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집을 하시겠습니까 - 가고 싶은 카페에는 좋은 커피가 있다
구대회 지음 / 달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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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대회, [커피집을 하시겠습니까], 달, 2016.

  시원한 카페에 앉아 맛있는 커피와 함께 온종일 책을 읽고 싶은 계절이다. 독서를 하면서 음악을 듣기보다는(집중이 되지 않아...;;) 주로 커피를 마시는데, 카페인에 민감한 위장이라 하루에 한 잔 이상은 무리이다(그래서 과일차를 같이 먹는다). 한때는 와인의 세계를 궁금히 여겨 이리 기웃 저리 기웃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체질적으로 술을 먹지 못 해서(한의사 말로는 간이 약하다나 뭐라나...;;) 신이 내려주었다는 음료는, 내게는 그냥 역한 알코올일 뿐이다. 대부분이 즐기는 것을 태생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그래도 하루에 한 잔의 커피는 제대로 누리고 싶은 욕망이 있다.

  '무엇을 하고 살아야 행복할까?'(p.10)

  가장 부러웠던 사람은 부유하지는 않더라도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움 없이 살아가는 이들이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내 주변에는 그런 사람이 거의 없었다. 세상 잣대로 보면 좋은 직업일지라도 정작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하나같이 '먹고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하고 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결국 무엇을 하느냐가 아니라 나에게 맞는 일을 하고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었다.(p.10)

  남자라면(물론 여자도) 누구나 한 번쯤은 꿈꾸었을 나만의 공간 연출이라는 게 있다. 책을 읽거나, 게임을 하거나,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보는... 자유로운 공간을 갖고 싶어 한다. 이것을 좀 더 확장해서 세상에서 제일 맛 좋은 커피를 내리는 카페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마치 일본의 어느 소설이나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바닷가 마을의 허름한 창고를 개조한 커피집이라든가... 한적한 주택가에 절대로 있을 것 같지 않은 커피집이라든가... 그런데 커피라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

  누군가 나에게 그동안 마셨던 커피 가운데 가장 맛있었던 커피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주저 없이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트래킹중 산장에서 마신 '우리나라 인스턴트커피'라고 답할 것이다. 배고플 때 먹은 음식이 가장 맛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아무리 산해진미라 할지라도 소화불량으로 고생중이거나 이미 다른 음식으로 배가 부른 상태라면 입에 대기도 싫을 것이다. 그러므로 가장 맛있게 마신 커피와 가장 훌륭한 커피는 다른 의미다. 전자는 커피에 대한 갈급함이 주된 요인이고, 후자는 커피의 질을 말하는 것이다.(p.22)

  저자는 보편적 커피 복지를 말하는 커피테이너이다. 가까스로 아내를 설득하여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2년 동안 55개 나라를 여행하며 커피 농장과 유명 카페를 둘러본다. 남들은 머릿속으로 상상만 하는 것을 직접 몸소 실천하는 커피 수행가이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커피집을 하고 있고... 보석과 같은 경험을 토대로 그는 맛본 커피와 만난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혹시 모를 카페 창업에 관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커피를 향한 열정이다!

  광장 북서쪽 한편에는 쌍둥이 형제가 운영하는 커피하우스가 있었다. 심플한 탁자와 의자 외에 별다른 인테리어는 없었으나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다름 아닌 수동식 1세대 에스프레소 머신이었다. 얼핏 보기에도 백 년은 된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이탈리아 토리노 지방에서 만든 '라 파보니' 머신으로 백 년 가까이 된 것이라고 하였다. 책에서만 보았던 것을 직접 마주하게 되다니. 더욱 놀라운 것은 이 머신이 아직까지 멀쩡하게 작동한다는 사실이었다. 전설적인 머신으로 추출한 에스프레소를 마셔볼 생각에 심장이 두근거렸다.(p.26)

  콜롬비아의 살렌토, 쿠바의 부에노스 디아스, 베트남의 달랏, 오스트리아의 빈, 모로코의 페스, 칠레의 산티아고... 에서 만난 커피는 나름의 개성으로 현지의 사람들과 잘 어우러져 있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탄자니아, 콜롬비아... 의 커피 농장은 커피를 향한 뭔가 부족한 욕구를 적절히 충족시켜 준다. 현지를 여행하는 것은 커피에 대한 새로운 눈을 뜨게 한다.

  손님이 없을 때마다 하는 것 몇 가지가 있다. 커피 서적을 읽거나 핸드드립 등 커피 연습을 하는 것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커피 책 가운데는 내가 모르거나 경험하지 못한 정보가 많이 있다. 틈틈이 탐독하다보면 그 내용은 내 것이 되고, 커피에 대한 이해 또한 높아진다. 책을 읽다가 지루해지면 핸드드립 연습을 한다. 핸드드립은 한번 배우면 끝이라고 생각하지만, 이것은 하는 사람에 따라 그 맛이 천차만별일 정도로 까다로운 추출 방법이므로 연습을 게을리하면 안 된다. "하루를 연습하지 않으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안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필터에 따라서는 종이드립과 융드립을 하며, 종이드립은 방법에 따라 나선형드립과 동전드립을 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난이도가 높은 것은 마일드한 동전드립으로 목 넘김이 부드럽고 좋으면서도 맛이 밋밋하지 않다.(p.74)

  주말부부로 지내며, 마포구 신수동에 카페 <커피 꼬모>를 시작할 때의 이야기는 아주 현실적이다. 건물 1층에 전용 면적 10~15평이면서 권리금이 없는, 보증금 1천만 원에 월세가 1백만 원 미만의 장소를 찾아내고... 생두를 사다가 로스팅을 하고 블렌딩한 후에 마신 첫 잔의 감격... 카페가 아니라 개인 공방인 줄 알았다는... 혹시 건물주가 아니냐는 오해... 하루 열두 시간을 투자했지만, 20잔도 못 파는 날... 대안으로 로스팅한 커피와 더치커피를... 그리고 파격적인 가격 인하! 일본의 나가사키 - 교토 - 도쿄로 떠난 가배무사수행기는 일본의 커피 문화를 제대로 보여 준다.

  커피를 오랫동안 마시고 즐긴 사람들조차 범하는 실수가 있다. 커피 공부를 책으로 하려 한다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커피 공부는 책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하는 것이다. 다양한 커피를 많이 마시고, 눈으로 보며, 코로 느끼고, 그것을 말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본인이 바라고 원하는 커피를 볶거나 추출할 수 있어야 한다.(p.178)

  즉 맛있는 커피의 조건은 추출된 커피의 품질에 있지만, 가장 맛있는 커피의 추억은 분위기, 상대방, 기분, 상황 등이 그 맛을 좌우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커피의 맛을 결정하는 것은 크게 네 가지로, 신선하고 결점 없는 생두, 생두의 특징을 살린 적절한 로스팅, 실력 있는 바리스타의 추출, 마시는 사람의 기분과 태도다.

  네 가지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생두에 있다.(p.182)

  예전하고 비교해서 시장이 커졌다고 하지만, 넘쳐나는 브랜드 커피와 나날이 발전하는 편의점 커피의 틈바구니에서 과연 커피집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저자는 시종일관 유행을 타거나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맛있는 커피를 말하고 있다. 커피를 정말로 좋아한다면 도전해볼 가치가 있다. 싸고 맛 좋은 커피, 커피가 본질이어야 한다.

  가끔 중고 장터를 뒤지며 에스프레소 머신을 찾는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기능을 갖춘 것은 아무리 중고라고 해도 지출의 범위를 넘어서기 때문에 번번이 구매욕을 삭혀야만 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커피에 관한 일반적인 상식과 커피를 즐기는 방법 이외에 핸드드립의 매력을 재발견할 수 있었다. 특히 일본에서의 커피 수행은 커피를 마시러 일본에 가야 하나... 라는 고민을 하게 할 정도로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커피집을 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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