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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 - 노인들의 일상을 유쾌하게 담다 ㅣ 실버 센류 모음집 1
사단법인 전국유료실버타운협회 포푸라샤 편집부 지음, 이지수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4년 1월
평점 :
사단법인 전국유료실버타운협회, 포푸라샤 편집부, 이지수 역,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 포레스트북스, 2024.
[SILVER SENRYU TANJOUBI ROUSOKU FUITE TACHIKURAMI], 2012.
어!? 이런 익살스러움은 뭐지? 여든여덟 수의 실버 센류 모음집이다. '실버'(Silver)는 일본식 영어로 노년 세대를 뜻하고, '센류'는 일본의 정형시 중 하나로 5-7-5의 총 17개 음으로 된 짧은 시이다. 풍자나 익살이 특징이라고 하는데, 연륜에 의한 유머 감성이 담겨 있다. 실버 센류라고 해서 지은이가 전부 노인은 아니고 2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하다. 실버를 주제, 내용으로 하는 센류이다.
"사랑인 줄 / 알았는데 / 부정맥"이라는 제목을 보았을 때, 최근에 개인적으로 비슷한 감정을 경험한다.
"가슴이 아파 / 연정인가 했더니 / 역류식도염"이고,
"가을바람에 / 마음이 시렸는데 / 신경성 위염"을 앓고 있다. 내 나름의 병상 센류이다.
원문을 수록했더라면 하는 바람과 눈에 띄는 몇 가지를 소개하면...
"LED 전구 / 다 쓸 때까지 / 남지 않은 나의 수명"(p.7)
"연명 치료 / 필요 없다 써놓고 / 매일 병원 다닌다"(p.20)
"눈에는 모기를 / 귀에는 매미를 / 기르고 있다"(p.48)
"쓰는 돈이 / 술값에서 약값으로 / 변하는 나이"(p.51)
"동창회 / 식후에는 / 약 설명회"(p.66)
"무농약에 / 집착하면서 / 내복약에 절어 산다"(p.74)
"할멈, / 개한테 주는 사랑 / 나한테도 좀 주구려"(p.79)
"이 나이쯤 되면 / 재채기 한 번에도 / 목숨을 건다"(p.119)
"환갑 맞이한 / 아이돌을 보고 / 늙음을 깨닫는다"(p.123)
인생의 황혼기, 건강, 부부, 손주, 일상의 푸념에서 웃음과 연민을 동시에 느낀다. 아, 나도 언젠가 이런 날이 오겠지... 조금만 더 성숙하게, 품위 있게, 여유롭게, 위트 있게, 건강하게 나이 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