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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번째 밀실 ㅣ 작가 아리스 시리즈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최고은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09년 3월
평점 :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이름은 많이 들어봤지만.. 책을 읽은건 처음이죠..
<46번째 밀실>은 일본에서는 1992년에 출간된 작픔이지만..
한국에선 2009년 3월에 나온 따끈한 신작입니다.
요즘 한국에서 불고있는 일본미스테리붐에 편승한 출간이겠지요..
그러다보니.. 약간은 지난이야기 느낌이 납니다..
이책을 읽기 바로전에 읽은 '요코미조 세이시'의 책들은 물론 더 이전에 쓰여졌긴 하지만.. 인간의 본성을 통찰하는 책이라.. 생명력이 길다면..
오히려 이책은 더 늦게 쓰여졌음에도 조금은 낡은 이미지가 느껴져요..
이책은 '신본격추리소설' 입니다..
이책의 키워드를 뽑자면.. (아예 제목으로도 박아놨듯이)'밀실'이지요..
그 밀실을 가능하게 한것은.. 무엇보다도 '트릭'이구요..
그런데.. 그 '트릭'에 골몰하느라 이야기의 짜임새는 떨어집니다..
전에 '시마다 소지'의 책 두권 <점성술 살인사건> <기울어진 저택의 범죄>을 읽었을때..
그책들에서 문제점이라고 지적한 것들을 고대로 옮겨와 이책의 후기로 써도 좋을만큼.. 같은 문제점들을 답습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건 <신본격추리소설>의 한계인지도 모르겠어요..(혹은.. 사람에 따라.. '신본격추리소설'의 매력이 될수도 있겠지만...)
이책 <46번째 밀실>은 '신본격추리로설'의 요소를 전부 가지고 있습니다..
외딴집 <--- 클로즈드 써클의 전형적인 상황설정이죠..
밀실살해.. 어딘지 조금씩은 동기를 가지고 있는듯한 주변사람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살해방법등..
그러다보니.. 책을 읽어도.. 사건의 진상에 다가가기 어렵습니다..
책의 80%이상이 진행될때까지.. 모든것이 얽혀있기만 하지요..
하지만.. 역시나.. 트릭이 밝혀지면서 이야기의 밀도는 떨어집니다..
또한 추리소설의 묘미라면.. 인간의 어두운 본성에 대한 성찰인데.. 그것 또한 설렁설렁하게 넘어가버리지요..
왜냐...? 트릭을 보여주는데 집중해야하니까..
그러니.. 시마다 소지때.. 못마땅했는던 점.. '트릭을 짜는거에 반만이라도 이야기를 짜는데.. 노력해주시지..'는 그대로 이 소설에 적용이 됩니다..
트릭은 역시나 놀랍지만..
이게 소설이 아니라.. 트릭메뉴얼북이라면 모를까.. 소설로서는 긴밀감은 떨어지죠..
또한 뭔가 극중 긴장감을 높여주던 '밤색블루종을 입은 산타클로스'캐릭터는 허무하게 소비되어버리고 끝..
일단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소설읽기는 이 한권으로 끝냅니다..
더 연결해서 읽고싶은 마음이 없네요..
아리스-히데요 콤비의 추리능력도 마음에 들지않고..
비교하는 못된 버릇을 발휘해보자면..
역시나.. 아직은.. 일본 신본격추리소설의 제일은 '관시리즈'의 아야츠키 유키토네요..
놀라운 트릭을 보여주면서도.. 이야기의 온기를 끝까지 유지시키는 작가로 제일 나아보여요..
(스포일러~)
범인인 이시마치는 굴뚝을 통해.. 살해합니다..
밀실살인을 이루고자.. 벽난로안으로 사람을 유인해서 머리를 들이밀도록하고.. 항아리를 내려쳐서 사람을 죽이고 다시 그걸 끌어올려서 살해흉기를 감추려는 의도인거죠..
그런데.. 지붕위의 굴뚝에서 항아리를 내려치는거..
사람을 죽이려는 의도이기에.. 항아리가 내려갈 당시의 가속도까지 염두해둔 살해트릭입니다..
허나.. 항아리라니..
글을 읽는 나는 가속도까지 붙어서 사람의 머리를 내려친 항아리는.. 당연히 깨졌다..라고 생각을 했거든요.. 하지만.. 그건 깨지지 않습니다..
어떻게 하다보니 안깨진것이 아니라.. 그게 깨지면.. 밀실살인이고 뭐고.. 큰일이 나고.. 범인이 누구인지 손쉽게 밝혀질 상황이라 절대 깨지면 안되는 흉기지요..
소설속에서는 밀실살인이 끝나고 항아리는 무사히 끌어올려져 밀실살인을 가능하게 하지만..
상식적으로 당연히 안깨질 흉기를 사용할꺼 같은데.. 그게 참 이상하더군요..
추리소설이라면.. 적어도 추리과정이 설득력이 있어야할텐데.. 독자입장으론 도무지 설득당하기 어려웠지요..
아니면..
'울트라 초강력 절대깨짐 없음 한정 특별생산 항아리'이기라도 하단 말인가..
이소설의 배경이 된 성화장의 주인은 '밀실 추리소설계의 거장' 인 마카베 세이치이죠..(물론 허구의 캐릭터입니다)
범인인 이시마치도 추리소설가이구요..
(살해당한 사람도 추리소설가.. 살해한사람도 추리소설가.. 이책의 화자도 추리소설가.. 아주 추리소설가가 떼로 등장합니다..)
마카베 세이치는 '천상의 추리소설'을 계획하다 살해를 당합니다.. <--- 추리소설때문에 살해된건 아니지만..
그리고.. 살해자인 이시마치는 그 '천상의 추리소설'을 훔쳐봅니다..
이시마치는 끝까지..
'세계가, 세계를 지키기 위해 모든 힘을 다해 한사람을 말살시키는 듯한 트릭'이였노라고 흥분해서 고백을 합니다..
그 부분을 읽을때.. 그게 어떤 트릭인지 절대 나오지 않겠구나.. 생각을 했습니다..
왜냐.. 그런 트릭은 있을수 없으니까요..
어차피 작가도 그런건 없다고 생각하기에..
또 끝까지 신비주의를 고수해서 밝히지 않을것이기에.. 저렇게 한껏 뻥쳐놓는구나.. 그랬지요..
'세계가, 세계를 지키기 위해 모든 힘을 다해 한사람을 말살시키는 듯한 트릭'
는 추리소설가들의.. 특히 본격추리소설가들처럼 트릭에 목숨거는 사람들의 로망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