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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을 삼킨 소년 - 제37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 수상작
야쿠마루 가쿠 지음, 이영미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6년 9월
평점 :
야쿠마루 가쿠, 이영미 역, [침묵을 삼킨 소년], 예문아카이브, 2016.
Yakumaru Gaku, [A DEWANAI KIMI TO], 2015.
제37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
소설가에게 있어 평생의 주제와 만나는 일은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이주인 시즈카), 한눈팔지 않는 소설이다... (오사와 아리마사), '만약 나였다면'이라는 생각이 소설을 즐기는 방법 중 하나라는 사실을 이 작품을 읽으면서 재확인했다... (온다 리쿠), 소년범죄와 소년법이란 민감하고 다루기 어려운 주제와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교고쿠 나쓰히코).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의 심사평이다. 이보다 더 야쿠마루 가쿠와 그의 소설 [침묵을 삼킨 소년]에 관해서 더 잘 설명할 수 있을까? 작가로의 데뷔 10년을 맞이하면서 발표한 작품은 여전히 미성년자의 범죄와 처벌에 관한 것을 주제로 하고 있다.
처음으로 읽은 것은 [천사의 나이프](황금가지, 2009.)이다. 일본에서 십삼 세 미만의 청소년 범죄에 대한 엄벌 파와 보호 파의 대립을 내용으로 하는데, 피해자의 상황과 가해자의 처지를 극적으로 다루고 있다. 최근에 출간한 [악당](황금가지, 2016.)도 비슷한 맥락이다. 아직 성인이 되지 않은 가해자는 이름과 사는 곳이 언론에 노출되지 않고 상대적으로 가벼운 형벌로 보호를 받는데, 피해자의 시선으로 과연 그들이 갱생하여 속죄의 삶을 사는지를 추적한다. 그리고 이번에는 중학교 2학년인 아들이 동급생을 살해한 사건을 두고 가해자 아버지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진행한다.
"어쨌든 중대 사건이라 피해자와 같은 반 학생들이나 보호자분들까지 포함해서 모든 분에게 얘기를 들어보고 있습니다. 화요일 아침에 다마 호수 주변에 있는 잡목림에서 사체가 발견됐습니다. 피해자는 히가시무라야마 시에 사는 후지이 유토 군. 사인은 가슴을 칼에 찔린 출혈사였습니다."(p.25)
만약 쓰바사가 살해당했다면, 나는 얼마나 괴로움에 몸부림칠까.
오열을 억누르듯 얼굴을 일그러뜨린 아버지의 사진을 바라보니 가슴이 미어졌다.
피해자인 후지이 유토는 월요일 저녁 5시 30분경에 어머니에게 잠깐 나갔다 오겠다고 말하고 집을 나섰다고 한다. 그 후로 몇 시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아 휴대전화로 연락했지만 연결되지 않아서 부모가 경찰에 신고했다. 다음 날 이른 아침, 수색 중이던 경찰에 의해 유토의 사체가 발견되었다. 월요일 밤에 살해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쓰여 있었다.(p.32)
요시나가 게이치는 호무라 건설회사의 제2기획팀 팀장이다. 아내와 이혼했고, 하나뿐인 아들은 아내와 살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 경찰이 찾아와 몇 가지를 물어본다. 아들이 다니는 학교의 같은 반 학생이 살해된 채 발견되어 수사 중이라고 한다.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가장 먼저 아들의 안위가 걱정이다. 다음으로 내 아들은 절대 그럴 리 없다는 근거 없는 믿음에 사로잡힌다. 하지만 아들은 용의자로 체포되고, 언론은 벌떼처럼 몰려든다. 소년법의 적용으로 구체적인 신원은 보도되지 않았지만, 인터넷에서는 이미 얼굴 사진에 욕설이 난무하고 있다.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감정이 이입되어, 만약 당신이 가해자의 부모라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을 한다.
"체포된 이유도 안 알려 주고, 아들도 못 만나게 하는 게 당연하단 말입니까?"
"체포 단계에 있는 피의자는 변호인 외에는 만날 수가 없습니다. 단, 구류 후에는 원칙적으로 변호인 이외의 면회도 허용됩니다."
"구류란 건?"
"경찰은 피의자를 체포한 시점에서 사십팔 시간 이내에 수사해서 조서를 꾸미고, 피의자를 검찰관에게 송치해야 합니다. 그리고 검찰관은 이십사 시간 이내에 재수사를 하고, 재판소에 구류 신청이라는 걸 합니다."(p.83)
"국선과 사선의 차이는 어떤 점이 있나요? 돈이 들고 안 드는 점 말고."
요시나가가 묻자, 나가토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혹시 열의나 역량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거나?"
"한데 뭉뚱그려서 다 그렇다고 할 순 없습니다. 국선이라도 열의가 있고, 지식이나 경험이 풍부한 변호사가 많이 계세요. 저도 국선을 맡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다만, 국선의 단점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어떤 변호사를 만나게 될지 알 수 없다는 점이겠죠."(p.86)
당장 체포된 아들은 면회할 수 없고, 경찰은 수사상의 이유로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다. 아버지는 소년 사건에 강하고, 가해자의 측에서 일할 수 있는 전문 변호사를 찾는다. 국선과 사선의 차이, 법의 집행 절차, 선임 비용, 변호 전략, 앞으로 해야 할 일... 갑작스러운 충격으로 잠시 어리둥절했으나 서서히 정신을 차리고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주위의 따가운 시선, 특히 매스컴의 집요함은 일상생활마저 위태롭게 한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다. 자식을 향한 아버지의 간절함이 잘 드러난다.
"가정재판소는 소년을 처벌하는 곳이 아니라 소년의 갱생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판단을 내리는 곳이므로 국가권력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변호하는 개념이 아닙니다. 소년이 사건을 부인하는 경우에는 변호인과 마찬가지로 사실관계를 놓고 시비를 가리는 활동을 합니다만, 사실관계를 다투지 않는 경우는 소년의 재기에 무엇이 필요한지 본인이나 보호자, 가정재판소가 하나가 되어 생각합니다. 우리의 역할 면에서도 그것이 성인 사건과 크게 다른 점입니다."(p.88)
소년이 범죄를 저질렀을 때는 모두 가정재판소로 송치되며, 소년심판에 의해 처분이 결정된다고 한다. 소년심판은 방청인이 있는 형사재판과 달리 재판관과 가정재판소 조사관, 부첨인, 보호자가 모인 자리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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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이나 상해 등의 사건에서는 피해자나 유족이 소년심판을 방청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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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살펴 나가자, '역송(逆送)'이라는 낯선 말이 나왔다.
살인 같은 중대 사건인 경우, 가정재판소에서 다시 검찰로 송치될 수 있다는 말인 듯했다. 범행을 일으킨 시점의 나이가 열네 살이면 역송될 가능성이 있으며, 그렇게 되면 소년도 성인과 똑같이 일반 법정에서 판결을 받게 된다고 한다.(p.97-98)
일본에서 미성년자의 범죄는 성인 사건과 마찬가지로 경찰과 검찰에서 수사를 진행하고, 그 후에는 가정재판소로 보낸다. 사건의 수사는 성인하고 똑같이 철저하게 하고 법의 심판은 가정재판소에서 이루어진다는 말인데, 아직 성인이 되지 않았기에 무거운 형벌보다는 갱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살아온 날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기에 재기해서 남은 인생을 올바로 살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이다. 그래서 다른 재판하고는 다르게 조사관, 부첨인, 보호자 외에 방청인은 없다. 보는 방향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겠지만, 희생자의 유가족에게는 처벌이 아쉬울 수 있다.
"재판관뿐만 아니라 조사관도 심판에 출석하죠?"
"네. 재판관을 대신해서 가정재판소의 조사관이 쓰바사 군이나 보호자와 면회를 하죠. 동시에 소년감별소의 담당 공무원도 쓰바사 군에 관해 조사해서 감별결과통지서라는 걸 작성하고, 그것을 근거로 가정재판소의 조사관이 소년조사표라는 자료를 심판에게 제출하게 되죠. 그것이 심판 결과를 크게 좌우해요."(p.199-200)
"이건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의견인데, 형사법의 변호인과 소년법의 부첨인 역할은 매우 비슷하면서도 분명하게 다른 면이 있어요."
"무슨 뜻인지?"
"변호인은 오로지 피의자나 피고인의 대리인으로서 권리와 이익을 옹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소년법의 부첨인은 가정재판소나 소년감별소와 협력해서 앞으로 소년이 확실하게 갱생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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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사회로 돌아가게 해야 한다고 호소할 수도 있고, 반대로 소년원 같은 시설에서 확실한 교육을 받는 편이 낫다고 호소할 수도 있어요. 어쨌든 소년심판은 소년을 벌하는 장이 아니라 소년의 미래를 고려해서 최선의 방법을 찾아내는 장이니까요. 따라서 부첨인도 소년에게 일방적으로 관대한 처분만 요청하지는 않죠. 그런 의미에서 보면 부첨인과 보호자의 역할이 비슷하니까 보호자에게도 부첨인이 될 권리를 인정해 주는 거 아닐까요."(p.235-236)
기자가 집과 회사에 찾아와 사건이 주변에 알려진다. 아내를 대신하여 집안의 물건을 처분하고 퇴거 절차를 밟는데, 제값을 받지 못해도 오히려 미안하다. 아들은 가정재판소로 송치되어 소년감별소에 수용된다. 가정재판소 조사관과 면담해야 하고, 재판을 준비해야 한다. 피해자 가족에게 어떻게 사죄를 해야 할지 고민이고... 살인자의 아버지로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아들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다. 체포부터 지금까지 침묵으로 일관한다. 그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아버지로서 가해자인 아들에게 뭘 해줄 수 있을까? 또한, 보호자로서 피해자의 유가족에게 뭘 해야 할까? 숨은 진실을 찾는 부성애는 애처롭고, 살아가야 할 남은 인생은 부담이다. 절대 일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사건! 시간을 되돌리기를 양쪽 다 바라지만, 현실은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에게 크나큰 상처뿐이다. 갱생의 의지와 희망... 그동안 소년법의 악용과 법의 빈틈을 대상으로 했다면, 이번에는 법의 본심을 전달한다. 정답이 없는 소재를 가지고 대중의 공감을 얻는 글을 쓰기란 쉽지 않은데, 작가는 그 일을 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