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를 찾아가는 힙합 수업 - 힙합이 알려 준 삶의 행복과 긍정 에너지
김봉현 지음 / 탐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처음에 이 책에 끌렸던 이유는 음악 평론가인 김봉현 씨가 썼다는 이유에서였다. 힙합에 대해서 김봉현 씨가 쓴 글을 몇 번 읽은 적이 있었는데 글을 참 재미있게 잘 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찾아보니 최근에는 '힙합초대석'인 팟캐스트를 진행하고 있고, 유명한 래퍼들이 아닌 무명의 언더그라운드 래퍼들에게 직접 무대 위에서 공연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이런 활동을 하며 바삐 살아가는 그가 이번에 힙합 개론서라고 불릴 만큼, 힙합에 대해서 잘 모르는 초보자들이 읽으면 쉽게 힙합을 이해할 수 있는 책 <나를 찾아가는 힙합수업>을 냈다.
이 책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셀프메이드, 허슬, 샘플링, 스웨거, 리스펙트 등과 같이 힙합 용어를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많이 등장했던 단어는 '게토(ghetto)'인 듯 싶다. 게토는 '사회적.경제적으로 방치되어 있는 소수 인종이나 민족이 집단을 이루어 사는 도시의 빈민가'라고 저자는 책에서 정의한다. 왜 게토라는 단어가 많이 등장했을까? 바로 힙합의 기본 정신이 빈민가인 게토에서 유래했기 때문이었다. 주로 게토에는 흑인들이 거주한다. '힙합'은 게토에 거주하는 흑인들이 탈출할 수 있도록, 그리고 성공할 수 있도록 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게토에서 느낀 감정들을 솔직하게 노래로 만들고, 대중들에게 인기를 끌게 되면 결국 유명한 래퍼가 되어 부와 명예를 얻게 된다. 세계적인 래퍼 제이지(Jay-Z)는 게토에서 성공한 대표적인 래퍼다. 거리에서 마약을 팔던 그는 뉴욕에서 가장 비싼 차를 타는 스타로 성장했다. 그의 성공의 배경엔 '힙합'이 존재했다.
개인적으로 여러 개념들 중에서 '스웨거(Swagger)'파트도 재미있게 읽었다. 지드래곤이 만든 노래들 가사에 자주 등장하는 가사인 스웨거는 '잘난 척'이나 '허세'가 아닌 '자신의 멋을 스스로 드러내는 방식'에 가깝다고 김봉현 씨는 말한다. 비싼 차, 돈, 패션 등을 스웨거의 대상으로 한다. 어떻게 보면 '허세'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스웨거로 나타나는 약간의 '건방짐'은 힙합에 있어서 필수조건이라고 생각된다. 겸손하면서 자기 자신을 낮추는 힙합 노래 가사를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더 콰이엇 형님의 추천사에서 한 대목을 읽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힙합은 나를 키웠고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힙합은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인식되고 있을까? 엠넷에서 방영된 쇼미더머니를 우연히 본 적이 있다. 방송에서 그들이 하는 랩 가사 속에 욕설들은 삐~처리가 되면서 굉장히 듣기가 거슬릴 정도였다. 힙합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볼 때에는 그들이 욕을 하며 저급한 노래를 부르는 양아치, 건달들로 인식되기가 매우 쉬울 것 같았다. 책을 읽으며 내 머리 속을 강하게 내리쳤던 저자의 멘트는 "래퍼들은 그 누구보다도 성실하고 치열하게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많이들 오해하는 양아치같은 사람들이 아닌 것이다. 치열하게 게토부터 시작했기에 더 콰이엇, 도끼같은 가수들이 나올 수 있었다.
학교 선배인 더 콰이엇, 매드클라운 형님들을 실제로 봤을 때 진짜 평범한 학생이셨다. 매드클라운 형 같은 경우는 학교 채플 수업 옆자리였는데 말 수가 정말 없으신 분이었다. 조용히 왔다가 조용히 나가는 그런 학생이었다. 전혀 힙합, 랩을 하는 분같지 않고 열심히 묵묵히 공부하는 학생이었다. 래퍼는 누구보다 성실하다는 저자의 말에 옛날 생각이 떠올랐다. 생각해보면 당시에도 래퍼활동을 했던 그들은, 학교에서는 양아치가 아닌 정말 평범한 학생들이었다.
한국사회에서는 인디음악, 힙합 등 비주류였던 장르들이 점점 팬층을 두텁게 하고 있다. 저자는 힙합이 기존의 틀을 깨고 점점 대중화되어 가는 것에 우려를 나타낸다. 힙합 정신을 버리고 너무 친대중화되어 간다고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위에서 언급한 스웨거, 셀프메이드, 허슬 등 힙합의 정신까지 사라질까봐 걱정이 된다. 음지의 멜로디의 힙합 노래들은 사라지고 점점 서정적이고 발라드같은 힙합 노래들이 많아진다면 많이 슬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