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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신화학 - 제국의 시각을 넘어 동아시아 신화학으로
정재서 지음 / 창비 / 2026년 2월
평점 :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산해경]과 우리 신화 속 이미지는 서로 맞물리며 상호텍스트성을 이룬다. 서구 중심, 중국 중심을 넘어선 제3의 신화학이 필요한 이유다.
상상력이 콘텐츠가 되고 문화가 곧 힘인 시대, 우리의 상상력은 자유로운가?
책 소개 이미지에서부터 알 수 있는 책의 두께와 왠지 모르게 대학 교재스러운 <제3의 신화학>이라는 제목과 표지의 이미지를 보고 망설이다가 서평단에 응모하게 된 건 카드 리뷰의 저 두 문장 때문이었다.
한국의 신화나 요괴, 기담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감하는 사람이 많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우리나라의 기담과 괴담에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려면 제대로 된 자료를 찾기가 쉽지 않다. 한동안 펀딩이나 소규모 출판으로 관련된 책이 쏟아진 적이 있었는데 광고 페이지만 번지르르하게 만들어두고 기존에 있던 내용을 짜깁기하거나 쓸데없이 풀 컬러에 은박/금박을 입혀서 책값만 올려 다시 판매하려던 게 밝혀져 기존 구매자들의 마음에 대못만 박힌 적도 있었다. 밝혀진 자료가 너무 적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겠지만 속상했던 것도 사실. 한동안 관련된 단어는 검색도 하지 않고 지냈었는데 이 책의 카드 소개를 봐버렸을 때 출판사 창비 + 저자는 국내 최초 [산해경] 역주 + 제국의 시각을 넘어 해석한 동아시아 신화학 = 읽어보고 싶다! 마침 서평단을 모집 중이래!! 도전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고 운이 좋게 서평단에 뽑혀 책을 읽을 기회를 얻게 되어 정말 기뻤다.
하지만 읽기에 쉽지는 않았는데 이 책의 카드 뉴스를 보고 기대했던 것보다 우리의 신화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두 번째 이유는 이 책이 정말 밀도가 높은 책이라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제목과 책 소개에서 모든 힌트를 주었다.
'제국의 시각을 넘어' '제3지대의 신화학자의' 시선으로 읽고 분석하고 해석해 재조립한 제3의 신화'학'
역사는 승자의 입장에서 쓰인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이야기이다. 그것은 동화와 신화, 이야기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중국의 신화 역시 역사와 땅의 크기에 맞게 비교적 많이 알려졌다고는 하지만 정말 그렇게 단순하게 하나의 이야기라고 볼 수 있을 것인가. 후대의 편의에 의해, 혹은 지도자의 편의에 의해, 승자의 입맛에 맞게 해석된 부분이 내가 알고 있는 이야기에서 얼마만큼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까. 부정적인 시선을 빼고 본다면 단지 처음 이야기를 타국에 전달한 사람이 잘못 이해하고 해석해서 어긋난 이야기를 전달했을 수도 있을 테지만, 여기까지 생각하다 보면 "어느 시대든 어디든 사람 사는 건 다 똑같아"라고 이야기하던 것도 잠깐 다시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수박의 겉이었다는 걸 알게 되어 좀 더 자세히 알아봐야겠다 싶어 플래그를 붙이고, 또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조금 더 생각해 보고 싶다고 플래그를 붙이다 보면 뭐 하나 쉽게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 없다. 내가 읽고 이해했다 생각한 부분도 제대로 이해한 것인지 확신할 수도 없지만, 졸업하고 이렇게 머리를 굴려가며 책을 읽은 적은 오랜만이라 힘든 것과 별개로 재미있었고, 시간을 들여 짬짬이 더 읽어보고 싶다.
개인적으로 겨울왕국2를 보지는 않았지만 겨울왕국2에서 발견한 음양오행 사상에 대한 해석 부분도 흥미로웠는데 어려운 이야기 속에서 마주한 한줄기 오아시스 같은 느낌이었다.
내가 알고 있던 신화를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하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아, 그리고 이 책을 읽다 보면 [산해경]을 제대로 알아보고 싶단 생각이 들 수 있음! 이미 읽어보신 분들이라면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