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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투 원 - 스탠퍼드 대학교 스타트업 최고 명강의
피터 틸 & 블레이크 매스터스 지음, 이지연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4년 11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실리콘 밸리의 대표적 성공 창업가인 피터 틸과 피터 틸의 수업을 들었던 블레이크 매스터스가 쓴 책이다. 피터 틸은 전제결제시스템회사로 유명한 페이팔(Paypal)의 창업주로 온라인 상거래 시대를 연 주역으로서, 페이스북을 비롯해 팰런티어 테크놀로지, 링크트인, 옐프 등 수십 개의 스타트업에 투자해 성공을 거둔 투자자이기도 하다. 실래콘밸리를 움직이는 파워그룹 '페이팔 마피아'의 대부로 불린다. 피터 틸과 함께 이 책을 쓴 사람은 블레이크 매스터스다. 그는 2012년 스탠퍼드 로스쿨에 재학중이었을 때, 피터 틸의 강의를 듣게 된다. 그는 꼼꼼히 블로그에 틸의 강의를 연재했고 조회부 100만 회가 넘으며 큰 인기를 끌었다. 블레이크의 노력이 없었다면 이 책은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제로 투 원. 0에서 1이 되려면. 피터 틸은 끊임없이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한다고 강조한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보다는 기존에 존재하는 것을 변형 혹은 모방에서 만들 수도 있지만 피터 틸의 표현을 빌리면 그것은 단지 1에서 n이 될 뿐이다. 그리고 이렇게 새로운 것을 만들고 기업의 토대를 구축한 뒤, 완전경쟁이 아닌 독점을 해야한다. 그는 독점은 진보의 원동력이라고 말한다. 독점기업은 모든 이윤을 독식하기는 하지만, 독점 이윤을 가지고 혁신을 지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독점 이윤이 생기면 좀 더 여유를 가지고 단기간의 이윤창출뿐만 아니라 좀 더 장기적인 연구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고객들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제공하게 되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페이팔의 성공사례, 그리고 테슬라의 사례가 인상적이었다. 페이팔은 1999년 신규 회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메일 결제 상품을 성공적으로 내놓았고, 누구든지 페이팔 웹사이트에서 로그인해서 쉽게 돈을 이체할 수 있었다. 그들에게 부족했던 것은 고객 수였다. 그들은 한 가지 방법을 찾아냈다. 신규 가입자에게 돈을 지급하는 것이었다. 신규 가입자에게는 무조건 10달러를 지급하고, 친구를 한 명 소개할 때마다 10달러를 추가로 지급했다. 이 방법으로 신규 가입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수십만 명의 신규 고객을 얻을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스타트업 회사의 마케팅 방법으로는 정말 터무니없는 방법이었을 지도 모르지만 그들은 대담했다. 후에 <월스트리트저널>에 페이팔 기사가 실렸고 수억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독점 기업이 되라. 끊임없이 혁신을 해라. 피터 틸이 강조한 말들을 되뇌이면서 우리나라 현실을 생각해보았다. 한국의 독점 기업들은 혁신을 거듭하여 고객들을 만족시키고 있는가? 피터의 말은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말이지만, 한국의 사정은 좀 다른 것 같다.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등 대기업들은 어떤가? 하청업체들에게 갑의 횡포를 부리는 경우가 허다하고, 부정부패, 비리의 문제가 심각하다. 미국의 검색서비스 독점기업 구글이 있다면 한국에는 독점기업 네이버가 있다. 어제 무심코 이완구 총리가 내정되었다는 글을 읽으면서, 비판적인 댓글이 사라지고, 우호적인 댓글이 연달아 달려서 베스트 댓글에 올라가는 이상한 현상을 보았다. 네이버는 왜 댓글을 조작하는 것인가? 정부와의 관계? 뒷돈? 개인적으로 몇 가지 수식어를 피터 틸이 강조한 독점 기업에 넣고 싶다. "투명하고 윤리적 경영을 하는" 독점 기업이 되라.
다음달 24~25일 피터 틸이 방한한다고 한다. 이번에 한국에서 스타트업 기업들과 대학생들을 상대로 벤처기업의 성공 전략과 투자 노하우 등에 대한 특별강연을 열 계획이라고 하는데, 시간이 된다면 그의 강연을 직접 가서 들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