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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속마음, 심리학자들의 명언 700 - 한권으로 인간 심리세계를 통찰하는 심리학 여행서
김태현 지음 / 리텍콘텐츠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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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좋은 기회가 닿아 받게 된 책.


요즘 책 읽는 속도가 많이 느려져서 리뷰어신청을 잘 하지 않는 편인데, 심리학자들의 명언이라는 제목도 끌리고 인터넷을 검색했을 때, 명언이 원문으로도 나와있는게 스터디클럽에서 공부하기도 좋아보여서 냉큼 신청했다. 그리고 제출기한 넘긴것같은 느낌.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아주 쫄렸지만 그래도 꼼꼼히 읽으려고 노력했다.


우선 책이 굉장히 예쁘다. 표지의 보라색이 내지의 포인트컬러로도 사용되었고, 앤틱한 느낌의 레이아웃이 책 읽는 기분을 좋게해주긴하는데 명언 사이사이에 들어있는, 그 챕터에 선정된 학자에 대한 설명을 읽을 땐 묘하게 산만해서 몇번 읽어야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아마 내가 레이아웃에 들어있는 애는 각주 (각주 대충 볼 때가 더 많음)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시리즈가 나올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면 이 레이아웃에 불편을 못느낀 사람이 더 많다는 걸테니 내 주의력이 산만한 것으로.....


책은 총 다섯개의 파트에 35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각 챕터별로 학자가 있고 그 학자의 명언들이 소개 되어 있는데 각 명언의 출처가 밝혀져있는 것은 아니고 많은 파트와 많은 챕터가 구성되어 있다보니 수박겉핥기라는 느낌이 있긴한데 명언이라는 것이 짧은 문장에서 훅 들어오는 뭔가가 있는 경우가 많다보니 한 문장을 오래 곰씹어보게 되는 때가 생기는데, 그 부분이 좋았다. 책에 대한 소개문을 봤을 때 기대했던 부분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나중에 또 읽어봐야지 생각했던 부분들


- <미움받을 용기>가 베스트셀러인 이유 : 알프레드 아들러

- 그들은 왜 사이비에 빠졌을까? : 에릭 호퍼

- 우리가 메뉴를 통일하는 진짜 이유 : 솔로몬 애쉬

- 인간관계는 게임이다 : 에릭 번



천천히 생각해봐야지 생각했던 명언들 중 몇개


286. 군사훈련의 표면상 목적은 군사기술 보충이지만, 근본적 목적은 인간의 개성과 이기심을 하나도 남김없이 없애버리는 것이다.

160. 입은 침묵해도 표정은 진실을 말한다

351. 우리가 어떤 사람들을 추상적인 존재로 생각하기 시작하면 그들은 '적의 얼굴'로 변하고, 평소에는 평화롭던 사람들 사이에도 그들을 죽이고 고문하려는 추옹이 일어나게 된다.

442. 부정적 사고방식을 '자동적 사고'라고 부른다. 자동적 사고는 머리에 떠올리려고 노력할 필요없이 자동으로 작동하며, 마치 포크를 손에 쥐는 동작처럼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여겨진다.

313. 광신자들은 어디에서 오는가? 대부분은 창조적이지 못한 지식층에서 온다.

446. 우울증 환자가 자살을 해야 할 정도로 '전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안고 있는 경우를 나는 본 적이 없다.



313과 446에는 뭔가 거슬리는 부분이 있는데 그게 정확하게 어떤 부분인지 어떻게 설명해야 내 스스로에게도 납득이 가는 설명이 될지 모르겠어서, 해당 챕터의 학자의 책을 봐야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새삼 가슴에 새기기로 한 부분


사람과의 관계에서 화를 부르는 것은 대부분 우리의 '입'이다. 말할 것도 없이 커뮤니케이션이 주로 말로써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 하지만 이런 중요성만큼 입을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 - p249



입은 만악의 근원이랬고 말하기 전에 세번 생각하랬는데 잘 지키고 있었는지 반성해본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화를 부르는 것은 대부분 우리의 ‘입‘이다. 말할 것도 없이 커뮤니케이션이 주로 말로써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 하지만 이런 중요성만큼 입을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 - P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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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알고 있다 - 제3회 에도가와 란포 상 수상작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니키 에츠코 지음, 한희선 옮김 / 시공사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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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비슷한 제목과 비슷한 소재의 추리소설을 읽은 적이 있다. 그것도 시리즈였는데, 탐정네 집의 고양이가 실제 탐정에 가까운 추리와 행동으로 밀실살인사건의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내용이였던 걸로 기억한다. 약간의 로맨스가 양념인듯 본론인듯 이야기의 중앙을 크게 흘러가던. 그게 생각보다 취향이 아니라 1권만 사서 읽고 그대로 잊어가고 있었는데 도서관 책장에서 이 책을 보는 순간 갑자기 그때 봤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물론 이 책은 그때 읽었던 그 고양이 탐정과는 아무 상관이 없음.


뭔가 복잡해보였지만 맨 앞에 등장인물을 조연까지 다 정리해둔게 인상적이라 빌렸는데 자기 전에 잠깐 읽어야지했던게 화장실 가는 시간도 없이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다 읽어버렸다. 사족이지만 그렇게 다 읽고 나니 새벽 네시 반인가 그래서 그 하루가 굉장히 고달팠던 기억도 남.


요 근래 모바일 게임에 푹 빠지면서 책을 단숨에 읽는 일이 줄었다. 아무 생각 없이 잡았다가 끝까지 단숨에 읽은건 화차 이후 처음일 정도. 두권 모두 일본의 추리소설이라는게 웃프지만 어쨌든 정말 재밌어서 단숨에 읽었기 때문에 기록으로도 남겨본다.


작가 후기를 읽었더니 작가는 추리소설을 굉장히 좋아했었고, 또 좋아해서 언니였나? 언니와 책을 읽고나서 토론하며 이 이야기 재밌었지! 그런데 범인은 A가 아니라 B인게 더 좋았을텐데. 맞아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며 이야기를 재구성하는걸 좋아했다고 한다. 그게 습관이 되고, 버릇이 되고, 그래서 범인일 것 같은 흐름을 비트는걸 좋아한다고 했는데 난 추리력이 약하기도 약해서 정말 뒤통수를 제대로 맞은 느낌이였다 ㅋㅋ


난 당연히 범인이 그 남자와 그 여자일 줄 알았는데 여자쪽은 맞췄는데 남자쪽은 틀렸다. 아주 멋지게. 정말 예상도 못했던 남자라 다 읽고나서 멍때리고 있었음.


추리소설의 반전이라는 것만 떼어놓고 생각한다면 속이 후련해질 정도의 반전이였다. 그런데 책을 읽은지 너무 오래지나서 그 당시에는 그 사람이 범인이라는게 납득이 됐는데 지금은 그 사람이 왜 범행을 저질렀는지가 가물가물...왜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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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바지 세상을 점령하다 - TBWA KOREA가 청바지를 분석하다
TBWA KOREA 지음 / 알마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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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라기보다는 잡지에 가깝고 잡지라기보다는 쇼핑몰에 편집되어 올라온 다이어리 상품페이지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마치 잘 꾸며진 빈티지풍 다이어리처럼 알록달록하고 화려했거든요. 중간중간 눈이 아픈 부분도 있었기 때문에 개인적인 기준에서는 결코 좋은 책이라고 말할 수 없었지만요. 읽기 힘든 책이 무슨 소용이란 말입니까! 하지만 이 책을 만든 사람들은 자극적인 방법을 써서라도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아야하는 광고팀. 뭐, 그걸 생각하면 자신들의 재능과 특징을 효과적으로, 그리고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방법을 택해 책을 만든걸테니까 팀을 광고하는데는 더할나위 없는 책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생각해보니 이 책은 내지를 담당한 일곱명의 신입사원의 포트폴리오로도 쓸 수 있겠네요. 호오.

'청바지 세상을 점령하다'는 책의 앞에도 나와있고 또 위에 적기도 했듯이 광고회사에 입사한 일곱명의 신입사원들이 청바지를 주제로 발표했던 자료들을 한데 모은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청바지의 역사를 다룬 사람에서부터 청바지의 정의와 담겨있는 이념을 집어낸 사람, 패션으로서의 청바지를 읽어낸 사람 등 주제도, 이야기하는 방법도, 표현한 방식도 모두 다르기에 비교하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시간제한 없는 광고를 보는 기분이였어요.

광고를 보다보면 뭐 이따위 광고를 광고랍시고 내놨어, 라고 짜증나는 광고가 있고 (요즘 노이즈 마케팅이라 믿고싶을 정도로 보다보면 불쾌해지는 광고가 늘지 않았나요?) 아, 이 광고 좋다하고 제품에 대한 호감이 높아지는 광고도 있잖아요. 책에서도 같은 걸 느꼈습니다. 선동하는 듯 단언하는 사람이 있었고 치밀하게 분석하는 것으로 사람을 빨아들이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이 제품을, 그리고 이 정보를 모르다니 바보아냐? 하고 도발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차분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며 소비욕구를 건드리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광고에 나오는 그대로 묘한 환상을 주고 사람을 현혹시키는건 같지만 그 안에 보이는 접근방식의 차이와 표현방법의 차이가 재밌었어요. 개인적으로는 청바지가 표현하는 상징의 변화를 나타낸 파트가 흥미로웠습니다. 앞서 팍스아메리카나를 언급한 사람의 글도 재미있었지만요. 그러고보니 눈아프게 현란하게 만든 사람도 있긴하지만 덜 피로하게 만든 사람도 있긴합니다. 개중, 그나마, 라는 것이 문제지만..
 



미국의 역사를 시작한 사람들, 그들은 땅을 잃어버리고 떠나온 사람들이었다. 땅에 대한 사랑이 식었거나 싫증 난 사람들이 아니다. 등을 떠밀려서 또는 살기 힘들어서 새로운 땅을 찾은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그들이 찾은 새로운 땅 아메리카는 자신들이 살던 땅과는 너무나 달랐다. 유럽에서처럼 격식을 차리며 살 수가 없었다. 새로운 땅은 거칠고 척박했기 때문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너무 많았다.

거친 환경에 알맞은 새로운 생각이 필요했다.

격식을 버려야 했고, 여유도 버려야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가장 효율적으로 살아남는 일이었다. 그리고 200년 정도가 흘렀다. 생각에 생각이 더해졌다.
실용주의, 프래그머티즘이 탄생했다.
청바지가 탄생한 시기도 그 즈음이다. (p 59)

어째서인지 감동적으로까지 느껴졌던 부분. 전 이렇게 다큐멘터리처럼 느껴지는 문장에 약한 것 같아요. 
 



책을 다 읽은 후에도, 그리고 리뷰를 쓰기 위해 다시 훑어본 후에도 제게 이 책은 좋은 책이 아닙니다. 여전히 눈이 아팠고 글자가 묻히는 것도 많았고 거품(겉멋이라고도하죠)이 있단 생각을 버릴 수 없었거든요. 그렇지만 공감가는 부분도 있고 반박하고싶은 부분도 있었습니다. 책에서 곰씹고 싶은 부분이 나온다면, 그래서 그 책을 좀 더 생각하게 된다면 그 책은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요즘들어 하고 있어요. 그런 생각을 한다면 이 책은 좋은 책일지도 모르겠네요. 인정하긴싫지만..



태초에 리바이스가 있었다.
리바이스가 랭글러와 리를 낳고,
랭글러와 리가 조다쉬와 캘빈 클라인과
베르사체 진을 낳았다.
이윽고 시장의 신비스러운 힘에 의해
장식 하나 없던 '작업용 바지'가
프롤레타리아의 뿌리를 벗고 뭉게구름
가득한 나라의 대표주자가 되었다.

<갖고싶은 게 너무나 많은 인생을 위하여> 이충걸 위즈덤하우스 
 


이 책과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던 부분입니다. <청바지 세상을 지배하다>18페이지에 있던 이충걸씨의 글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책을 위해 쓰인게 아니라, 청바지에 관한 아포리즘을 모아놓은 페이지에서 나온 글이예요. 책에는 호란과 알렉스, 루나님의 게스트원고도 들어있었는데 루나님의 일기도 공감가고 재밌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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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국 1 - 안드로메다 하이츠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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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머니가 이렇게 말했다.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생활은 아무런 재미가 없지."
  나는 그 말에 감동했다. 내가 할머니가 되면 과연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그러고 싶다는 생각도. 할머니는 그 말이 내 안에 묵직하게 가라앉는 때를 가늠하고는 말을 이었다.
  "언젠가는 좋은 날도 있을 게다. 보다 큰 의미에서 말이야. 사람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가장 나쁜 것과 가장 좋은 것이 함께하는 법이란다. 에너지를 증오하는 데 함부로 써서는 안 돼. 끊임없이 가장 좋은 것을 찾도록 해라. 흐름에 몸을 맡기고 겸허해지도록 하고. 그리고 산에게 배운 것을 소중히 여기면서 늘 사람들을 돕도록 해라. 증오는 너의 몸 세포 하나하나까지 무차별적으로 상처를 입힐 거야." (p 35)

 

예쁜 파스텔톤의 책을 받아 들었을 때, 처음 생각했던 것은 '예쁘다' 그리고 '얇다'.
그리고 두번째로 생각했던 것은 '역시 선인장이 있구나' 라는 것과 역시 '예쁘다'. 

하늘색의 예쁜 표지에 그려진 커다란 선인장 그림과 반질반질하게 빛나서 굉장히 예쁜 하늘색의 가늠끈. 군데군데 눈처럼 흰 알갱이가 떠있는 표지는 펄지에 인쇄되어있어서 볼때마다 마냥 예쁘다-하고 감탄하게 되는 것이 그녀의 방한기념으로 출간된 왕국의 이미지입니다.

 

 첫인상은 이렇게나 좋았던 '왕국'이지만 책을 읽어가는 중에는 그리 좋은 평을 내릴 수 없었습니다. 이번에도 변함없이 할머니의 이야기가 나오고,  주인공은 사람과의 거리를 두는 타입에 식물을 좋아하고 조용조용한 성격이지요. 그녀가 할머니와 헤어져 도시로 내려온 후 만난 첫 친구이자 스승인 가에데는 동성애자입니다. 그의 스폰서겸 스승인 사업가와 연인 사이이지요. 주인공이 사랑에 빠지게 된 남자는 별거중이지만 이혼을 하지 않아 불륜상태이기도 합니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그리고 일본 소설의 트레이드마크라면 트레이드마크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어떻게보면 식상한 코드들 뿐이예요. 일본 소설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언급하곤하는 틀에 박힌 구조. 일상 속의 비일상을 담는 듯 하지만 소설마다 죄다 똑같아 더이상 특별해보이지도 않는 그런 것들. 그래서 이번에도냐, 라며 반 한숨과 함께 읽어갔습니다만은 일본 소설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그 좋아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흔히들 낚인다, 라고 표현하는 그런 부분들이 있잖습니까? 아기자기하게 늘어놓은 소소한 일상이라던가 담담하게 풀어놓는 감정묘사같은거요. 에쿠니와 바나나의 글을 읽다보면 느껴지는 시간의 느린 흐름같은 것들까지.. 문장이 주는 느낌이나 감정에 홀랑 넘어가는 저와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은 이번에도 여지없이 낚일 것 같네요. 전 이미 낚였거든요, 파닥파닥하고-_-

 

  그저 그래보이던 이야기는 왕국 1편, 안드로메다 하이츠 이야기의 후반부. 산에서 자라 사람을 접하는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지 몰라 본의아니게 연인의 싸움에 가시박힘하게 된 여주인공이 혼자 울다 결국 차를 가져다주며 쏘아붙이던 장면에서부터 재미있어집니다. 여주인공이 의욕을 찾게 되면서 이야기가 빨리 진행되는데 어떻게 보면 어이없지만 어떻게 보면 또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1편의 이야기는 매듭이 지어지게됩니다. '시대는 바뀌었지만 사람이 하는 일은 같고 (본문 p 30)' 사람은 이러니 저러니해도 결국 작은 존재니까요. 막판에 일어나는 '사건'은 가에데의 연인인 가타오카 씨의 새로운 일면까지 보게 해줍니다. 해피엔딩이고 희망에 가득차 끝나기때문에 마지막 장을 덮었을땐 마음 속 가득 뿌듯함만 차오르더군요. 오랜만에 따뜻한 이야기를 읽은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음, 이건 책과는 상관없는 이야기이지만 요즘 바나나의 책을 읽고나면 그런 생각이 들곤합니다. 그녀는 할머니의 손에서 자란 것일까, 사람을 싫어하는 것일까, 하는 것들이요. 무라카미 류와 사제관계라고 이야기하는 걸 보면 사람 사귀는 것에 서툰 것 같진 않은데 (무라카미 류에 대한 편견) 설마 독특한 사람은 독특한 사람과만 소통이 된다는 그런건가-_-?

 

 "당신은 지금, 예전 생활과 새로운 생활 사이에 끼여 있군요. 당신은 특별하고 정은 많은데 사람을 싫어합니다. 식물과 관련된 힐링 일을 하게 되겠지요." (p 50)  

그녀가 바라던 것은 식물과 관련된 힐링이 아니였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며 감상글을 마쳐봅니다. 지난 달에 키친을 다시 한번 읽은 후로는 그녀가 글을 쓰는 단 한가지의 이유가 자꾸 머릿 속을 맴도네요. 그건 도대체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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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포레스트 1 세미콜론 코믹스
이가라시 다이스케 지음, 김희정 옮김 / 세미콜론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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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채화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예쁜 표지에 반했습니다. "도시에서 귀향한 주인공의 흙냄새 물씬한 자급자족 생활기"라는 광고문구와 그 문구에 걸맞는 자연스럽고 예쁜 여주인공의 모습에 한번 더 반했더랬지요. 만화책값이 오른 후 늘 보던 만화, 고르고 골라 엄선한 만화책 (주로 시리즈물에 전투물)만 사다보니 새로운 만화를 보고싶어진 이유도 있지만요.

사실 표지의 그림을 기대하고 만화책을 펼치면 몇페이지 채 넘기기도 전에 읍컥!!하게 됩니다. 금방 익숙해집니다만, 가볍고 깔끔한 그림체가 아니라 좋게 말하면 소박하고, 솔직하게 말하면 지저분해보이는 선이거든요. 잔잔한 일상을 꾸밈없이 표현한다는 점에서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지만 정돈된 펜선에 익숙해진 분들이라면 놀라실지도 모르겠어요.

만화의 내용은 정말 단순합니다. 앞뒤 없이, 정말 일상을 그대로 옮긴 이야기라 어떻게 보면 불친절하기까지 해요. 블로그의 포스팅과도 닮았네요. 그날 있었던 일 중 한 부분을 뚝 떼어 그림으로 옮겨뒀습니다. 밭일을 하고, 마을 사람들과 회관에 모여 음식을 나눠 하고 어른들에게 들은 음식을 만들어보기도 하고 주위에서 발견한 - 어머니가 심어둔 - 채소를 수확해 추억의 요리를 하기도 해요. 옛날집에서 옛날 도구를 사용해 빵을 굽기도 하면서 팁이나 간단한 요리법을 실려두기도 합니다. 밤밥같은건 직접 해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사실 농촌의 이야기이다보니 오히려 도시에서 구하기 힘든 야채도 많아서 남의 이야기 같은 것도 있어요.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드는 만화입니다. 세세하게 나와있진 않지만 그녀가 추억의 요리를 만들었을 때 얼핏 흘리는 지난 이야기는 서글픈 이야기가 많습니다. 원래 추억이란 애잔한 법이지만 그녀는 혼자 살아가고 있고 스스로를 '도시에서 도망쳤왔다'라고 생각하고 있어서 더 서글프더라구요. 특히 어머니가 해주던 요리를 하면서 느끼는 죄책감과 쓸쓸함이 가끔은 책장 넘기는 걸 멈추게 만듭니다. 좋아하는 음식을 해먹고 추억의 음식을 만들어먹고 주위에 주어진 재료를 이용해 이런저런 요리를 만들어가는 아가씨. 맛있는 요리를 한다는건 정성도 많이 들어가고 번거롭기도 한 일이잖아요.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은 부지런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살아갈 의지가 강한 사람이라는 생각도 해요. 그래서 이 이야기는 슬프지만 슬픈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녀는 그냥 살아가는 이야기를 적어둔 것 뿐이거든요. 있는 그대로 담담하게 . 스스로 마음을 정리하듯, 스스로 자신을 위로하듯. 취나물같달까.

향긋하지만 쌉싸름한, 그런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책 뒷편에 쓰인 광고문구가 마음에 들지 않아요. 틀린 말은 아닌데 괜히 그렇더라구요. 꾸미지 않아도 예쁜 아이를 억지로 화려한 옷을 입히고 어른 화장을 시켜 앞에 내세워둔 기분이 들었거든요.

횡설수설한 리뷰의 끝을 인상적이였던 문구로 마무리해봅니다. 그녀처럼 도시에서 귀향한 후배가 한 말인데 아, 나도 열심히 살아야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아무것도 한 일이 없는 주제에 뭐든 아는 척이나 하는, 타인이 만든 것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옮기기만 하는 인간일수록 잘난 척만 하지. 천박한 인간의 멍청한 말을 듣는 게 이젠 지긋지긋해졌어. 여길 나가고나서야 비로소 코모리 사람들..그리고 부모님도 존경할 수 있게 됐어. 내용이 있는 말을 할 수 있는, 그런 삶을 살아오셨구나라고." (p 128)


사람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건 정말 작은 걸지도 모르겠네요. 아니 그건 그렇고 난 지금 무슨 이야길 하고 있는거지? 모처럼 좋은 책을 읽었고 읽는 내내 생각한 것은 많은데 몇번을 써봐도 내가 잘 표현한건지 모르겠어요. 쓰면 쓸수록 수렁에 빠지는 이 느낌!!! 형식이 만화일 뿐 결코 가벼운 이야기가 아닙니다!! 잔잔하고 정말 좋은 이야기예요. 멋져요, 멋지다고!!! 아놔 리뷰쓰면서 이렇게 책에 미안해보기도 또 오랜만이네onz

덧붙이기) 슬로우푸드라이프는 맞는 말이고 요리에 관한 부분이 많긴 합니다만 내 손으로 재배해 직접 만들어먹는 기쁨이라기보다는 주어진 자연의 은총 내지는 소박한 삶의 기쁨에 관한 이야기가 더 이 책과 어울리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나만 저 광고문구가 마음에 안드는건가; 아무리 생각해도 광고문구가 마음에 걸려 편집/구성에서 별 하나 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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