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박완서의 책을 만난건 30대 늦은 결혼과 서투른 육아에 지쳐있을때였다. 우연히 선물받은 그녀의 책한권을 읽다 울어버렸던 기억이 남아있다. 이제는 딱히 무엇때문이라고 그때의 감정을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아마도 그녀의 깊이있는 글귀로 인해 위로를 받았으리라 짐작한다. 박완서작가의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의 반응은 대개 비슷할것이라 생각된다. 여성의 이야기를 그녀의 소박하고 부드럽고 따뜻한 글귀를 통해 때론 위로와 잔잔한 공감을 느끼기 때문에. 박완서작가의 8주기를 추모하기 위해 후배소설가들이 모여 만든 짧은 소설집인 [멜랑콜리 해피엔딩]. 강화길, 이기호, 조남주, 정세랑, 조해진등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작가들과 한국을 대표하는 중견작가, 젊은작가들까지 생전의 박완서작가를 기억하며 그녀의 소설속 시선을 따라 일상적인 주제와 소재를 가진 짧은 소설들을 써내고 소설집을 만들었다. 29명의 작가들중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의 이름들이 있어 읽기전부터 기대되는 소설집이었다. 29편의 글들중 박완서작가가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처럼 윤이형작가의 '여성의 신비'라는 글을 제일 인상깊게 읽은듯하다. 임신과 육아로 8년간 경력단절이었던 지혜가 자살소동까지 벌이며 복직한후 겪게되는 어려움과 전업주부로 사는 친구 슬기와의 심리적 갈등을 담은 이야기. 결혼후 겪는 현실적인 여성의 심리라 많은 공감을 하게된다. 더 할 말은 많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은 그러기로 했다. 세상에 엄연히 존재하는 불공평함에서 시작된 성난 마음을 딛고 언젠가 되든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을, 서로를 조금 더 좋아하는 법을 배우기를 바라며. (175p) 여지껏 읽은 단편중 어쩌면 제일 짧은 글들이지 않을까? 콩트쓰는 맛을 창호지에 구멍을 내고 바깥세상을 엿보는 재미라 비유했던 생전 박완서작가. 콩트오마주라는 소개처럼 해학적인 글들도 있었고 박완서작가를 직접 언급한 소설도, 세상을 바라보는 예리한 시선과 일상속에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을 짧은 글속에 담은 글들도 있다. 무엇보다 한권의 책속에 여러작가의 개성이 듬뿍담긴 글들을 한꺼번에 읽을수 있다는 것이 [멜랑콜리 해피엔딩]의 매력이 아닐까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