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빛나는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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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싫어하는 말 중 하나 '여류.. ' '여..'라는 접두사가 붙은 말입니다..
직업등의 앞에 '여...'가 붙는건 단순히.. 성별을 구분하기 위함이 아니죠..
남자앞에는 안붙는 '여...'는
남자를 주요한.. 그러니까  majority로 놓고.. 상대적으로 여자를 minority로 놓는다는 뜻이니까요..
그래서 난 의도적으로..
'여류.'.라는 말을 안붙이는데.. 이번에 읽은 <반짝반짝 빛나는>의 저자인 에쿠니 가오리앞에는 굳이 '여류소설가'라는 말을 붙이고 싶네요..
물론 이건 나에게 있어 부정적 의미입니다..
에쿠니 가오리의 이번 소설 <반짝반짝 빛나는>을 읽으면..
내가 보통 안좋게 생각하는.. 여자소설가들의 단점..의 종합선물세트같은 소설이네요..
남자소설가들의 소설을 읽을때면 자주 보이는 마초적인 시선이 싫은만큼이나..
여자소설가들에게서 보이는..
습자지 무게도 채안되게 느껴지는 한없이 가볍고 감상적인 느낌..이 싫어요..
  

소설은..
(소설의 표현을 그대로 빌리자면) '호모남편'과.. '그의 아내'.. '그의 애인'.. 그렇게 세사람을 주축으로 이어져나갑니다..
<--- 헌데.. 아무리 소설이 쓰여진 때가 구십년대 초반이라고는 하고..
원래 소설의 일본어단어는 어떻게 쓰였는지 모르겠지만..
소설에선 '호모남편'이라고 번역이 되어 나옵니다..
세상에.. 이토록 무신경한 언어라닛..
이건 팔에 장애를 입은 사람에게 '팔병신'이라고 하는것만큼이나 경멸적인 표현이죠..
나같은 이성애자도 이런단어가 이리도 싫은데.. 동성애자들은 이런표현을 읽으면 얼마나 모욕적일까요..

 
여자주인공인 쇼코는 남자주인공의 무츠키의 이런성향을 물론 알고 혼인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남편의 남자애인인 곤의 관계를 쿨하게 인정을 해주고.. 심지어 잘 지내고.. 남편과 그의 애인의 관계개선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을 합니다..
그리고 이런걸 사랑..이라고 우기지요...
심지어.. 이성애자인 부인은 아이를 갖고싶어서 산부인과를 찾아 인공수정을 논의하는데..
남편의 정자뿐 아니라.. 남편의 동성애인인 '곤'의 정자를 섞는것이 어떻냐는 제안까지 합니다..
그러면서도 또한 이것조차 사랑이라고 우기지요..
동성애자 남편과 이성애자 부인.. 남편의 동성애인..
소설은 이 기묘한 관계를 '아름답게' 묘사합니다.. 하지만.. 이건 철저한 판타지일뿐이지요..
이소설의 거죽은 아릅답습니다..
하지만.. 사랑을 해본 사람은 알지요..
사랑이란거 쿨하기 어렵다는거.. 진창에 발이 빠지는걸 알면서도.. 진창에서 발을 빼지못하고 절퍽거리다가 결국 온몸에 진흙을 묻혀고서야 울며 일어나는 것이 사랑이라는거..
또한.. 질투가 빠진.. 사랑이란것이 존재할수가 있을까요..
소설속의 남편인 '무츠키'는 이성애자가 가지는 '이상화된 게이친구'의 판타지를 그대로 가져왔더군요..
게이친구를 현실에서 떼어내 이상화시키는건.. 동성애자를 변태정신병자 취급하는것만큼이나 위험한 일이지요..
저자는.. 무언가 특이하고 어딘지 멋진듯한 소설을 쓰기위한 소재로.. 이것을 가져왔지만..
다만 소재로만 써먹는탓에.. 소설의 깊이는 얇디 얇습니다.. 

 
나도 이성애자인지라.. 동성애의 세계를 관찰하는 입장이 될뿐 이지만..
게이친구를 친하게 지내봤기에.. 그 세계를 조금은 안다고 생각하는데..
작가가 동성애라는것에 대해 손톱만큼의 지식을 가지고 있기는 한건가... 기본적인 취재나 한걸까 싶을만큼.. 오류투성이더군요..
이 소설속의 동성애자들은.. 철저하게 이성애자가 왜곡되게 가지고 있는 동성애의 모습을 그대로 따왔더라구요..
예를들어.. 성장기의 어떠한 일을 기점으로 동성애자다 되었다는식의 관점..
이건 동성애는.. 고칠수 있는 일종의 정신질환으로 의미로 보는.. 그동안의 편견을 그대로 담은 것이지요..
나의 게이친구의 말을 그대로 빌자면.. 초등 4학년쯤되면.. 이미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뼈속깊이 깨닫는답니다..
즉.. 성적 정체성은 타고나는 것이지 편의에 의해 이렇게 저렇게 바뀌는것이 아니라는것이지요....
 

또.. 내이름을 걸고 말하는데.. <--- 이렇개 말해봤자.. 눈하나 깜짝 할사람 없다는건 알지만.. ^^
취향이라면서 불라불라~ 영어로 눈에도 들어오지않는 일상의 멋부리는 말이 잔뜩 들어간 소설은 대부분 좋질 않더군요..
무슨 직업을 가져도 무슨 '이탈리어 번역'이라든가..
웬 슈크림 하나를 먹어도.. 모로조프의 미니 슈크림의 코안트맛이니..
이런 멋부리는 단어선택은 오히려.. 오히려 소설의 격을 떨어뜨리지요..
감성적인 단어에 열광하는 십대나 이십대초반의 여성이라면 모를까..
그래도.. 책처음 작가의 말에 나오는 사랑의 정의는 마음을 찌르르 찌르네요...
<--- 예전같으면 마음에 든 한구절을 옮겨적을텐데.. 7월 23일부터 강화된다는 저작권법이 무서워서.. 구절 옮기는건 관둡니다..
이제 책에 마음에 드는 구절좀 따오는것만으로도 저작권법에 걸린다네요.. 아 무셔라..

 

덧 1..

얼마전.. 에쿠니 가오리가 책홍보차 내한했었지요...
보통의 한국독자들에게는 에쿠니 가오리하면 딱 떠오르는 모습이 있습니다.. 머리를 틀어올린 정갈한 모습..  

그런데.. 내한해서 직접보인 모습은.. 상상속의 아쿠니 가오리 모습이랑 전혀 다르더군요.. 뭐 보는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실망스러울만큼이요..
그냥 예전 이미지를 그대로 가지고 있게.. 내한하지 않았으면 더 좋았겠다.. 그런 생각을 혼자 했더랬죠..
같이 내한한 츠지 히토나리도 그렇고.. 

 

덧 2..

위의 호모란 단어에 몹시 민감해서.. 못마땅해했지만..
에쿠니 소설은 거의 김난주번역가가 하는듯한데.. 맞춤번역을 하지요..
그러다보니.. 마치 한국책을 읽듯이 참 편안하게 읽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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