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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민스터 대요리문답 해설 - 구원과 삶에 관한 거의 모든 것, 개정판 ㅣ 세움클래식 14
웨스트민스터 총회 지음, 김태희 해설 / 세움북스 / 2024년 4월
평점 :
나는 샤머니즘 배경을 가진 집안에서 홀로 신앙생활을 시작했다. 23살 10월, 죽으러 옥상에 올라간 그날 성령체험을 하고 교회에 나가게 되었다. 종교적 열심과 율법주의로 하나님께 모든 것을 드리고 싶었다. 그러나 열심을 다할수록 구원에서 떨어질까 두려웠고, 사랑하는 이들을 나의 노력으로 구원하고 싶었다.
사람이 언제 죽을지 모르니 마음이 너무 조마조마했다. 지금 당장 예수님을 영접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세상의 헛된 것을 다 버리고 예수만 따라야 할 텐데 하면서 두렵고 떨림으로 예수님을 전했다.
예수 앞에서 세상의 모든 것은 배설물처럼 여겨졌다. 잘 다니던 신문사를 그만두고 신학교에 왔다.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하나님의 일 앞에서 나에게 필요한 시간들이었지만 나는 점점 확실한 하나님을 원하게 되었다.
나는 예수님을 믿기 전에도 영적 존재에 대해 알고 있었다. 중학교 1학년부터 시작된 영적 체험은 나를 중독에 빠지게 했다.
나의 삶은 너무 극단적으로 변화했기 때문에 내가 살아왔던 삶을 끊고 새로운 삶을 살아야 한다는 중압감과 교회에 다닌다는 이유로 가족에게 짐이 되는 것이 너무 괴로웠다.
나에게는 신병 비슷한 게 있었다. 내가 밤새 영적인 눌림에 시달려 잠을 못 자면 리더는 "운동을 더 하자"라고 말했다. 금요철야 예배에서 흔히 말하는 '축사'를 경험하고 나서 나는 더욱 신앙에 빠져들었다. 불 꺼진 교회 안의 강대상에서 너무나도 선명하게 들리는 빛나고 높은 보좌와의 찬양이 흘러나왔다. 눈을 뜰 수 없을 만큼의 큰 빛이 내게 비추었다. 방학이면 금식 기도원에 들어가고 극단적인 거룩을 추구했다. 기도할 때마다 몸이 덜덜 떨리고 손바닥이 뜨거워졌다. 온몸에 땀이 나고 꽃향기가 났다. 산 기도를 하러 가면 목 없이 소복을 입은 여자가 내 옆에 서 있기도 했다. 예언하는 목사님들은 나는 사모가 될 거고, 선교사로서의 사명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나의 삶에는 진정한 평안이 없었고, 좋은 것을 누릴 때 죄책감을 느꼈다. 나에게 2만 원이 생겼을 때 2만 원을 다 쓰면 마음의 찔림이 있었다. 이것이 없어 굶고 있는 선교사님들이 많을 텐데 하면서. 좋은 사람보다 나의 도움이 필요한 부족한 사람들을 만났고, 내가 하나님을 찾으면 찾을수록 내가 얼마나 은혜받을 자격이 없는지에 괴로워했다.
두 번째 20일 금식 기도를 하고 20일 보식 기간 때 나는 2번째 축사를 경험했는데, 배 위에 있는 무거운 것이 사라지고, 귀에 다 대고 쇳소리를 내며 찬양을 따라 부르던 목소리가 사라지고 슝~하는 소리가 나더니 귀가 얼얼해지면서 막혔던 귀가 뚫렸다.
그러나 내가 은사와 하늘의 신령한 것을 사랑할수록 나를 조종하고 비난하는 리더들도 많아졌다.
"너네 부모님이 왜 예수를 안 믿는 줄 알아? 네가 지은 죄가 많아서 그래."
"너 왜 오늘은 그 옷 입었어? 신앙이 성숙할수록 화장을 하지 말아야지"
"너 오늘 찬양할 때 네 마음이 하나도 안 느껴지더라. 너 예전에 놀 때도 그랬냐?"
"내 말은 하늘에서 직접 내려오는 말이야."
"방언을 받아야 하는 거야. 방언을 해야 진짜 기도야"
"하나님한테 바로 음성을 달라고 기도해."
나는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대로 여겼고, 그 말씀을 가르치는 사람들을 존중히 여겼다. 그러나 어떤 리더에게도 내가 겪고 있는 영적인 문제를 이야기할 수가 없었다. 마음을 솔직히 열면 그것을 이용하거나 비웃음 당하였다. 나에게는 해결되지 않는 마음의 불안함이 있었다. 그래서 더 종교적 열심에 빠져들었고, 종교적 열심에 빠져들수록 신앙적 열등감은 더 강해졌다.
나는 장로교 합동 측 교단에서 신앙생활을 시작했지만 교리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없다. 장로교 목사가 되려면 교리문답을 성경의 교훈으로 믿는다는 선언을 하고 목사 안수를 받는대도 말이다.
금식 기도원 목사님은 우리는 죄가 많기 때문에 사단의 밥이 되지 않으려면 매일매일 축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바울 사도가 고백하는 “내 속의 다른 한 법”을 사탄이 주는 말이라고 가르쳤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나는 “아니야, 나는 하나님의 자녀야.”라고 읊조렸다.
내가 개혁주의를 접한 것은 교회에서 사역을 시작하면서부터다. 마음속에 불꽃처럼 타올랐던 ‘하나님의 자녀’로서의 구원 확신을 소요리문답에서 발견했다. 물론 이후에 다시 가스라이팅에 취약해졌지만 내 인생의 일련의 사건들을 통하여 나는 한국교회에 생기는 많은 문제의 많은 부분을 교리를 가르치면 막을 수 있다고 본다.
사람들은 자기 기준에 따라서 말씀을 이해한다. 따라서 이 책의 서론에서는 왜 <웨스트민스터 대요리문답> 을 공부해야 하는지 밝힌다.
<웨스트민스터 대요리문답> 제1부에서는 구원에 관한 거의 모든 것으로 삼위일체 하나님, 작정 섭리, 죄, 그리스도, 교회, 칭의, 양자 됨, 성화, 견인, 영화, 부활, 심판에 대해서 배우고 제2부에서는 삶에 관한 거의 모든 것으로 도덕법인 십계명과 은혜의 방편인 말씀, 세례, 성찬, 주기도문에 대해서 배운다.
긴 역사를 통해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생명을 바쳐 교회를 지키고 성경 말씀을 바르게 지키려고 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교리다. 종교적인 것이 다 기독교적인 것이 아니다. 기독교라는 이름으로 종교적인 생활을 하고 열심히 예배를 드렸다고 하더라도 성경 진리와 바른 신앙이 아니라면 그것은 기독교적이라 할 수 없다.
인간은 시대적 존재이기에 이 시대적 관점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이해하는 것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은사는 폐하여지지 않았다. 지금도 아프리카에서는 능력 대결을 한다. 치유의 은사가 나타난다. 그러나 성경은 시대적인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이다. 이제 나는 방언 기도를 해도 안 해도 기도를 할 수 있고, 몸이 떨리거나 꽃 냄새가 나지 않아도 상관없다. 무슨 일이 생겨도 더 담대하고, 죄책을 느끼면 하나님께 회개한다. 이것이 얼마나 사람을 자유케 하는지. 교리를 아는 지식 + 삶이 열매로 나타나는 인생이 되었으면 한다.
저자는 섬세한 어투로 한 글자 한 글자의 의미를 설명해 준다. 꽤 두꺼운 책이라 한순간에 다 읽지는 못해도 두고두고 틈날 때 꺼내 먹는 은혜의 꿀송이를 느껴보시길 추천하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