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로베리 나이트 히메카와 레이코 형사 시리즈 1
혼다 테쓰야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혼다 테쓰야, 한성례 역, [스트로베리 나이트], 씨엘북스, 2012.

Honda Tetsuya, [STRAWBERRY NIGHT], 2006.

  일본 미스터리에서 범죄소설과 경찰소설을 구분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마는, 경찰소설은 특유의 클리셰가 있다. 남성 중심으로 마초적인 성격이 강하고, 계급 간의 갈등이 있으며, 수사 회의를 중심으로 내용을 전개한다. 경찰 한 명 한 명이 유닛으로 배정된 지역을 탐문하고, 범인을 코너로 몰면서 생기는 헛발질... 동료애와 사명감 같은 게 있다. 도쿄 도 경시청 수사 1과 경위 히메카와 레이코를 주인공으로 하는 혼다 테쓰야의 소설 [스트로베리 나이트]는 다른 점이 있다면, 여성을 앞세운다.

  경찰은 군대와 마찬가지로 계급 사회다.

  경찰 세계에는 일반 회사의 직급과 다르게 계급이 아홉 단계로 이루어진다. 말단에서부터 순경, 경사, 경위, 경감, 경정, 총경, 경무관, 치안감, 치안정감 순이다. 관할서 서장은 경찰청으로 따지면 과장과 같은 계급이다. 경시청의 주요 부장은 각 현경의 본부장보다도 계급이 높다.

  계급은 처음 만난 사이라도 서열의 상하 관계를 명확히 하고 명령 계통의 신속한 확립을 가능하게 한다. 예를 들면 앞으로 관할서가카메아리 서와 도쿄 도 경찰 본부인 경시청이 합동으로 꾸리는 수사본부도 이 계급 체계가 있기에 올바르게 기능한다.(p.24-25)

  강력팀을 이끄는 주인공은 과거의 상처를 지니고 있다. 거부할 수 없는, 경찰이 되어야만 하는 운명! 그녀는 남다른 감각으로 사건의 보이지 않는 부분을 하나씩 풀어간다. 여기에는 요즘에 유행하는 페미니즘하고는 거리가 있다. 경찰이라는 가부장적인 구조 속에서 한 여성이 이런저런 핍박과 제한을 이겨내고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친다는 슈퍼우먼의 이야기가 아니다. 레이코는 여성성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매력이 있다. 다른 수사관은 논리적인 정황과 물증으로 사건을 끼워 맞춰간다면, 그녀는 감으로 예측하고 공간을 채워간다.

  레이코는 피해자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입술이 닿을 만큼 최대한 가까이 얼굴을 갖다 댔다.

  "또 시작이네"

  코미네가 '변태'라고 말하고 싶은 듯한 얼굴로 말을 뱉었다. 하지만 그것은 레이코 식으로 행하는 피해자와의 소통 방법이었으며 빠뜨려서는 안 될 의식이었다. 누가 뭐라든 거르지 못한다.

  '알려줘. 당신이 마지막으로 무엇을 보았는지 내게 알려줘'(p.30)

  낚시터 수풀 사이에서 파란 천막과 비닐 끈으로 묶인 시체가 발견된다. 면도칼 혹은 커터 날에 의한 경동맥 절단, 마치 어떤 의식의 제물이라도 된 것처럼 시신의 복부는 절개되었다. 감식반이 출동하고, 경찰은 2인 1조가 되어 증거를 수집한다. 수사본부가 세워지고, 수사 회의에서 정보를 공유한다. 공을 세우기 위한 노력, 팀원 간의 경쟁... 사건을 조속히 해결해야 부담을 덜 수 있다. 만약 복부의 절창이 부패 가스가 차는 것을 미연에 방지한 것이라면, 유기 장소가 수풀 사이가 아니라 물속을 목적으로 했다면... 낚시터를 뒤져야 한다.

  언제든 한결같았다. 오쓰카는 눈에 띄는 성과를 내거나 큰 사건을 해결하는 데에 직접 공을 세운 적은 없었다. 오쓰카가 한 일을 꼽자면 결백한 인물을 용의자 목록에서 한 사람씩 삭제하는 작업뿐이었다. 사소한 작업이었지만 항상 누군가가 지켜보고 의미 있게 평가했다.

  지금은 그런 작업을 왜 했는지 이유도 충분히 알았고, 조직 수사에서 자기가 했던 일의 가치도 정확히 이해했다. 말하자면 소거법이었다. 누군가는 용의자의 범위를 좁히는 작업을 해야 한다. 이런 위치에 있는 한 범인 체포에 직접 공헌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죄 없는 사람을 밝혀내는 일을 누군가는 해야 하지 않는가. 누군가는 바깥 구멍을 메우는 작업을 맡아야 한다. 오쓰카는 그것이 자기 일이라고 믿었다.(p.178)

  기존의 범죄소설이 영웅적인 주인공을 그리고 있다면, 경찰소설은 조직 수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범인을 찾아내기 위해서 범인이 아닌 사람을 하나씩 지워가는 소거법이 적용되고, 팀원들이 물어오는 증거를 포괄해서 큰 그림을 완성해야 한다. 정보를 모아서 취합하는 수사 과정이 아주 잘 묘사되어 있다. 등장하는 수사관의 성격이 분명하고 개성적이다. 하나의 살인사건으로 연쇄살인의 징후를 포착하고, 희생자들은 하나같이 매월 둘째 주 일요일 밤마다 어디론가 외출한 흔적을 발견한다. 일명 스트로베리 나이트...

  '이것이 바로 경찰!'

  경찰들 사이에서 형성되는 동료 의식은 단단했다. 평소에는 서로 시기하고 진급 경쟁에서 상대의 발목을 잡아도 동료 경찰이 위험에 처하면 하나로 똘똘 뭉쳐 구해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것이 바로 경찰이었고 경찰 세계였다. 레이코는 이때 처음으로 그것을 실감했다.(p.215)

  연이어 발견되는 시체 더미... 누군가 잔혹한 살인 게임을 즐기고 있다.

  경찰은 대내적으로는 진급 경쟁으로 서로 앙숙인 것처럼 지내도 대외적으로는 서로를 보호하고 감싼다. 이것이 경찰 세계이다. 레이코는 이 세계에 들어오기를 간절히 원했고, 빠른 진급을 했으며, 지금은 연쇄살인을 추적한다. 과거의 상처를 극복하는 과정과 현재를 살아가는 삶은 인간의 성장에 관해서이다. 소설은 드라마와 영화로도 제작되었다고 하는데, 평범한듯하면서도 평범하지 않은 주인공의 매력과 카리스마를 제대로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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