이다. 

백영옥 작가의 [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란 책을 보며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감정을 추스르며 사는것이 일상이 되다시피한 내게 그냥 흘러넘치게 두는것이 가능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착한며느리와 좋은 아내, 엄마노릇까지 완벽하게 해내고 싶었던 마음. 새로운 사람들과의 가족이란 낯선감정을 시작으로 서로 다른 성격의 남자와 만나 맞춰가는 과정에서, 아이들이 성장하며 초보엄마의 서투른 감정까지, 아마도 스스로 감정의 수위를 조절하니라 꽤나 애를 먹었었지싶다.

만약 누군가 내 앞에서 울고 있다면, 흐르는 눈물은 그 사람이 나를 믿고 있다는 증거가 되기도 합니다. 때로는 약함을 내보일 수 있는 게 진짜 용기니까요. 가끔은 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 (95p)

그때의 나에게 이책을 들려줬더라면 작가의 말처럼 '힘 빼' 라는 말을 해줬더라면 삶에 부는 바람을 느낄 여유와 가족과의 소통과 성장들을 즐거운 마음으로 바라볼수 있었을까?
다독을 한 작가의 애정하는 시와 글귀들을 가만히 건네는 책속엔 상처받은 이들과 외로운 이들을 위한 위로의 마음이 흘러넘친다. 꾸미지 않은 덤덤하고 담백하게 다가 오는 작가의 문장이 참 좋다. 우울할때 밤이 주는 정적이 외롭게 느껴질때 또는 애쓰는 삶이 버거울때 마음이 힘든날에도 이 책이 생각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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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1
케빈 콴 지음, 이윤진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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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학창시절 할리퀸이란 로맨스 소설에 푹 빠져있던 때가 있었다. 사랑에 빠지는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가 사춘기 호르몬을 뿜어대던 시기 순정만화와 번갈아 열심히 읽어댔었다.
그런데 서양작가의 작품들을 번역한 소설인 할리퀸을 읽다보면 변하지 않는 규칙이 한가지가 있다. 평범한 여성과 재벌남자들 또는 최고의 스펙을 자랑하는 남주인공들이 사랑에 빠지는 일명 여주인공이 신데렐라가 된다는 이야기. 할리퀸소설의 묘미라 할 수 있다. 어린 그때의 나는 소설속 남자주인공들을 마음속 이상형으로 삼아 한동안 설레는 나날을 보내기도 한 듯 하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예쁘기만 하고 청순가련하면서 수동적인 모습만이 여성의 매력인줄 아는 여주인공들의 모습이 바보같다는 생각도 종종 했었더랬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비단 할리퀸에 나오는 여주인공만이 아니다. 동화속 신데렐라나 백설공주, 잠자는 숲속의 공주같은 백마탄 왕자를 기다리거나 선택받는 삶을 사는 여주인공은 흔히 보던바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에서 케빈 콴이 만들어 낸 그녀 레이철 추는 조금 다르다. 무엇보다 자존감이 높은 그녀. 중국태생이지만 미국에서 어머니와 단둘이 사는 레이철은 뉴욕대 경제학부 교수로 자유롭고 주체적인 삶을 사는 여성이다. 백마탄 왕자를 기다리고 의존하는 공주들과는 거리가 먼 캐릭터의 그녀가 싱가포르 최고의 재벌가문의 손자인 남자친구 닉영의 고향집을 가게 되면서 소설은 시작된다.
흔한 신데렐라이야기를 소재로 쓴 소설이라 특별한건 없었다. 하지만 동화나 영화에서 늘상 주인공을 꿰차고 있던 백인들이 아닌 동양인들이 주인공이 되어 펼쳐지는 이야기가 흥미롭다.
제목 그대로 미친듯이 돈이 많은 영가문과 그주변 가문들의 화려한 일상과 싱가포르라는 나라의 이국적인 정취를 물씬 느끼게 해주는 호화로운 주택들. 
영화상영까지 했던 원작소설이라 눈으로 읽는 볼거리가 풍성하다는 것도 소설의 재미를 더한다.

평범한 이로는 상상조차 힘든 부자들의 모습은 실제 작가와 지인들의 삶과 닮아 있다 한다. 
가문과 집안을 따지며 수준을 운운하고 막대한 돈을 투자한 럭셔리 결혼식과 파티들 우아한듯 오만한 사람들의 이야기. 하지만 생각보다 눈살 찌푸리게 만드는 막장같이 느껴지지 않는건 아마도 시종일관 유쾌하게 그려졌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책이 주는 유희가 많은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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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츠러들지 않고 용기있게 딸 성교육 하는 법 - 성교육 전문가 손경이의 딸의 인생을 바꾸는 50가지 교육법
손경이 지음 / 다산에듀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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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커가면서 인성교육보다 더 어렵게 느껴지는것이 성교육이었다. 빠른 성장을 하는 아이들에게 판에 박힌 성교육과 감추는 것이 미덕인 사회에서 자란 내가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더군다나 미투운동으로 올바른 성교육이 더욱 필요한 시기라 마음만 조급해진다. 어떻게 자연스럽게 얘기할 수 있을까? 아이 눈높이에 맞게 적당한 표현들은 뭐가 있을까? 이 불편한 마음을 어찌할지. 고민만 하다 보니 아이들의 성교육은 학교에만 미뤄놓은채 이제 큰아이가 중학생이 되어버렸다. 여전히 어려운 숙제같이 느껴지는 성교육. 
다산에서 출간된 저자 손경이의 [움츠러들지 않고 용기있게 딸 성교육 하는 법]은 아들 성교육의 중요성을 담은 [당황하지 않고 웃으면서 아들 성교육 하는 법]의 두번째 책이라 할수있다.

성교육 전문가로 여러 강의와 방송에도 출연한 그녀가 말하는 딸의 인생을 바꾸는 50가지 교육법에서 강조하는 것은 '주체성'과 '젠더감수성'이다. 성적 자기결정권의 범위를 넓힌 성적 주체성. 사회적 편견을 깨고 객체가 아닌 주체성을 가진 인간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딸은 여성스럽게 아들은 남자답게라는 사회의 기준에 따라 나뉘는 왜곡된 생각을 바로잡고 남성과 여성이 서로 존중하도록 올바른 젠더감수성을 키워줘야한다는 작가의 말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춘기 딸아이의 짧고 꽉 끼는 교복을 입고 불편함을 호소할때나 교복을 입지 않았던 학창시절 요일을 정해 치마입는 날을 만들었던 학교의 규칙에 치마를 싸가지고 다녔던 나의 불편함을 떠올리니 말이다. 

사춘기 시기를 거치고 있는 중학생 딸아이가 있기에 3부와 4부 사춘기 시기의 14가지 성교육과 사춘기 여자아이들의 질문에 대해 좀더 관심있게 읽은듯 하다. 2차성징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초경파티, 자위예절, 연애성적표, 성관계와 피임, 특히나 단한번도 생각해본적 없는 산부인과검진까지. 
아이들의 솔직한 질문들과 더 솔직하고 직선적인 그녀의 답변들이 조금은 당황스럽지만 이것이 또 요즘 아이들의 현실적인 모습이라 하니 부모인 나역시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함을 느낀다.
딸을 여성스럽게 키우는 시대는 지났다 한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가지 못하는 학교와 가정과 사회속에서 나는 어떻게 성에 대한 이야기를 아이와 나눌지 책을 통해 피드백을 받은 듯 하다.

아이의 자위행위를 끊으려 하지 마세요. 그보다는 자위행위에도 지켜야 할 일종의 예절이 있다는 점을 알려 주세요.(96p)

아들 부모님들은 당황하더라도 내심 '아들이니 그럴 수도 있지' 하고 생각하시는데 딸 부모님들은 '세상에, 우리 딸이 어떻게..'하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똑같은 자위인데도 말이에요. 이건 부모님들이 여성의 성적 행동을 죄악시하는 사회적 편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에요. 아이가 자위를 할 때 알려주어야 할 것은 자위 예절이지 죄책감이 아닙니다.(9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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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직장상사의 도시락을 싼다 - 런치의 앗코짱 앗코짱 시리즈 1
유즈키 아사코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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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주 일주일 동안 내 도시락을 싸주지 않겠어?"
"물론 사례는 할꺼야. 내 일주일 점심 코스와 바꾸기 놀이를 하자고." (본문중)

책을 읽기전 다른 사람을 위해 도시락을 싸본지가 언젠지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예전엔 소풍이라 불렀던 요즘의 현장체험학습에는 현장 식당에서 단체로 식사를 하고 주말부부인 관계로 남편과 아이들을 위해 손수 도시락을 싸본지는 언젠지 기억조차 나질 않는다.
직장상사를 위해 도시락을 싸기도 하고 그로 인해 여러가지 에피소드를 담은 소설 [나는 매일 직장상사의 도시락을 싼다]. 회사라는 집단속에서 관계를 맺는 사람들의 소통을 그린 소설속엔 맛있는 음식들이 등장한다. 

Yes밖에 할줄 모르는 미치코. 작은 출판사 영업부의 파견사원으로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는 그녀에게 직장상사인 앗코짱이 일주일동안 서로의 점심을 바꿔먹자는 제안을 하게된다. 4년을 사귄 연인에게 차인 바람에 의기소침해 있던 그녀는 평소 말걸기조차 어려운 상사의 제안을 거절 못한채 앗코짱을 위해 도시락을 싸기 시작한다. 
소설의 재밌는 점은 앗코짱이 매일 미션처럼 전해주는 봉투에 있다. 그속엔 점심값과 함께 점심메뉴와 가게지도가 담겨있는데 그곳에서 미치코가 만나게 되는 사람들과 앗코짱에 대한 소소한 이야깃거리가 다음날을 기대하게 한다.

타인의 요구를 그저 받아들이기만 하는 게 아니다. 스스로 적극적으로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은 마음이 솟구쳤다. 노라고 거절하기 전에 무언가 할 수   있을 것이다. 문득 어제 들은 사장의 말이 생각났다. 오사카의 청춘의 맛! (59p)

소설은 앗코짱과 미치코의 이야기가 두편의 단편에서 그려지고 나머지 두편의 독립된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독립된 이야기속에도 앗코짱과 미치코의 깨알같은 등장을 하고있지만 말이다.
무엇보다 전형적인 캐리우먼이자 츤데레성격을 가진 앗코짱의 캐릭터가 매력적이다. 영업이라는 경쟁속에서 인정받으며 자기관리도 잘하는 그녀는 고압적인 상사의 모습이지만 미치코의 성장에 자신의 방법대로 도움을 주는 따뜻한 인물이다.
누군가와 친해지려면 밥을 먹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음식이란것이 관계를 맺거나 소통을 이어주는 중요한 뚜쟁이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소설속에서도 소심한 미치코가 점식식사와 함께 만나는 사람들로 인해 조금씩 바뀌는 모습이 그려진다. 핫초콜릿으로 정사원과 파견사원들의 갈등을 해소시키고 채소와고기가 들어있는 따뜻한 스프로 환락가 거리 사람들의 쓰린 속을 달래주며 초를 다투는 일상속 바쁜 사람들의 허기를 채워준다. 

드라마 제작까지 된 앗코짱 시리즈중 하나인 [나는 매일 직장상사의 도시락을 싼다]. 문득 도쿄포토푀와 그녀의 신메뉴인 드라이 카레의 맛이 궁금해진다. 일본소설 특유의 잔잔한 감성이 묻어나는 소설이었다. 

도쿄포토푀

검은 고양이 이지와냐 여왕

드라이 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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