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개의 관 - 밀실 살인이 너무 많다
오리하라 이치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오리하라 이치, 김은모 역, [일곱 개의 관], 한스미디어, 2015.

Orihara Ichi, [NANATSU NO HITSGI](The Seven Coffins : Too Many Locked Room Murders), 1992.

  오랜만에 읽은 신본격 미스터리이다. 오리하라 이치는 소문으로만 들었는데, 드디어 작품을 만났다. [일곱 개의 관](밀실 살인이 너무 많다)은 밀실 살인사건을 소재로 하는(이게 매우 흥미롭다) 연작 단편이다. 개인적인 소견은 짧은 글 모음이라서 쉽게 읽을 수 있고, 밀실이라는 일관된 흐름이라서 시선을 빼앗긴다. 하지만 세월의 흐름으로 지금 하고는 살짝 코드(?)가 어긋나고, 나이가 들어 내 눈이 높아져서일까... 수수께끼 풀이나 퍼즐 맞추기 같은 오락적인 재미 외에 다른 감동은 없어서 아쉬움이 있다.

  밀실의 왕자

  존 딕슨 카를 읽는 사나이들

  불량한 밀실

  그리운 밀실

  와키혼진 살인사건

  불투명한 밀실

  천외소실(天外消失) 사건

  (작가 후기)

  밀실에서 일어난 살인사건... 작가는 모든 문이 잠긴 현장을 하나의 관으로 본다. 여기저기에서 존 딕슨 카의 이름을 자주 언급하는데, 아마도 그의 소설 [세 개의 관](엘릭시르, 2017.)을 오마주한 것으로 보인다. 추리소설에서 밀실만큼 매력 있는 게 또 있을까? 하지만 독자의 높은 기대를 충족시켜야 하는 부담은 적지 않을 것이다. 도쿄에서 떨어진 시라오카 마을을 배경으로, 구로호시 히카루 경감과 다케우치 마사히로 형사의 활약은 좌충우돌이다. 살인사건이지만, 무겁고 잔혹함이 아닌 가볍고 유쾌함으로 독자와의 한 판 두뇌 싸움을 벌인다. 예상을 뛰어넘는 재치가 있다.

  구로호시 경감은 일류대 출신으로 원래는 엘리트 코스를 밟을 예정이었지만, 추리소설에 대한 열렬한 사랑이 화근이 되어 실패를 거듭했다. 예를 들면 지극히 간단한 사건을 맡아놓고 의외의 인물을 범인으로 지적하거나, 평범하기 그지없는 방을 밀실로 취급하여 과거에 수많은 간단한 사건을 미궁에 빠뜨렸다. 그 때문에 '미궁 경감'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출셋길에서 내려와 시라오카라는 벽촌의 작은 경찰서에서 언제까지고 경감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p.15)

  다섯 명이 주민 체육관에서 밤새 술을 먹고 잠들었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한 명이 피살되었다... 한적한 외각 주택의 서재에서 존 딕슨 카의 소설과 함께 4년 만에 두 구의 시체가 발견된다... 야쿠자 간의 불화로 로켓포가 등장하고, 이것을 방어하기 위한 대피소에서 보스가 죽는다... 원고 마감을 코앞에 둔 유명 추리작가는 편집자들이 보는 앞에서 사라졌다가 2년 만에 시신으로 돌아온다... 원하지 않는 결혼식 첫날밤에 신랑은 죽임을 맞이하고... 2층 테라스의 문이 잠긴 상태에서 건설사 사장은 칼에 찔린다... 시라오카산을 오르내리는 리프트 안에서 일어난 살인, 시체는 있으나 범인은 없다... 여기에는 완벽한 일곱 개의 밀실이 등장한다.

  시종일관 구로호시 경감은 밀실에 집착하는데, 미궁에 빠진 사건을 단숨에 해결해서 명예를 회복하고 싶어 한다. 이것은 작가의 밀실에 관한 로망을 잘 대변한다. 단순한 트릭이 아니라 밀실을 구상하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해결을 제시해야 하는 추리작가의 숙명이 경감의 모습에서 투영된다. 작가는 후기에서 처음 기고한 작품을 마지막에 수록했다고 하는데, [천외소실 사건]이다.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있었던 일을 진솔하게 이야기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