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1
케빈 콴 지음, 이윤진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80년대 학창시절 할리퀸이란 로맨스 소설에 푹 빠져있던 때가 있었다. 사랑에 빠지는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가 사춘기 호르몬을 뿜어대던 시기 순정만화와 번갈아 열심히 읽어댔었다.
그런데 서양작가의 작품들을 번역한 소설인 할리퀸을 읽다보면 변하지 않는 규칙이 한가지가 있다. 평범한 여성과 재벌남자들 또는 최고의 스펙을 자랑하는 남주인공들이 사랑에 빠지는 일명 여주인공이 신데렐라가 된다는 이야기. 할리퀸소설의 묘미라 할 수 있다. 어린 그때의 나는 소설속 남자주인공들을 마음속 이상형으로 삼아 한동안 설레는 나날을 보내기도 한 듯 하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예쁘기만 하고 청순가련하면서 수동적인 모습만이 여성의 매력인줄 아는 여주인공들의 모습이 바보같다는 생각도 종종 했었더랬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비단 할리퀸에 나오는 여주인공만이 아니다. 동화속 신데렐라나 백설공주, 잠자는 숲속의 공주같은 백마탄 왕자를 기다리거나 선택받는 삶을 사는 여주인공은 흔히 보던바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에서 케빈 콴이 만들어 낸 그녀 레이철 추는 조금 다르다. 무엇보다 자존감이 높은 그녀. 중국태생이지만 미국에서 어머니와 단둘이 사는 레이철은 뉴욕대 경제학부 교수로 자유롭고 주체적인 삶을 사는 여성이다. 백마탄 왕자를 기다리고 의존하는 공주들과는 거리가 먼 캐릭터의 그녀가 싱가포르 최고의 재벌가문의 손자인 남자친구 닉영의 고향집을 가게 되면서 소설은 시작된다.
흔한 신데렐라이야기를 소재로 쓴 소설이라 특별한건 없었다. 하지만 동화나 영화에서 늘상 주인공을 꿰차고 있던 백인들이 아닌 동양인들이 주인공이 되어 펼쳐지는 이야기가 흥미롭다.
제목 그대로 미친듯이 돈이 많은 영가문과 그주변 가문들의 화려한 일상과 싱가포르라는 나라의 이국적인 정취를 물씬 느끼게 해주는 호화로운 주택들. 
영화상영까지 했던 원작소설이라 눈으로 읽는 볼거리가 풍성하다는 것도 소설의 재미를 더한다.

평범한 이로는 상상조차 힘든 부자들의 모습은 실제 작가와 지인들의 삶과 닮아 있다 한다. 
가문과 집안을 따지며 수준을 운운하고 막대한 돈을 투자한 럭셔리 결혼식과 파티들 우아한듯 오만한 사람들의 이야기. 하지만 생각보다 눈살 찌푸리게 만드는 막장같이 느껴지지 않는건 아마도 시종일관 유쾌하게 그려졌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책이 주는 유희가 많은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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