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집 2
정석화 지음 / 네오북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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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화, [춤추는 집②], 네오픽션, 2014.

  글을 잘 써서 유명하다고 그 사람의 인격이 꼭 훌륭한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공부를 잘하거나 연봉이 높다고 해서 그 사람의 모든 부문이 위대한 것은 아니다... 단지 그 분야에서 특출난 것이지 나머지는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 라는 말을 어느 유명인(?)에게서 들은 적이 있다. 겉으로는 화려해도 무대 위에서의 모습일 뿐, 막을 내리고 가면을 벗으면 더도 덜도 할 것 없는 한 인간이다. 누군가 추리소설을 읽는 이유를 인간의 본성을 깊이 있게 다루기 때문이라고 했다. 단순히 금품을 노리거나, 과거의 원한이나 현재의 치정에 얽혀 있거나, 계획적으로 아니면 충동적으로... 작가는 파렴치함을 극단으로 몰아 살인이라는 결과를 만들어 놓는다. 그리고 다시 여기에서부터 출발해 조각조각의 단서를 흩어놓고 여기저기에 함정을 파놓아 범행의 과정을 복기하는 데에 헛걸음질을 유도한다. 몇 번의 시행착오와 우여곡절 끝에 사건의 원인에 다다르게 되었을 때의 쾌감은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다. 여기에 함께 드러나는 추악한 본성은 미스터리만의 매력이다.

  줄리엣이 죽으면 로미오도 죽어요.(p.10)

  오, 이 더러운 육체여. 녹아 흘러 한 방울 이슬이 되어라.(p.36)

  아시안게임 수영 3관왕으로 아시아의 인어라고 불리던 이정국의 부인이 물에 빠져 죽은 곳은 최 소장의 근무지이다. 또한, 18년 전에 그곳에서 이정국의 동생네 부부가 같은 방식으로 죽었다. 그때에도 그곳에 최석규가 있었다. 그는 사건의 중심에 있지만, 태풍의 눈이 고요한 것처럼 수사는 갈수록 오리무중이다. 황민기 원장은 뭔가를 알고 있는 눈치이나 쉽사리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유력한 용의자는 의문의 죽임을 당하고 수수께끼와 같은 메시지가 전달된다.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과거로부터 꼬여있는 매듭을 찾아서 풀어야 한다. 하지만 쉽지가 않다.

  "한 번 본 것과 두 번 본 것과 세 번 본 것은 설령 같은 것을 보았더라도 결코 같은 것이 아냐."(p.39)

  "마치 죽지 않는 세포 같아."

  ...죽지 않는 세포.

  아내가 입원한 병원의 담당 의사도 똑같은 말을 했다. 암세포는 죽지 않는 세포라고, 죽지 않는 세포가 사람을 죽이는 거라고. 말장난 같은 의사의 말을 석규는 선뜻 이해하지 못했다. 죽지 않는다는 건 좋은 거 아닌가? 죽지 않는 세포가 왜 사람을 죽이지?(p.45)

  "계속해서 같은 꿈을 꾼다는 건 그건 꿈이 아니라는 거야."(p.219)

  이정국의 아들 이시우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테러와 연쇄살인의 위협은 점점 더 거세게 다가온다. 조속한 해결을 위해 강력반 형사 오태주는 사건의 중심에 서 있는 최석규와 정보를 교환하고 수사의 동맹을 맺는다. 그리고 숨어있는 인물을 하나둘 찾아내지만, 뭔가 톱니가 맞지 않는다. 이들의 연합은 과연 효과가 있을까?

  사랑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다. 반대로 사랑하더라도 행복하지 못할 수도 있다. 아픈 아내를 오랜 세월 지켜보면서 수백 수천 번 스스로에게 같은 소리를 했었다. 난 아내를 사랑해. 그러니까 난 행복해. 난 행복한 사람이야. 그러나 정말로 행복한 것은 아니었다. 아내는 어땠을까? 일과 아내의 병에 지친 남편을 보면서 그녀는 어떤 생각이었을까? 행복했을까? 정말로?(p.59-60)

  "잊으려고 혹은 잊지 않으려고 쓸데없는 노력 같은 거 하지 말아요. 그냥 살아요. 살다 보면 그럭저럭 살아지는 법이니까."(p.301)

  1권에 이어서 2권에서 더욱 분명해지는 것은, 정석화의 소설 [춤추는 집]은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과 [햄릿]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원한으로 가득한 두 가문에서 서로 사랑하면 안 되는 배경을 가진 연인의 사랑이 결국에는 비극을 맞이한다. 왜곡된 욕망으로 가득한 한 집안의 다툼은 모두가 불행한 결말을 가져온다. 원작과 마찬가지로 이성을 앞지르는 욕심과 순간의 쾌락은 정작 중요한 것을 잃어버리는 어리석은 인간군상을 보여주는데, 이들이 뿌린 상처의 씨앗은 18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곪아 터져서 결국에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을 벌이게 된다. 일관된 논리와 현실적인 개연성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서서히 다가가는 진실 찾기는 마지막 순간에 모든 것을 폭로한다.

  "흔히 꿈은 이뤄내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지만 꿈을 이루는 과정에서 잃어버려서는 안 되는 것이 있고, 또한 그 꿈이 행복과 직결된 것은 아니라는 것..." 최근에 우리 곁을 멀리 떠난 어느 가수의 마지막 방송에서 한 말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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