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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다리 아저씨 대교북스캔 클래식 2
진 웹스터 지음, 서현정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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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소설을 과일로 표현한다면 상큼하고 톡톡 쏘는 오렌지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주인공인 제루샤 애버트(애칭: 주디)가 고아라는 불우한 출생에도 좌절하지 않고 꿋꿋이 삶을 낙관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이, 후원자에게 한달에 한번씩 보내는 편지에 귀엽고 사랑스럽게까지 느껴지는 글로 쓰여져 있기 때문이다. 귀엽고 발랄한 소녀 주디가 쓰는 소소하고 일상적인 시시콜콜한 얘기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고 즐겁게 술술 읽히는 것은 작가가 되길 희망하는 주디의 풍부한 감수성 때문이 아닐까.

아무튼 이 소설에서 주디가 보여주듯 아무리 힘겹고 어려운 환경이라도 거기에 굴복하지 않고 낙천적으로 인생을 살아간다면 반드시 희망의 빛이 보인다는 게 이 소설의 주제이다. 물론 진부한 주제일지 몰라도,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에 있어서는 소녀의 편지라는 신선한 소재를 이용해, 전혀 진부하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진부한 주제를 독자에게 발랄하고 재미있게 전해주는, 신선한 효과를 거둔 게 이 소설이 지금까지 장수할 수 있었던 비결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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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슬립 레이먼드 챈들러 선집 1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박현주 옮김 / 북하우스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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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하드보일드 소설의 대가답게 문장 자체가 굉장히 딱딱하고 건조하다. 그래서 그런지 유려하고 감정 표현이 풍부한 문장에 비해 읽기가 꽤 까다로웠다. 또 이 소설은 장소가 바뀔 때마다 그 장소에 대해 설명을 세세하게 한다. 그건 인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인데, 인물 묘사는 그나마 나았지만, 장소를 세부적으로 묘사할 때, 내가 그 시대에 안 살아서인지 아니면 그 시대 그 시절의 가구나 벽지에 내가 무지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작가는 열심히 상세하게 묘사했지만, 난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내 머릿속은 그 배경이 제대로 그려지지 않았다.  그런 이유로 책에 몰입이 제대로 되지 않아 홀리듯이 읽지는 못했지만 나름의 참을성을 발휘해서 독파하기는 했다.

지금 돌이켜 보건대, 이 책을 끝까지 다 읽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비록 내가 작가가 묘사하는 그 시대 그 시절의 건물 모습, 가구나 비품들, 그 외 갖가지 것들을 머릿속에 완전히 그려놓는 데는 실패했을지언정 이 소설에서 일관되게 풍겨 오는 그 어떤 분위기는  충분히 날 소설 속 세계로 데려가, 그 속에 동화되게 만들기에는 조금의 부족함도 없었다. 그 어떤 분위기란 무엇인가? 바로 어둠침침하고 무겁게 내려앉은 사회와, 비정하고 부패한, 그 시대 ,그 시절 또는 그곳에서 인생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이 아닐까? 그리고 마지막 결말의 약간의 경악스러움은 내가 방금 말한 그 어두운 소설 속의 분위기와 함께, 내가 느낀 작가의 (어떤 면에서는) 장황스런 배경 묘사의 지루함을 상쇄시키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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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쇠약에 걸린 조르바 2004-04-10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인간적으로 책값이 좀 비싸다고 생각된다.
 
관촌수필 - 이문구 문학선 나남문학선 1
이문구 지음 / 나남출판 /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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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과감히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관촌수필을 사지 않은 것은((더 가격이 쌈에도 불구하고))내가 산 이 책에는 관촌수필 뿐만 아니라 이문구의 여러 단편소설도 끼워져 있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봐라, 이 책은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것보다 가격도 훨씬 비싸고 책의 두께도 더 두껍다. 이문구를 처음 접하는 나는 조금이라도 편리하게 이문구의 소설을 폭넓게 접하고 싶은 마음에서 이 책을 자연스레 산 것이다.

하지만 내 예상은 기분 좋게 빗나갔다. '관촌수필'은 총 8개의 단편이 있는데 거기서 3개의 단편만을 뽑아내 이 책에 실었고 '우리 동네' 역시 이 책에는 3개의 단편밖에 없다. 그 외에도 '해벽', '유자소전'등등도 몇 개의 단락만을 뽑아서 실어놓았다. 그러니까 이 책은 이문구의 대표적인 소설집들에서 몇 개의 단편만을 빼내서 뒤죽박죽으로 섞어 엉성하게 엮은 책일 뿐이다. 그렇고선 제목은 허울좋게 이문구 문학선 '관촌수필'이란다. 도대체 관촌수필이 어딨냔 말이다! 반쪽짜리 관촌수필은 내게 필요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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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관한 달콤한 거짓말들
무라카미 류 지음, 김춘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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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류의 연애 에세이집이다. 여성 독자들을 상대로 쓴 에세이다. 역설적으로 연애가 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만이 진정한 연애를 할 수 있다는 이런 류의 좋은 충고를 많이 해준다. 이 말에 대해서는 나도 동의를 표하지만 이 에세이집 자체는 그다지 흥미롭지 못하다. 한 단락 단락마다 끝맺음이 너무 엉성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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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무라카미 류 지음, 한성례 옮김 / 동방미디어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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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하루키와 류는 같은 얘기를 해도 극단적으로 다른 방식으로 소설을 쓰는 것 같다. 그들 소설 속의 주제는 같은데 반해 말하는 방식은 전혀 틀리다. 류는 과격하고 자극적이고 너무나 퇴폐적이다. 반면 하루키는 부드럽고 세심하고 따뜻하다. 그 둘을 공통적으로 묶어 주는 끈이 있다면 그것은 현대 사회의 고독과 허무 그리고 상실감이 아닐까!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에서 류는 직접 화법보다 간접화법의 빈번한 사용으로 주인공의 소외감이나 고독감을 보다 효과적으로 그리고 확실하게 드러내는 성과를 거뒀다. 전반부의 섹스와 혼음 묘사는 너무도 적나라하고 자극적이다. 후반부의 주인공의 환각 생태에서 릴리와의 대화는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환각에 빠지게끔 만든다. 그 부분 읽을 때 얼마나 머리 속이 어지럽고 몽롱하던지!

그리고 작가는 의도적으로 등장 인물들의 내면이나 심리 묘사를 하지 않았다. 그들 스스로가 자신을 죽음과도 같은 행위를 하는 모습을 작가는 그저 냉정하게 관찰하면서 묵묵하게 써내려 가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그게 내 가슴을 더 아프게 한 것 같다. 작가는 알고 있는 것이다, 작가가 소설 속에서 인위적으로 그들에게 불행을 만들어 주지 않아도 그들은 점점 더 깊은 끝으로 달려 가고 있다는 것을. 독자들도 그들의 비참한 끝을 초조하게 불안한 마음으로 느끼는 것이다.

내면 묘사를 하지 않음으로써 그 이상의 효과를 거뒀다. 그래,하드보일드! 이 말이 딱 들어맞는 것 같다. 그들은 자유롭다. 원래 자포자기는 자유로운 것이다. 포기한 삶엔 죽음의 공포나 두려움 불안 따위가 없다. 산다는 것에 내정된 본질적인 공포나 초조감조차도 없는 것이다. 그저 죽기만 기다리면 되는 것이다.최대한 그 순간순간을 순수하게 즐기면서 ,이기적이지만 비참하지 않고 편안한 죽음이 오길 바라면서 기다리는 것이다. 그것뿐이다. 어쩌면 그들은 가장 순수하게 삶을 살고 떠나는 사람들이다. 다만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그들은 다시는 일어설 수 없다는 데있다.

그들을 위한 끝이 저기 바로 앞에 우두커니 서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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