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빌 워 Civil War 프로즈 노블 - 그래픽노블 <시빌 워> 소설판 마블 프로즈 노블
스튜어트 무어 지음, 임태현 옮김 / 시공사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스튜어트 무어, 임태현 역, [시빌 워], 시공사, 2015.

Stuart Moore, [CIVIL WAR PROSE NOVEL], MARVEL, 2015.

  개인적으로 만화와 애니메이션에 별다른 관심이 없어서 그래픽 노블에 관해서는 거의 아는 것이 없는 문외한이었다. 단지 할리우드 영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슈퍼 영웅 시리즈의 원작이라는 것과 희귀본은 수집가에 의해 고가로 거래되고 있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었을 뿐이다. 그런데 최근에 블로그 이웃인 유마님으로부터 선물 받은 한 권의 책을 읽으면서 약간의 통찰(?)을 얻게 되었는데, 소설 [시빌 워]를 통해 알게 된 몇 가지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유마님 고맙습니다...^^

1. 왜 어벤져스에는 배트맨이 없을까? 그 이유는 소속사가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그래픽 노블 제작사는 마블과 DC가 있다. 마블 코믹스(Marvel Comics)는 월트 디즈니의 자회사로 어벤져스,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 엑스맨, 디펜더스, 판타스틱 포, 쉴드... 등 다양한 팀으로 폭넓은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 이들은 모두 마블 유니버스라는 하나의 세계관 안에 존재한다. http://marvel.com/

  DC 코믹스(DC Comics)는 워너 브라더스의 자회사로 저스티스 리그가 있다. 주요 캐릭터는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 그린랜턴, 아쿠아맨... 등이 있다. http://www.dccomics.com/ 이들은 모두 영웅 이외에 이들이 상대하는 숙적, 악당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마블과 DC는 각기 다른 팬덤을 형성하고 있는데, 팬들은 서로 좋아하는 캐릭터의 우위를 비교하거나 대결 구도를 만들기도 한다. 언젠가는 아이언맨과 배트맨이 서로의 기술과 능력을 뽐내며 연합하는 날을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2. 마블 유니버스 프로즈 노블 [시빌 워]는 마크 밀러와 스티브 맥니븐의 그래픽 노블을 스튜어트 무어가 소설로 각색한 작품이다. 2016년에 개봉 예정인 영화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안소니 루소, 조 루소 감독)의 원작으로, '시빌 워'는 내전을 의미한다. 어벤져스 시리즈의 확장판으로 마블의 웬만한 캐릭터는 모두 등장하는데, 아이언맨을 중심으로 하는 정부군과 캡틴 아메리카를 중심으로 하는 저항군으로 나뉘어 싸운다. 어제의 동료와 친구가 오늘의 적이라니... 상당히 충격적이면서 흥미로운 설정이다. *참고로 DC의 배트맨과 슈퍼맨의 대결을 그린 영화 <배트맨대 슈퍼맨 : 저스티스 리그의 시작>(잭 스나이더 감독)도 2016년에 개봉 예정이다.

3. 소설 [시빌 워]는 이전의 그래픽 노블이나 슈퍼 영웅에 관한 지식이 없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독자를 배려하고 있는데, 작품의 세계관이나 캐릭터의 특징을 적절히 풀어가며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어서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다.

  "슈퍼 휴먼, 초인, 슈퍼 히어로, 슈퍼 빌런. 뭐라고 부르건 간에, 그들의 수가 지난 10년 사이 엄청나게 급증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을 겁니다. 어떤 이들은 선천적으로 남들에게는 없는 특수한 육체적, 정신적 능력을 갖고 태어납니다. 어떤 이들은 우연한 기회로 그런 능력을 얻습니다. 또 저를 비롯한 몇몇 사람들은 과학 기술의 도움을 받아 특수한 힘을 갖게 되었습니다. 또 다른 이들은 아무런 능력이 없는데도 코스튬을 입고 목숨을 걸며 남들 앞에 나타나기도 합니다. 외계 혈통을 지닌 이들도 있습니다. 완전히 외계인인 경우도 있지만, 최근에는 지구인과의 혼혈도 심심찮게 볼 수 있지요."(p.162)

  토니 스타크와 캡틴 아메리카 역시 강한 의지를 지닌 인물들인 것은 맞지만, 각자의 강점과 약점이 확연했다. 캡틴은 인간의 본성과 정신력에 의존했고, 토니는 과학과 기술에 대한 믿음이 지나치게 강했다. 어벤저스 결성 이래로 캡틴과 토니가 부딪힌 적은 셀 수가 없을 정도다. 급박한 순간이 닥치면 무엇을 희생하고 무엇을 살릴 것인가에 대한 둘 사이의 논쟁이 끊이지 않았다.(p.30)

4. 십 대로 구성된 뉴 워리어즈(나이트 트래셔, 스피드볼, 나모리타, 마이크로브)는 리얼리티 쇼에 출연하고 있다. 슈퍼 히어로가 악당을 물리치는 과정을 생생하게 담아내는 TV 프로그램인데, 이들은 능력을 과시하여 세상에 이름을 알리고 싶어한다. 하지만 촬영 중에 슈퍼 빌런인 나이트로는 "아가야. 미안하지만 나는 그동안 너희가 상대했던 얼빠진 애송이가 아니란다... 너희는 어른들의 세계에 뛰어든 거야."라는 말과 함께 자살 폭발을 일으킨다. 대폭발로 뉴 워리어즈와 방송국 촬영 관계자는 물론이고 코네티컷 스탬포드의 주민 900여 명이 사망하게 된다.

  "앞으로 일반 대중 앞에서 자신의 능력을 사용하려거든 반드시 다음의 절차를 따라야 합니다. 우선 가장 먼저 온라인으로 국토안보부에 등록을 해야 합니다. 아주 쉬운 일이죠. 전혀 힘들 게 없습니다. 이때 입력해야 하는 정보는 다음과 같습니다. 신청자가 그동안 사용했던 이름과 함께 본명, 거주지, 24시간 비상연락처, 경력, 그리고 슈퍼 휴먼 능력을 지니고 있다면 그에 대한 상세한 정보. 그렇게 접수된 등록 신청서는 즉시 저와 국토안보부 장관님이 함께 심사하게 됩니다."(p.163)

  이 사고로 슈퍼 휴먼을 향한 대중의 분노는 극에 달하고, 상원에서는 초인의 능력 오남용을 견제하고 그들의 활동에 대한 규제와 기준을 확립할 목적으로 조사 위원회를 구성한다. 아이언맨인 토니 스타크는 정부의 슈퍼 휴먼에 관한 논의에 참여하고... 그 결과 초인등록법을 제정한다. 모든 초인은 자신의 신분을 공개하고 활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초인등록법은 슈퍼 휴먼 커뮤니티를 분열시키는데, 쉴드에서는 대응팀을 꾸려 반대자들을 강력하게 제지한다.

  "50개 주 이니셔티브 계획에 대해 들어봤겠지? 그거 그냥 소문이 아냐. 정부에서 이미 진행하고 있어. 이제 곧 각 주마다 하나씩 슈퍼 히어로 팀을 창설할 거야. 모든 맴버들은 당연히 중앙에서 훈련시키고 자격 심사를 한 뒤 대중에게 공개돼. 생각해 봐. 이렇게 되면 우리 슈퍼 휴먼은 진일보하는 거야."(p.243)

  정부의 규제와 통제를 받게 된다면 더욱 체계적인 관리 속에서 진일보하게 될 것이라 믿는 아이언맨과는 달리 캡틴 아메리카는 자유를 위한 싸움을 선택한다. 이로써 저항군은 신분을 감추고 수면 아래에서 위장 생활을 하며 자신들의 기회를 엿보고, 정부군은 법을 집행하기 위해 반대자 추적을 시작한다.

5. 초인등록법에 등록한 정부군 어벤져스는 아이언맨(앤서니 스타크), 미즈 마블(캐럴 댄버스), 블랙 위도우(나타샤 로마노프), 스파이더맨(피터 파커), 쉬 헐크, 행크 핌(앤트맨, 자이언트맨, 옐로재킷), 닥터 샘슨, 센트리, 그리고 판타스틱 포의 미스터 판타스틱(리드 리처즈), 인비저블 우먼(수잔 리처즈), 씽(벤 그림), 휴먼 토치(조나단 스톰)이다. 여기에 새로운 맴버로 원더맨, 캡틴 마블, 스파이더우먼, 헤르메스가 합류한다.

  초인등록을 반대하는 저항군은 캡틴 아메리카(스티븐 로저스), 호크아이(클린트), 루크 게이지, 팔콘, 데어데블, 골리앗(빌 포스터), 타이그라(그리어 넬슨), 영 어벤져스의 패트리어트(일라이), 헐클링, 위칸, 스태처(캐시 랭), 스피드(토미)이다. 여기에 클록, 대거, 발키리, 나이트호크, 포톤, 스팅레이, 퍼니셔(프랜시스 캐슬), 허큘리스, 그리고 와칸다의 국왕 블랙 팬서(트찰라)와 왕비 스톰(엑스맨 뮤턴트)이 개인 자격으로 합류한다.

  울버린과 엑스맨 뮤턴트는 중립을 선포하고 자신들의 공간에서 나오지 않는다. 해저도시 아틀란티스의 군주 네이머는 지원을 거절하고...

6. 빌런을 제외하고라도 이 얼마나 방대한 캐릭터의 등장인가! 여기에서 결정적인 심경의 변화로 진영을 옮기기도 하고, 상대편의 정보를 캐내기 위해 잠입한 스파이도 있다. 이들은 점점 피할 수 없는 마지막 승부에 다가서는데...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됐을까?' 그는 생각했다.

  '이제는 무슨 수를 써도 돌이킬 수 없게 됐어. 서로 악감정은 있을지언정 그래도 상처를 털고 악수하며 끝낼 수 있는 시기도 있었는데, 하지만 이제는 그마저 불가능해. 닥터 둠이 쳐들어와도, 캘럭투스가 침공한다 해도, 우리가 손잡고 싸우는 일은 없을 거야. 이제 다시는 우리가 하나가 되는 일은 없는 거야.'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토니는 더욱 절망스러웠다.(p.442)

  오늘 전투가 어떻게 마무리되든 스파이더맨에게 남은 건 암울한 미래뿐이었다. 캡틴이 승리한다면 피터는 앞으로 도망자의 삶을 살아야 할 것이다. 토니가 이긴다면 피터는 그 즉시 기소되어 네거티브 존에 갇힐 것이다. 어느 쪽도 그에게 바람직한 결과는 아니었다.(p.446-447)

  서로에게 남은 건 상처와 암울한 미래뿐이다.

7. 당신은 누구 편인가? 서로 한 치의 양보를 할 수 없는 극단의 상황에서 나름대로 논리와 대의를 가진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의 대결은 그들이 갖춘 화려한 능력과는 다르게 내적인 갈등과 고뇌의 어둠을 포함하고 있다. 그림을 글로 옮기는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쳤지만, 극적인 묘사는 책을 읽는 동안 마치 한 편의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문학의 글맛보다는 이야기의 글맛이 더 진하게 느껴지는 작품이다. 앞으로 개봉할 영화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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