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참견 : 운수 좋은 날 - 김양수의 카툰판타지
김양수 지음 / 예담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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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수, [생활의 참견 - 운수 좋은 날], 예담, 2012. 

 

  어린 시절에 학교에서나 집에서 만화를 보면 어른들은 무슨 큰일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소리를 질러댔습니다. 누가 만들어낸 공식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어른의 역할을 다한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지적을 당하고 큰 소리를 듣는 처지에서 기분이 매우 불쾌했습니다. 어떠한 논리적인 설명 없이, 단지 만화는 공부에 방해되는 것이기에 무조건 멀리해야 한다는 격양된 음성을 지금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아니 세월이 흘렀다고 할까요? 이제는 만화를 대하는 시선이 예전과는 전혀 다릅니다. 내가 욕을 먹으며 보았던 만화는 TV 드라마로 제작되어 전파를 타고 있고, 문화 산업의 목적으로 애니메이션을 특화한 고등학교까지 생길 정도이니 많지 않은 나이에 격세지감(隔世之感)이라는 말이 저절로 떠오릅니다.

 

  오랜만에 책으로 만화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미 인터넷 모 포털에서는 유명한 연재인데, 작가의 독특한 안목으로 특별하게 선별하여 출시한 진짜 만화책입니다. 김양수라는 작가의 이름이 매우 익숙합니다. 개인적으로 맨 처음 작가를 알게 된 것은 1990년대 후반 월간<PAPER>를 통해서였습니다. 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틀렸을 수도 있고요)... 김원 발행인, 황경신 편집장, 정유희, 김양수... 등등의 기자들. 당시 작가는 창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잡지의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기자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해인가? 정기 연재를 하던 만화가의 공백으로 작가는 발행인에게 "제가 한번 그려보겠..."라고 했고, 발행인은 걱정 반 우려 반으로 마지못해 허락했다는...ㅋㅋ 기억이 있습니다. 사실 이전에는 월간<PAPER>를 구매하면 가장 먼저 보는 것은 김원 님의 두 페이지 달력 사진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작가의 만화를 먼저 보게 되었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에는 뭔가 둔탁해 보이고 전혀 세련되지 않았지만, 못 말리는 가족과 엽기 친구들의 폭소 터지는 경험담이 진솔하게 다가와 시선을 끌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에 인터넷 유명 포털의 인기 작가로 등극해 있더군요. 그리고 이렇게 다시 책으로 만나게 되어 매우 반가웠습니다.

 

  김양수의 카툰판타지 [생활의 참견 - 운수 좋은 날]은 다섯 번째 단행본입니다. 기존의 책과 다른 점은 평소 독자에게 관심과 사랑을 받았던 작품으로 선별했고, 특히 독자들이 보내준 생생한 사연으로 꾸민 작품을 모아 책으로 엮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베스트 모음집이며 동시에 기존의 시리즈와는 완전히 차별화되는 새로운 '생활의 참견'입니다. 내용은 크게 다섯 개의 파트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① 찌질하지만 멋지게... '남자라면'으로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며, 창피함으로 기억에서 지우고 싶은 순간, 긴장과 황당함으로 뜻하지 않은 실수를, 커플이 만연한 세상에서 혼자 살아가는 부담감, 월드컵 축구를 보며 나타나는 엉뚱한 직업의식, 택시가 가지 않는 곳으로 택시를 타고 가는 방법, 무전 여행 중의 노숙자 취급, 영원한 숙제 다이어트, 클래식 공연장에서의 허세, 콩글리시 때문에, 이성에 대한 욕망, 젊어 보이고 싶어한 남자의 치명적인 실수.

  ② 일상이 우당탕... 헛갈림의 미학, 스키장에서 죽을 뻔한 사건, 여성의 본능, 긴장된 결혼식, 공중화장실의 덩어리, 외국인의 낯선 한국 경험, 한국 음식 이름 때문에, 여자 연예인에 관한 호기심으로, 오타 메시지, 주객이 전도된 효용가치.

  ③ 먹고살기 분투기... 머나먼 출근길, 황당한 면접 실수, 직장생활의 꼼수, 인생은 과유불급, 개고기와 관련하여, 동네 아줌마의 강매, 사회생활의 노하우, 오탈자의 반전, 입사를 준비하는 여자의 결심, SNS와 관련하여.

  ④ 추억은 방울방울... 대학 시절 어색한 고백의 기억, 겨울 음식의 추억, 어린 시절 어머니의 가르침,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세상, 특별히 이상한 이름, 학창 시절의 두발 검사, 영어 교육의 악연, 남자의 존재감.

  ⑤ 가족, 가장 친한 웬수... 예상치 못한 아이의 말, 부담스런 가족의 관심, 고부간의 오해, 공처가 아버지의 반전, 숫자 놀이의 함정, 게임에 중독된 인생, 쇼핑 중독으로 허상이, 윷놀이의 심리적 분석, 기타 카테고리, 아버지의 인생관, 사소한 오해, 자녀를 키운다는 건.

 

  ... 등등의 이야기가 옹기종기 모여 있습니다.

 

  작가를 어느 정도 아는 독자라면, 다섯 개의 파트 제목만으로도 대강의 내용이 머릿속에 그려질 것입니다. 컬러풀한 사각의 프레임, 그만의 그림체와 생생한 사연, 뻔한 등장인물의 예상치 못한 행동, 그럴듯한 이야기 속의 어마어마한 반전, 그리고 따뜻함... 우리의 삶의 이야기가 눈앞에 펼쳐져 있습니다. 책을 읽으며 웃음이 빵 터지는 오늘, 정말로 '운수 좋은 날'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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