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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숙의 나라
안휘 지음 / 상상마당 / 2019년 2월
평점 :
품절

애숙의 나라
안휘
상상마당
의순공주를 아십니까?
족두리묘. 경기도 의정부시에 있는 ‘의순공주’의 무덤이다. 그 무덤 왼쪽 위편에는 의순공주의 아버지인 금림군 이개윤의 묘가 딸을 지키고 있는 듯이 자리 잡고 있다. 그 모습을 보고 안휘 작가는 「애숙의 나라」를 집필하게 되었다고 한다. 애숙은 의순공주의 이름이다. 과연 부녀지간에 무슨 사연이 있었고, 애숙에게 나라란 무엇이었는지 호기심이 일었다.
「애숙의 나라」의 배경은 조선 17대 왕인 효종이 재위하던 시절로, 선왕인 인조 때 병자호란을 겪었기 때문에 청나라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던 때이다. 왕실의 종친인 아버지 금림군 이개윤에게는 너무나 어여삐 여기는 열여섯 살 막내딸 애숙이 있었다. 그녀는 백옥으로 빚은 꽃처럼 아름답고, 시문에 능통하고, 차분하고 냉철한 여인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애숙은 의순공주로 책봉되어, 진짜 공주인 숙안공주를 대신해서 청나라의 섭정왕 도르곤에게 시집을 가게 된다. 청국에서의 행복한 삶은 몇 개월 되지 않았다. 그 이후의 그녀의 삶은 조선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비참한 삶이었다. 「애숙의 나라」는 비운의 희생양이었던 애순의 파란만장한 인생이야기다.
“아버지. 조선은… 아버지에게 어떤… 나라입니까?”
애숙의 뜬금없는 질문에 이개윤은 잠시 머뭇거렸다. 그리고 천천히 말했다.
“조선은 나에게 버릴 수도 피할 수도 없는 숙명이다……. 그래, 네게는 조선이 어떤 나라였는냐?”
“…제게 …나라는 …조선은 없었습니다. 다만 아버지의 나라였기에 차마 버릴 수가 없었을 따름이었지요. …그래도 …돌아보면 아버지의 딸로 행복한 날이 더 많았으니 …이만하면 됐다고 생각합니다.”(p.256)
‘의순공주’의 ‘의순’은 나라의 대의에 순명한다는 뜻으로 왕이 애순에게 지어준 작호이다. 나라의 뜻에 따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그 이름대로 자기 의사와 상관없이 타국으로 시집가야하는 처절한 운명을 지워준 조선이라는 나라는 애숙에게는 없는 존재였다. 그리고 청나라에 끌려가 비참한 삶을 살아가는 수많은 조선의 부녀자들, 그리고 천신만고 끝에 고국인 조선으로 돌아왔지만 고향에서 버림받고 ‘할미꽃마을’에서 열악한 삶을 사는 환향녀들에게도 마찬가지로 나라는 없었다. 파벌싸움에 바쁜 사대부들은 자기 밥그릇 챙기기 바쁘고, 임금도 사대부들의 의견을 따라 부화뇌동하느라 나라 안 나라 밖의 수많은 애숙들을 위한 나라는 없었던 것이다. “조선은 없었습니다.” 이 얼마나 가슴 아픈 말인가.
비단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도 애숙이가 살던 때와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이 너무 슬프다. 특권층의 비리들로 나라 곳곳이 썩어있고 하나씩 밝혀질 때 마다 기가 막힐 따름이다. 지금도 수많은 애숙이가 나라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나에게, 우리에게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였느냐?”라고 물으면 무엇이라고 답할 것인가. ‘나’라는 존재와 ‘나라’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애숙의 나라」이다.
[본 서평은 출판사를 통해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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