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이웃 - 박완서 짧은 소설
박완서 지음 / 작가정신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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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이웃]은 고 박완서님의 첫 짧은 단편소설집이다. 70년대를 배경으로 써내려간 소설은 읽을수록 진부한 옛날 소설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내나이가 중년을 접어든 나이라 소설속 인물들의 삶의 모습이 낯설지 않기 때문일 듯 하다.
[나의 아름다운 이웃]은 제목에서 느낀것처럼 이웃들의 흔한 일상의 이야기다. 
소설을 읽으면서 박완서란 사람은 사람의 속내를 어쩜 이처럼 잘 표현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가끔은 해학적이고 인물들의 속물근성과 비틀어진 욕망을 꼬집는 그녀의 예리한 시선과 무엇보다 여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46편의 짧은 소설속엔 나와 내어머니의 이야기도 들어있어 읽을수록 공감이 된다.

혼기를 놓친 남녀들의 이야기나 결혼을 앞둔 사람들의 이야기인 [어떤청혼], [거울 속 연인들], [끊어진 목걸이]는 그들이 겪는 심리적 압박이나 주변의 시선들을 여과없이 담았고 내집장만을 위한 서민들의 애환을 담은 [아파트부부], [성공 물려줘]. 늦은 귀가로 가부장적인 남편이 현관을 걸어 잠궈 버려 화가난 유나의 짧은 가출을 담은 [삼박 사일간의 외출]은 나역시 신혼초에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인지 괜시리 웃음이 나왔다.
[열쇠 소년]의 맞벌이 부부는 하나뿐인 아들의 과외비를 벌지만 정작 아이는 부모의 정에 굶주린 상태로 끊임없는 수다를 떤다. 연이어 [열쇠 가장]과 [아파트 열쇠]는 아무도 없는 집에 열쇠를 열고 들어가 혼자서 지내는 아이와 가장의 모습을 그려 자본주의 사회속에서 소외되는 가족의 모습을 이야기한다.

서울내기인 아내는 양계장 우리 속에 밀집하여 배합사료로 토실토실 살이 찌는 육계를 보고도 아무것도 느끼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그게 아닌데, 닭다운 삶은 결코 그게 아닌데 하고 연민을 느낀다. 그것은 내가 닭다운 닭의 삶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들판을 헤매며 구박받으며 아무렇게나 자라는 토종닭의 삶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164p)

책머리에서 그녀가 이야기하는 창호지에 바늘구멍을 내고 엿본 세상엔 삶의 희노애락이 담겨있었다.
가끔은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 이야기가 주는 잔잔함에 위로를 얻을때가 있다. 고 박완서님의 자전적 소설과 산문집만을 접했던 내게 [나의 아름다운 이웃]의 짧은 이야기들은 따뜻한 온기를 느낄수 있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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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백년 가게
이인우 지음 / 꼼지락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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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위치한 역사가 오래된 가게들의 이야기를 담은 [서울 백년 가게]. 오랜역사를 이어갈수 있었던 가게들의 노하우와 탄생비화, 경영철학과 성공에 대한 이야기가 사진과 함께 담겨있다.
구석구석 숨은 역사를 품은 24곳의 다방, 냉면집, 대장간, 떡집, 소극장, 미용실등 다양한 모습의 가게들은 많은이들의 한결같은 사랑을 받고있다.
터줏대감처럼 오랜시간 서울이란 도시와 함께 지내왔을 가게들이 때론 삼대를 거쳐 이어가기도 하고 또 때론 형제와 단골손님으로 전통을 이어간다.

1대의 절박한 생존 투쟁이 2대에게는 현실을 버티는 뿌리가 되고, 3대에게는 미래를 떠받치는 기둥이 되고 있으니, 100년을 향한 동명 대장간 이야기는 이미 후편이 쓰이고 있는지 모른다. (100p)

책은 백년동안 이야기되어지는 가게들과 백년이란 시간동안 유지될수 있는 비결과 노하우, 백년을 바라보는 가게들의 이야기가 3장에 나뉘어 여러장의 사진과 인터뷰를 담았다.
아버지와 동문이 된 신입생 아들이 다시 찾는 카페 '미네르바'. 누군가의 지난 삶속에 추억을 남겼을 그곳. 신촌의 가장 오래된 원두커피 전문점이다.
다방문화가 주를 이뤘던 시절 도전적인 시도라 할수 있었던 이곳은 경영난으로 여러번의 주인이 바뀌며 폐업의 위기를 극복하고 꿋꿋이 이어가고 있다.
외화위기속 부도위기를 겪으면서도 2대에 걸쳐 45년동안 운영중인 양복점인 청기와는 보존할 가치가 있는 미래유산의 하나로 지정된 곳이다. 맞춤양복과 전통방식을 고수하며 오랜 단골이 꾸준히 찾고있는 이곳엔 장인의 숨결이 살아있다.

'소중한 것은 시간을 넘어 이어진다'

[서울 백년 가게]중 특별히 추억하는곳은 없지만 딱 한곳, 내게도 익숙한 모습으로 반기는 가게가 있다.
신촌과 가까운 거리에 살았던지라 친구들과 자주놀러다니곤 했는데 그때마다 약속의 장소로 정했던 홍익문고. 책을 좋아했던터라 친구들보다 일찍 도착해 책을 보며 기다리던 내게는 편안한 아지트같은 곳이었다. 결혼을 하고 이사를 가는 통에 오랫동안 가보지 못했던 추억의 장소를 책을 통해 만나니 반갑기도 하면서 100년을 변하지 않고 한결같이 있어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생긴다.
서울이 주거지가 아니지만 책을 참고삼아 아이들과 서울나들이 다녀와도 괜찮겠다싶다. 여행자가 된 기분으로 골목골목 서울백년가게들을 찾아가는 재미도 있고 백년가게들이 만들어 낸 서울이란 도시를 듬뿍 느낄수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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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랑콜리 해피엔딩
강화길 외 지음 / 작가정신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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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박완서의 책을 만난건 30대 늦은 결혼과 서투른 육아에 지쳐있을때였다.
우연히 선물받은 그녀의 책한권을 읽다 울어버렸던 기억이 남아있다. 이제는 딱히 무엇때문이라고 그때의 감정을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아마도 그녀의 깊이있는 글귀로 인해 위로를 받았으리라 짐작한다. 
박완서작가의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의 반응은 대개 비슷할것이라 생각된다. 여성의 이야기를 그녀의 소박하고 부드럽고 따뜻한 글귀를 통해 때론 위로와 잔잔한 공감을 느끼기 때문에.

박완서작가의 8주기를 추모하기 위해 후배소설가들이 모여 만든 짧은 소설집인 [멜랑콜리 해피엔딩]. 강화길, 이기호, 조남주, 정세랑, 조해진등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작가들과 한국을 대표하는 중견작가, 젊은작가들까지 생전의 박완서작가를 기억하며 그녀의 소설속 시선을 따라 일상적인 주제와 소재를 가진 짧은 소설들을 써내고 소설집을 만들었다.
29명의 작가들중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의 이름들이 있어 읽기전부터 기대되는 소설집이었다.

29편의 글들중 박완서작가가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처럼 윤이형작가의 '여성의 신비'라는 글을 제일 인상깊게 읽은듯하다. 임신과 육아로 8년간 경력단절이었던 지혜가 자살소동까지 벌이며 복직한후 겪게되는 어려움과 전업주부로 사는 친구 슬기와의 심리적 갈등을 담은 이야기. 결혼후 겪는 현실적인 여성의 심리라 많은 공감을 하게된다. 

더 할 말은 많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은 그러기로 했다. 세상에 엄연히 존재하는 불공평함에서 시작된 성난 마음을 딛고 언젠가 되든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을, 서로를 조금 더 좋아하는 법을 배우기를 바라며. (175p)

여지껏 읽은 단편중 어쩌면 제일 짧은 글들이지 않을까? 
콩트쓰는 맛을 창호지에 구멍을 내고 바깥세상을 엿보는 재미라 비유했던 생전 박완서작가. 콩트오마주라는 소개처럼 해학적인 글들도 있었고 박완서작가를 직접 언급한 소설도, 세상을 바라보는 예리한 시선과 일상속에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을 짧은 글속에 담은 글들도 있다. 무엇보다 한권의 책속에 여러작가의 개성이 듬뿍담긴 글들을 한꺼번에 읽을수 있다는 것이 [멜랑콜리 해피엔딩]의 매력이 아닐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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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가 그린 사람들 - 빈센트의 영혼의 초상화
랄프 스키 지음, 이예원 옮김 / EJONG(이종문화사)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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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이라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화가는 빈센트 반고흐다. 특히나 자신의 귀를 자른뒤 붕대를 감고있는 모습을 그린 그림은 인상깊게 남았었다. 정신병을 앓고 있었던 그가 자신의 귀를 자른 일화나 자살로 생을 마감했던 반 고흐의 이야기는 이미 많이들 알고 있을것이다. 처절한 영혼의 몸부림속에 예술혼을 불태웠던 그의 짧은 삶. 그가 죽은후 남긴 작품들은 현재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 그가 유독 많이 그렸다는 초상화에 대한 이야기가 [반 고흐가 그린 사람들]이란 책속에 담겨있다. 그가 머무른 나라와 도시속에서 만난 사람들, 그사람들을 모델로 그린 그림과 다양한 스타일의 자화상등 87점의 그림이 함께 수록되어 있어 감상하는 즐거움을 준다.

책은 27살의 빈센트 반고흐가 37살의 짧은 생을 마감하기 전 10년간의 시간동안 많은 초상화를 그렸던 주요 목적지에 따라 연대순으로 소개한다.
기억되는 그의 작품중 별이빛나는 밤이나 정물화로 유명한 해바라기에서 흔히 봤듯이 화려한 원색을 주로 썼던 그였기에 1장에서 다룬 네델란드에서 그렸던 그림들은 다소 생소하게 느껴진다.
밀레나 렘브란트의 영감을 받았다는 그는 주로 칙칙한 색조를 바탕으로 고된 노동에 시달리는 농부의 얼굴과 가난한 여인들의 초상화를 그렸다. 

동생인 테오에게 보내는 편지에 초상화는 자신이 가장 열정을 갖는 분야라고 쓴 반 고흐 빈센트.
함께살던 가난한 여인을 그린 [난로 옆 바닥에 앉아 시가를 피우는 시엔], 가난한 농부들의 투박한 식사를 그린 [감자먹는 사람들], 카페에서 자주 대화를 나누던 친구를 그린 [우체부 조셉 룰렝의 초상]등 다양한 기법과 표현으로 영혼을 담은 작품들을 보니 새삼 천재예술가의 짧은 생이 안타깝게 다가온다.

책을 통해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들을 만날수 있었다는건 오랜만에 미술전시회 나들이를 다녀온 기분이었다. 무엇보다 고급스러운 표지와 수록된 그림마다 촉감이 독특하게 느껴져 소장하고픈 책이다. 

빈센트의 초상화는 즉각적으로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깊은 신비함이 있다. 전 세계의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깊이가 있으며, 그의 초상화는 빈센트가 예언했던 것처럼 과거, 즉 빈센트의 과거에서의 '유령'이 현재에 나타나게 한다. 또한 그가 그린 가장 수수께끼 같은 유령은 아마도 자전적인 자화상일 것이다. 빈센트의 초상화는 주목할 만한 그 시대의 기록이면서 그의 독창적인 정신을 보여준다. (10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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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 3 : 세종·문종·단종 - 백성을 사랑한 사대부의 임금 조선왕조실록 3
이덕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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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롭게 읽었던 이덕일의 [조선왕조실록1]편의 태조의 조선건국편에 이어 읽게 된 3편에는 한글창조로 애민정신의 대표적인 인물로 익히 알고 있었던 세종대왕과 문종, 단종의 이야기까지 담겨있다.
조선의 4대 왕인 세종대왕은 장자가 아닌 세째아들로 왕위에 올라 태종의 총애를 받았다. 아마도 역대 조선의 왕중 많은 사람들이 제일 존경하는 위인으로 꼽는 인물이 아닐까싶다.

책을 엄청 좋아해 시력도 안좋아지고 한번 잡은 책은 닳아 너덜해질때까지 읽는다는 독서왕인 세종의 이야기. 책을 좋아하는 나로썬 더욱 애정하게되는 인물이다. 피비린내 나는 사투끝에 왕위를 거머쥔 태종 이방원의 카리스마에 눌려 있다가 즉위한지 4년만에 실질적인 왕의 임무를 시작했다는 세종. 그러나 이덕일의 [조선왕조실록 3]를 읽으면 읽을수록 의외의 사실들에 혼란스워진다.
세종은 부왕인 태종이 양인을 늘리려고 만든 노비종부법을 없애고 노비인 어미가 낳은 자식또한 노비가 되어야 한다는 노비종모법을 시행했다. 더군다나 백성이나 아전들이 관찰사나 수령들을 고소하는것을 금지하는 수령(부민)고소금지법을 만든이가 성군이라 불리던 세종대왕이었으니.
국가안정을 도모한다는 명분아래 만들어진 법이겠으나 백성들의 불만과 성토는 분명 많았을테다. 글을 몰라 억울한 일을 당할 백성이 없도록 한글을 만들어 민본사상과 애민정신의 
성군이던 세종이 실제는 사대부중심의 정치를 펼쳤다하는데 학창시절 국사시간에 배우지 못한것인지 듣지않았던 것인지 여기서 또 나의 무지가 드러나는듯.

사실 태종의 철권통치 덕분에 세종은 손에 피를 묻힐 필요가 없었다. 아무도 왕권에 도전하지 않았고, 아무도 임금의 권력을 대신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이런 토대 위에서 세종은 유학자들이 존중받고 나라를 이끌어가는 유학 사회를 열었다. 세종은 임금과 사대부들이 백성을 다스리는 것이 유학의 이념에 맞는다고 생각했다. 임금은 임금답게, 사대부는 사대부답게, 백성은 백성답게 자신의 일을 해 나가는 것이 사회 안정의 초석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조선은 유학 사회가 되어갔다.(285p)

그럼에도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업적을 많이 남긴 세종대왕. 그의 뒤를 이어 오랜시간 세자로 책봉되어 준비된 임금이었으나 단명했던 문종과 어린 단종. 책은 흔히 알고있던 영화나 역사드라마에 단골로 등장했던 이야기들 외에 저자의 새로운 해석이 담겨있어 흥미롭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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