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브 미 샘터 외국소설선 7
리사 스코토라인 지음, 심혜경 옮김 / 샘터사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리사 스코토라인, 심혜경 역, [세이브 미], 샘터, 2012. 

Lisa Scottoline, [SAVE ME], 2011.

 

  매일 할리우드 영화와 미드 속에 빠져 살면서도, 정작 미국 작가를 기억하고 작품을 찾아서 읽은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아니, 유일하게 시드니 셀던(Sidney Sheldon)이 있는데, 사실 이것도 청소년 시기에 책을 읽으며 음모와 배신, 복수와 스릴을 즐기기보다는 성적인 묘사만을 탐독하던 시절이라...;; 아무튼,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리사 스코토라인을 통해서 미국 작가와 작품에 대한 어느 정도의 갈증을 해결할 수 있었다(리사 스코토라인은 1990년대 이후, 미국 서스펜스 장르의 선두주자로... 로스쿨에서 법률을 공부하고 사무관으로 일한 경력을 토대로 법정 스릴러의 대모로 자리하고 있다).

 

  [세이브 미]라는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에 엉뚱하게도 기욤 뮈소의 [구해줘]가 떠올랐다. 하지만 곧 한 편의 영화 포스터와 같은 표지를 보면서, 엄마와 딸을 주인공으로 하는 이런저런 이야기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혹시, 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의 영향이었을까?) 이 책은 엄마의 사랑 '모성애'를 기본 바탕으로 미국 내의 '왕따 문제', '소송 문화', '매스컴의 영향력', 그리고 '대기업과 정치권의 횡포'를 다루고 있다.

 

  태어날 때부터 뺨에 있던 선홍색 태아 반점... 꽤 큰 둥근 반점은 마치 볼연지를 서툴게 칠해 엉망이 된 것처럼 보였다. 의학 용어로는 '화염상 모반'. 피부 아래 정맥 실핏줄이 붉어지는 현상일 뿐이지만, 벨리에게는 '주홍글씨' 그 자체가 되어버린 붉은 반점이다. 유치원에서부터 멜리는 그 반점 탓에 다른 이들에게 놀림거리가 되기 시작했다.(p.12-13)

 

  로즈는 마음속에서 이쪽저쪽을 저울질 하느라 멀미가 났다. 그녀가 아만다와 에밀리를 카페테리아 밖의 운동장으로 내보내면 멜리를 구할 시간이 없을 것 같았다. 그녀가 멜리를 구하러 가려면 자기 앞에 있는 아만다와 에밀리를 남겨두어야 했다. 로즈는 그 아이들을 남겨둘 수 없다. 또한 자신의 아이를 죽게 내버려둘 수도 없다. 그것은 지옥에서 나온, 지옥 속의 선택이었다. 로즈는 멜리를 구하거나, 아니면 아만다와 에밀리를 구할 수 있다. 그녀는 선택을 해야만 했다.(p.22-23)

 

  어린 멜리는 얼굴에 있는 선홍색 반점 때문에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한다. 그래서 새로운 학교로 전학을 했고, 로즈 매케나는 이런 딸을 위해 학교 '급식 도우미'로 자원한다. 하지만 그날도 식당에서 멜리는 놀림을 당하고 장애인 화장실로 도망을 간다. 로즈는 멜리를 괴롭히는 아만다를 붙잡고 대화를 시도하는데, 그때 굉음과 함께 큰 폭발이 일어난다. 사방은 불길에 휩싸이고, 로즈는 멜리를 구할 것인가? 아니면 아만다를 구할 것인가? 급박한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로즈는 한숨을 삼켰다. 여기서는 더 이상 추모 모임 때나 병원에서와 같이 고함지를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것을 그녀는 알았다. 사람들은 그녀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녀를 무시하거나 피했다. 그들은 로즈에 대해 말은 하지만, 로즈에게 말을 걸지는 않을 것이었다. 그때 로즈는 생전 처음으로 멜리가 어떤 느낌을 받으며 살아왔던가를 깨달았다.(p.209)

 

  불길 속에서 로즈는 '자원 봉사자'의 역할과 '엄마'의 역할을 초인적으로 수행한다. 하지만 모든 결과는 순조롭지 못하다. 오해는 또 다른 오해를, 사건은 또 다른 사건을 불러온다. 지역 언론과 매스컴은 앞다투며 기사를 쏟아내고, 등장인물 간의 갈등은 증폭된다. 그리고 로즈는 딸 멜리가 당했던 것처럼, 그녀가 속한 모든 공동체에서 따돌림을 당한다.

 

  "안 돼요. 그건 방향 전환의 문제가 아니라, 진실에 관한 문제라고요. 나는 아무도 고소하거나, 고소를 고려하고 있다고 협박하지 않을 거예요. 그게 바로 왕따를 시키는 거예요. 난 왕따가 지긋지긋해요. 왕따를 시키는 사람이 되기 전에 저주를 받고 말 거예요."(p.357)

 

  "오랫동안 난 멜리의 모반이 틀림없이 나의 업보라고 생각했어. 내가 다른 여자의 아이에게 저지른 짓 때문에 내 아이가 벌을 맏고 있다고 말이야. 내가 흠집이 될 만한 일을 했기 때문에 멜리에게 흉터(모반)가 생긴 거라고, 그것 죗값이야. 내 원죄의 오점이아."(p.315)

 

  로즈의 남편 레오는 변호사이고 모든 것을 논리적으로 조언한다. 그리고 그가 고용한 변호사들은 최고의 법률 자문을 제공한다. 하지만 그녀는 모든 것을 거부하고 자신의 감정대로 움직인다. (혹시, 여자라서 이성적인 판단이 부족한 것일까?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답답함만이...) 하지만 작가는 이것을 미리 계산해 두고 있었다. 로즈는 과거의 상처로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 숨겨진 또 다른 원인이 있었던 것이다.

  로즈는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이를 타겟으로 삼는 것을 거부한다. 그리고 어긋난 모든 것을 바로잡기 위해 스스로 행동을 시작한다. '모든 엄마는 액션 히어로'라고 했던가?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사건의 실체가 하나씩 밝혀지고, 모든 것의 뒤에는 커다란 음모가 자리 잡고 있다.

 

  스릴러를 즐기면서 항상 마음속으로 바라는 것은 철저하고도 통쾌한 복수이다. 하지만 [세이브 미]는 이것을 초월하여 '엄마의 사랑'과 '모성의 힘'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그리고 복수가 아닌 화해를 통해서 새로운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흡입력 있는 문체, 사실적인 묘사, 현실적인 내용, 자연스러운 전개, 그리고 서서히 드러나는 음모와 배후의 실체... 등 재미있는 모든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원서의 글맛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등장하는 인물과 배경을 설명하는 형용사가 너무 많아 글을 읽는데 스피드가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전체 분량에서 1/4 정도를 축약하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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