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문학상 수상작품집 : 2009-2018
신수원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평범한 사람들의 글쓰기를 응원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한겨레21의 손바닥문학상. 사회적 이슈나 다양한 소재를 다룬 작품들을 찾는 공모전엔 특별한 제한없이 누구나 응모할수있다. 
전문 작가들을 상대로 중단편 작품중 수상작을 선정하는 공모와는 다른 문턱 낮은 글쓰기대회라 생각하면 될듯싶다. '세상과 때로 악수하고 때로 뺨을 후려치는 문학을 기다린다’는 슬로건을 내건 손바닥문학상 공모전에는 어떤 작품들이 선정되었을지 궁금해진다.

한겨레에서 출간된 손바닥 문학상 수상작품집은 2009년부터 2018년까지 10년동안의 수상작품을 모아놓은 책이다.
제1회 대상을 받은 '오리 날다'부터 제10회 '파지'까지 평범한 사람들 또는 소외받는 약자들의 모습등 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결을 섬세하게 들여다볼수 있는 작품들을 만날수있다.
첫번째 대상수상작인 신수원의 '오리 날다'는 높은 철탑에서 농성중인 해고된 여성노동자를 그린 이야기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부당해고에 대한 농성이 소설의 배경이지만 높은 철탑위에서 해결해야 하는 '배변'문제가 이야기의 주를 이룬다. 한뼘공간속에서 견뎌야할 여성노동자의 이야기는 한 사업체의 노조위원장으로 노동과 투쟁의 현장에 있었던 저자의 경험이 바탕이 된 이야기라 더욱 생생하게 다가온다.

[오리날다], [파지], [비니]처럼 노동자의 이야기뿐아니라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가정폭력을 함께 다룬 [정광판 인간], 20대 젊은 남녀의 팍팍한 현실과 기울어진 삶을 다룬 [수평의 세계], [벌레]등 무엇보다 병석에 누운 노모와 자신의 가족사이에서 갈등하는 중년의 남성을 그린 [치킨런]은 고령화사회속에서 우리역시 마주쳐야 할 슬픈현실같아 마음이 씁쓸하다.

손바닥이라는 명칭이 어울릴만큼 짧은 단편들이지만 어느작품하나 그냥 지나칠수가 없다. 단편 하나하나가 작가의 경험에서 묻어나오는 진솔함과 어두운 삶의 단면을 담백하게 이야기 하고 있어 가볍게 읽을수가 없었다. 일반독자로서 수상작으로 선정된 도서들의 완성도나 문학에 대한 깊이있는 평은 논하진 못하겠으나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라는데서 오는 공감은 오랜 여운이 남는다.

오늘을 보내고, 내일을 맞이한다는 건, 산다는 건 어쩌면 그렇게 대단하지는 않은 것일까. 조금 더 특별하고, 보다 위로 가기 위해 달렸던 시간들이 숨을 들이마시는 것과 동시에 몸 안으로 들어왔다. 명치 한가운데에 똬리를 틀곤 빠져나가지 않았다. 그저 나의 사람과 함께 무사히 오늘을 보내고, 조금 더 나은 내일을 준비하는 것, 간단해 보이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닐까. 문득 당신의 얼굴이 떠올랐다. 희붐하게 피어오른 개나리 같던 그 미소가.
(-245p 치킨런중)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키크니의 무엇이든 그려드립니닷! - 일러스트레이터미네이터 키크니의 주문제작 만화
키크니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3월
평점 :
품절



올해 아르테에서 다양한 책들이 출간된 덕분에 재밌는 책들을 많이 읽은듯하다.
아르테의 신간 [키크니의 무엇이든 그려드립니닷!]역시 근래 읽은 도서중 제일 특이하고 재밌었던 책이 아닐까싶다. 9년차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이책의 작가인 키크니.닉넴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름조차 독특한 작가의 그림도 평범치는 않다. 한 컷의 만화가 주는 생각지도 못한 반전에 나도 모르게 폭소가 터지고 만다. 

[키크니의 무엇이든 그려드립니닷!]은 20만 팔로우와 소통하는 SNS의 화제작이라는데 작가가 그림을 그리는 방법이 흥미롭고 재미있다.
키크니작가가 네티즌들의 다양한 사연을 가진 요청 댓글을 받아 한 컷의 만화를 그린다. 무엇보다 재밌는점은 당황스럽고 때론 난감할것같은 댓글에 재치있게 그림으로 답을 한다는 것이다. 일상생활속 사소한 생각과 상상속의 바램들을 요청하는 댓글에 웃다가 오래전 돌아가신 부모님이 보고싶다는 사연에 괜시리 마음이 뭉클해진다.

일상,소망,사랑,가족,농담,상상이라는 여섯개의 키워드로 나뉜 책은 앞 페이지에 있는 댓글을 읽다보면 뒷 페이지에 어떤 그림이 그려져 있을까 어느새 기대하게 된다. 그림을 그리며 소통한다는것이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면서 기쁨이 된다는 키크니작가의 [키크니의 무엇이든 그려드립니닷!]을 읽으며 한컷의 만화로 지친 삶속 웃음과 활력을 느껴보는건 어떨지.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실제 제 SNS에 남겨주신 댓글들을 한 컷의 만화로 그려드린 것으로, 사람들의 다양한 바람과 고민, 사연으로부터 만들어졌습니다. 앞 페이지에는 댓글의 내용이, 뒤 페이지에는 댓글을 보고 제 나름대로 표현하고자 한 것이 담겨있습니다. 이 책을 보는 누군가가 한 번쯤 피식 웃음 지을 수 있고, 작은 공감을 느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프롤로그중)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라이언, 내 곁에 있어줘 카카오프렌즈 시리즈
전승환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친 마음에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힐링에세이 도서가 요즘 많은 사랑을 받고있다. 특히나 젊은층이 좋아하는 귀여운 캐릭터들이 등장해 팍팍한 현실속에서 지친이들의 마음을 다독인다.
아르테에서 만난 [라이언, 내곁에 있어줘]는 작가 전승환의 힐링에세이다. SNS에서 '책읽어주는 남자'로 100명이 넘는 독자들에게 아름답고 따뜻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전승환작가.
국내뿐아니라 중국대륙까지 사랑받는 카카오프렌즈중 무표정하지만 듬직한 캐릭터인 라이언과 전승환작가가 전해주는 따뜻한 위로의 메세지는 무엇일까?

나는 너무 많은 이들에게 나의 잔을 나누어주고 있었다. 아무에게나 나의 소중한 마음을 내어주고 있었다. 마음의 양은 사람마다 정해져 있어서 모두와 나누기에는 부족하고 다 써버리면 바닥을 보이고 말 거라는 것을 알았어야 했다. 한정된 마음을 무언가로 채우지 않으면 금세 마르고 텅 비어 버린다는 걸. -81p (내 마음을 어디에 쓸까)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심을 나역시 한때 부려본적이 있다. 다른이에게 나를 맞추고 그들의 마음을 살피니라 지쳐있던 스스로를 돌아보지 못했던 그때. 라이언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그때의 내마음과 닮아서 책속에 폭 빠져 읽게된다.
읽다보니 믿음직스런 아이콘인 라이언의 동그란 얼굴은 무표정하지만 함께 웃고 울어주는 친구같아 살며시 미소짓게되고.
지치고 힘들때마다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듯한 토닥임과 내감정에 충실해도 괜찮다는 따뜻한 힐링에세이 [라이언, 내곁에 있어줘]. 건조하고 마른 감성위에 촉촉한 단비를 적셔주듯 이 봄에 잘어울리는 책이 아닐까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서운 방
마츠바라 타니시 지음, 김지혜 옮김 / 레드스톤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고 부동산에 실제로 살면서 심령 현상을 검증하는 개그맨인 마츠바라 타니시. 그의 책인 레드스톤의 신간 [무서운 방]은 살인, 자살, 고독사로 사람이 죽은 장소를 찾아다니며 본인이 겪은 체험담이나 또는 사고부동산에서 살던 사람들을 취재한 이야기를 담았다.
공포란 사는 환경과 문화가 비슷해야 더 무섭게 느껴진다. 그런면에서 가까운 이웃나라인 일본이 배경이 되어 우리사회에서도 볼수 있는 잔인한 살인사건과 고독사까지 일단 죽음에 대한 공포가 더욱 서늘하게 다가왔다. 거기다 실제로 사람이 죽었던 장소에서 목격되어지는 기묘한 일들은 읽을때마다 등골을 오싹하게 만든다.

제1장에서 다뤄지는 '사고부동산과 나'에서는 다섯번의 사고부동산에서 알수없는 두통과 이어지는 뺑소니사고, 알수없는 형체가 찍힌 영상과 기괴한 소리가 담긴 음성메세지, 또는 고독사로 죽은사람의 집을 특수청소하는 아르바이트경험까지, 실제 살던 곳의 방배치도와 사진을 함께 보면서 읽으니 더욱 생생하게 느껴진다.
두번째장에서 사고부동산에서 살았던 다른이들 경험했던 이야기를 다뤘는데 그중 인터폰에 찍힌 대머리 노인의 이야기와 천장에 구멍에서 남자의 얼굴이 튀어나오는 경험을 한 개그맨의 이야기는 소름이 돋아 잠시 책을 덮기도 했었다.
세번째장은 괴담이나 심령스폿으로 유명한 장소를 저자가 직접 찾아간 이야기를 담았다.
터널에서 들리는 아이들 소리와 휴게소에서 만난 할머니귀신이 자신의 차를 타고 있다는 이야기, 오토바이사고로 죽은 여대생이 나타난 식당이야기는 우리나라의 괴담에서 한번쯤 들어봄직한 비슷한 이야기지만 이미 온 신경을 곤두서게 하는 공포는 반감되진 않았다.

갑자기 뒷좌석에서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A코랑 B 둘 다 피곤해서 잠이 들었나 보다 싶어 백미러로 뒤를 봤다. 그러자 뒷좌석의 두 사람 사이에 전혀 모르는 노파가 앉아 있었다. 형은 반사적으로 시선을 피했다. 그리고 바로 두 사람이 조용해진 이유를 깨달았다. A코와 B는 갑자기 자기들 곁에 나타난 노파 때문에 놀라 둘 다 그저 앞을 보며 굳어 있었다.
차 안에는 침묵이 이어졌다. 말을 하면 아마 이 상황이 다음 단계로 진행될 것이다. 그 공포로 인해 아무도 말을 하지 못했다. -230p

오컬트영화나 드라마가 많은 사랑을 받고 귀신이 나온다는 폐업한 요양병원을 취재하는 유튜버의 이야기와 흉가체험하는 사람들도 많아진 요즘 공포라는 소재와 실제경험을 쓴 [무서운 방]은 굉장히 흥미로운 책이 아닐수 없다.
어릴적 어떤이유인지는 알수 없으나 동네 무속인이 죽은아이의 인형을 원색의 천에 싸서 동네 둑방길에 묻은 기억이 있다. 그것을 본 내게 엄마를 비롯한 동네 아줌마들이 죽은이의 물건을 함부로 만지면 큰일난다고 겁을 주곤했다.
그런탓에 꺼림직한 사건으로 죽은이들이 살던 장소에서 산다는건 상상만해도 공포로 머리털이 곤두서는 느낌이다. 
죽음의 공포를 더 현실적으로 느끼고 지금 '살아있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실감하길 바란다는 작가의 말처럼 [무서운 방]은 생과사의 감정을 동시에 느껴지게 했던 책이었다. 공포를 느끼는 차이는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밤보다는 되도록이면 낮에 읽기를 추천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우타노 쇼고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는 깜짝 놀랄 반전을 그린 소설로 독자들의 호평이 많은 작품이다. 한스미디어에서 출간된 이번 개정판 이전 작품도 서정적인 표지로 이목을 끌면서 표지와는 다른 미스터리추리소설이라는 묘한 매력을 풍기던 소설이었고 종종 추천도서로 꼽히기도 했다. 벚꽃만개한 계절에 이 소설을 읽게되어 그런지 유독 흐트러지게 날리는 벚꽃잎에 눈길이 머문다. 추리가 가미된 미스터리소설임을 미리 알고 읽기시작했음에도 사랑이야기가 흐르는 로맨스를 기대한건 앞장과 뒷장의 젊은 남녀의 모습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주인공 나루세는 정식 탐정직업을 가진이는 아니지만 열아홉 젊은시절에 잠시 탐정사무소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 그런 그에게 한 노인의 뺑소니사고의 진범을 찾아달라는 의뢰가 들어온다. 사건의 배후는 '호라이 클럽'이라는 노인들을 상대로 사기행각을 벌이는 유령기업으로 물품사기뿐 아니라 보험을 타내기 위해 살인까지 저지르는 위험한 존재다. 그리고 우연히 만난 한 여인. 벚꽃이라는 뜻을 가진 이름의 사쿠라에게 호감을 느끼며 사랑에 빠지는 나루세.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의 정체가 궁금해진다.

나약해진 노인들에게 갖은 아양과 친절함으로 마음을 녹이고 말도 안되는 가격의 물건을 강매하는 호라이 클럽. 가끔 뉴스를 통해 보았던 떴다방이라고 불리는 사기집단과 닮아있다.
건강과 장수라는 혹할만한 문구가 담긴 물건들로 순진한 노인들을 울리고 사회악이라 할수 있는 그들. 소설속에만 존재하는 이야기가 아니기에 더욱 생생하게 다가왔다.
소설은 미스터리소설다운 이야기와 반전의 재미, 특히 고령화로 인한 사회문제인 연금제도로 젊은 사람들이 짊어져야할 부담감에 대한 이야기는 공감하면서 읽은듯하다.

그런 거야, 꽃이 떨어진 벚나무는 세상 사람들에게 외면을 당하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건 기껏해야 나뭇잎이 푸른 5월까지야. 하지만 그 뒤에도 벚나무는 살아 있어. 지금도 짙은 초록색 나뭇잎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지. -455p

팝콘터지듯 만개한 벚꽃잎이 하얀 눈송이처럼 휘날리는 벚꽃의 향연이 끝난뒤에 남은 벚나무. 살아있는 벚나무의 존재감을 통해 소설속에서 작가가 하고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알게된다. 나루세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사건을 해결해가는 탐정 이야기는 특별한 트릭없이 단순하게 전개되는데도 의외로 흥미롭게 읽힌다. 사실 사쿠라의 존재감을 예상 못했었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소설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그녀덕분에 더욱 결말을 예상하지 못한듯 하다.
꽤 두꺼웠지만 시간가는지 모르고 읽었다라고 생각되는걸 보면 가독성이 정말 좋은 장르소설이다. 생각지도 못한 반전을 그린 결말도 좋았지만 작가가 담아내는 이야기에 마음이 동한 시간이었다.

꽃을 보고 싶은 녀석은 꽃을 보며 신나게 떠들면 된다. 인생에는 그런 계절도 있다.
꽃을 보고 싶지 않다면 보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지금도 벚나무는 살아 있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빨간색과 노란색으로 물든 벚나무 이파리는 찬바람이 불어도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 458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