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꽃
아마노 세츠코 지음, 고주영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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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책을 읽기전 책표지에 나와있는 작가인 아마노 세츠코의 이력을 보니..
이책으로 60세에 데뷔를 했다네요..
'60세가 되기까지 반드시 무엇인가 써 내겠다'라고 결심을 한후 4년여에 걸쳐 집필을 하였다니..
요즘 나같이 나이에 주눅든 사람들에게는 집필사만으로도 감동이지요..
사실.. 작가이름이 낯설어서 좀 그랬거든요..

 
이책은 미스터리소설인데.. 특이한 형식을 뜁니다..
보통 미스터리소설은.. 두가지 시점이죠..
범인은 가려진채.. 철저히 쫒는사람의 시선에 의지해서 이야기가 진행되는 경우가 하나..
<--- 나중 범인이 밝혀지는 순간의 장르적 즐거움을 추구하죠..
반대로 범죄를 저지른자 입장에서 진행되는 경우가 둘.
<--- 대부분 쫒는자와의 머리싸움이 독자에게 즐거움을 주죠..

 
그런데..
이소설은 두가지 입장을 다 보여줍니다..
범죄는 일찌감치 노출이 됩니다.. 워낙에 정직하게 묘사를 하는지라.. 트릭이 끼여들 틈이 없지요..
독자는.. 살인사건의 범인이 누군지 너무도 명확하게 압니다..
여느 추리소설이라면.. 범인은 자기의 범죄를 감추고 자기의 존재를 감추는데 주력해야하거늘..
정작.. 진실에 다가서지 못해  답답한건.. 범인자신이죠..
범인은..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오히려 형사에게서 진실을 캐내기 위하여 노력을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입니다.. 
결국 살인자는 경찰에 잡힙니다..
대부분.. 소설은 여기서 끝납니다.. 그런데.. 진짜 범인이 잡혔음에도.. 책은 고작 2/3가 지났을 뿐이지요.. 
이후.. 소설은 여전히 엎치락뒤치락합니다.. 도무지 어떻게 결론이 나올지 짐작이 어려운데..
그러는 과정의 세심한 묘사가 이 소설의 재미입니다..
치밀해서 혀를 내둘렀다.. 는 정도는 아니지만..
퍼즐조각을 맞춰가듯.. 단서를 하나씩 맞춰가는 재미도 쏠쏠하지요..

 
이소설의 주인공이라할 쿄교는 악녀지만..
충분히 감정이입이 되는 악녀지요..
작가가 여자라 그런지.. 여자를 그리는 방식이 현실적입니다..
죽어도.. 자존심을 지켜내려는 모습이 설득력있게 다가왔지요..
다만..
이 소설의 단점이라면.. 결정적인 단서나 문제해결을 우연에 기댄다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주인공 토다가 아무리 탐문수사를 열심히 한다한들.. 
쿄교를 결정적으로 올아맬수 있는 증거가 지하철역에 버린 신발인데..
하루에 두차례나 수거해가는 신발을 며칠이나 지나서도 우연히 발견해내는건 지나치게 우연에 의한 사건해결로 보이더군요..
 


작가도 지나치게 우연에 기대서 사건이 해결된다는 생각이 드는지..
열심히 하다보면 이렇게 행운이 굴러온다...는 식으로 언급을 하네요..
또.. 토다가 감이 좋은 베테랑형사라고는 하지만..
추리해나가는 과정이 척척입니다..
약간 딴길로 새는듯 하지만.. 그것은 약간이고.. 과하게 정확한 추리를 해대니.. 오히려 읽는맛이 떨어지더군요.. 
주인공 형사가 자꾸 난관에 부딪치면서..
같이 해결해가는 과정을 즐기는것도 추리소설을 읽는 재미라면 재미일텐데 말이죠..
<--- 형사가 자꾸 난관에 부딪치면서 흥미로웠던 소설로 마쓰모토 세이치의 <점과 선>이 떠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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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에는 개꽃이 산다 1 궁에는 개꽃이 산다 1
윤태루 지음 / 신영미디어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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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사이 한국소설이 독자들의 환영을 못받는 이유를 내 나름대로 생각해보니.
지나치게 상징과 내면묘사에 주력을 한다는 결론이 나오더군요..
물론 이건 좋은소설이 가지는 미덕이기도 하겠지만.. 나같이 이야기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은 이런식의 소설경향을 좋아할수 없더라구요..
그에반해..
일본소설은.. 상당히 이야기를 중시하고 이야기 자체로써 소설을 이끌어가지요..
이러니 읽는맛도 있고..
한국독자들에게 인기도 있는것일겝니다..
 

 이소설 <궁에는 개꽃이 산다>는 여느 한국소설과는 다르게 이야기로 승부를 보네요..
소설은  풍경이라던가.. 등장인물들의 자잘한 내면묘사.. 그런것에 별 관심이 없습니다..
모든힘은 플롯을 끌고나가는데 모여있지요.. 그러니.. 소설에 대한 몰입도가 엄청납니다..
또한 묘사가  '사람'에 집중을 해있습니다..
사람의 감정상태.. 서로 부딪치면서 발생되는 에너지가 이소설에 상당한 파워를 부여합니다..
또한.. 개리라는 캐릭터가 워낙에 쎈지라..
나중에 이 소설은 잊더라도.. 개리라는 캐릭터는 기억될꺼야 싶게.. 매우 강렬합니다..
올해의 소설속 캐릭터상이 있으면.. 단연히 개리 몫일테지요..
소설이 진행되면서.. 바뀌긴하지만.. 소설초중반까지의 개리를 보면..
우리나라 소설중 여자주인공이 이토록 악녀가 있었던가 싶을만큼 아주 치가 떨립니다..
또한 손에 잡힐듯한 묘사는 개리라는 캐릭터에 넌덜머리가 나게만들지요.
가령.. 개비가 태후전을 찾아가..
태후전 궁녀의 머리채를 잡아흔들다가 태후전 명상궁에 칼을 들이대는 장면에선 아주 혀를 내둘렀습니다..
작가의 치밀한 묘사에 힘입어..
진짜 칼을 내리치는것이 아닌가 읽는 내가 오금이 다 저리더군요..

 
이소설은 장점과 단점이 아주 명확합니다..
어떤걸 크게 보느냐에 따라.. 올해의 최고의 소설로 꼽을만하기도 하고.. 그저그런 대중소설로 폄하할만하지요..
장점은..
위에도 이야기했듯이 당당한 이야기와 캐릭터입니다..
진짜 <개리>라는 캐릭터를 만들었다는것만으로도 작가의 역량을 높이 살 정도지요..
괜히 예술좀 하겠노라고 하지않고.. 이야기를 뚝심있게 밀어나간것도 커다란 장점이겠지요..
또한.. 개리와 언간의 애증이 뒤섞인 관계가 참 마음에 들더군요..
도무지.. 손을 쓸수없이 패악을 떨어대는 개리이지만.. 안을수도 내칠수도 없는 그 미묘한 느낌을 잘표현했지요..
표현수위가 과해서가 아니라.. 두사람간의 부딪치는 그 미묘함을 온전히 이해하려면..
적어도 이십대중후반은 되어야할듯 싶더군요.. 언의 그 심리상태가 온전히 마음속에 스미려면요..
개리와 언이.. 우리는 천생연분.. 당신은 내목숨과도 같소.. 나두요.. 그렇게 하늘이 내려준 인연을 찬양하는 내용이였다면.. 이책은 결코 지금만큼의 품격을 갖춘 연애소설이 되기는 어려웠을껍니다..

 
단점이라면..   
아마도 단숨에 쓰여져 단행본으로 나온것이 아닌듯..
이야기의 밀도가 고르질 않네요..
밀도뿐 아니라 이야기가 펼쳐나가는 형식마저도 왔다갔다 하네요..
가령.. 1권같은 경우는 내 기억이 맞다면.. 플래시백이 없습니다..
그런데.. 2권부터 가끔씩 플래시백이 등장하는데.. 이것이 플래시백이라는걸 알려주기 위해 심지어 글씨체가 다르게 나옵니다..

2권에선 그나마 플래시백이 가끔씩 나오더니.. 아예 3권부터는 대놓고 나오네요..
<--- 잦은 플래시백은 이야기의 결을 흐뜨려놓지요..
또 결정적으로.. 이소설의 장점이랄수 있는 이야기의 힘을 엔딩이 다 말아먹습니다..
무슨 KBS 8시 30분 드라마도 아니고.. 불꽃튀듯 펼쳐지던 이야기가 '좋은게 좋은거'식으로 느닷없이 훈훈하게 끝나네요..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 묻는 이 뽀샤샤한 해피한 분위기라닛.. 제길..
이게 과연 '개리'라는 탁월한 캐릭터를 만든.. 작가가  만든 엔딩이 맞는지..
혹시 작가가 자는사이.. 옆의 자료조사차 있던 보조작가가 느닷없이 쓴거 아닌지 의심이 갈 정도였지요..
하여튼 그런 의미로 '개리'가 패악을 부려대던 1권을 베스트로 꼽고 싶어요..
1권은 그만큼 치밀하거든요..

 
개리와 언의 이야기가 중심이긴 하지만..
소설을 읽으면서 눈물을 쏟게한건.. 위민-수귀커플 이네요..
자신이 거부의 아들임에도 자신과 결혼하지 않겠다는 위민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부분이랑
죽었다는 부분에서 소파에 머리를 묻고 울고 말았지요..
왜 연인말고 벗으로 지내자고 했는지.. 그게 그렇게 가슴이 아리더라구요..
사랑을 품고죽어 행복하다..는 식 신파인줄 아는데..
그런 신파에 가슴을 베이고나면.. 참 대책없어집니다..
에잇.. 이 죽일놈의 사랑..

 

 덧..
아무리 대중소설이라고는 하지만..
'12세의 은나라 황태자 언, 골로 갈 뻔하다'나
'황후 자리는 백보앞!' '황후 자리는 코앞!'부분은 이거원 웃으라고 해놓은 표현인가.. 난감하더이다..
특히 골로 갈뻔하다.. 이런식의 표현은 이후에도 몇번 나오는데..
이런식의 비속어가 거슬리더라구요..
아니면.. 이런표현 내가 비속어로 잘못 알고있는 거지.. 실제로는 쓰일 수 있는 표현인건가 갸우뚱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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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물의 야회 미스터리 박스 3
가노 료이치 지음, 한희선 옮김 / 이미지박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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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우~
책을 다 읽고나면 한숨이 절로 나오지요..
글자가 작고 책이 두껍긴해도.. 그래도 한권인데..
읽고나면.. 한 댓권짜리 장편대하소설을 읽은 기분입니다..
미야베 미유키의 그 두꺼운 세권짜리 <모방범>정도랑 읽은 느낌이 비슷해요.. 그만큼 책읽는 호흡이 길다는 얘기..


책뒤를 보면..
6년여에 거쳐 집필을 했다고 하는데.. 진짜 6년정도 책 써야할것 같아요..















 

 

두께도 두께지만..
진짜 우리가 범죄소설에 기대할만한거.. 범죄소설의 서브장르는 다 포함시킨듯해요..
그러니 책 잘 안읽는 사람같으면.. 이책 한권만 읽어도.. 일년치 독서는 다 끝냈다는 포만감을 가질듯도 하죠..
범죄심리같은것까지 깊숙이 들어가는데..
디테일까지 강한지라.. 작가의 폭넓은 취재노력을 알수 있어요..
또 단순히 취재로 끝내는것이 아니라.. 그것을 푹 익혀서 자신의 소설안에 녹여낸 솜씨가 보통이 아니더군요..
취재를 얼마나 꼼꼼하게 했는지.. 가끔은 이 작가가.. 자신의 취재력을 자랑하고 싶어하는구나.. 그런 생각까지 들더라구요..
또 한권이지만.. 워낙에 방대하고 깊게 이야기를 풀어내는지라..
등장인물도 많고.. 등장하는 에피소드도 많아서..
어느때 이사람의 전사가 어떻게 되더라.. 기억을 더듬기까지 해야했죠..
다만.. 한가지 흠이라면..
작가가 이 방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다 지친건지..
초중반 대단한 필력으로 이야기를 풀어놓은것에 비해.. 결말이 약하더군요..
이 소설의 장점이라면.. 범죄에 관해 플롯만으로 끌고간것이 아니라 범죄자의 심리까지 치밀하게 들어간 것인데..
가장 결정적으로 열쇠를 쥔 사람인 '투명한 친구' 에 대해서는 묘사의 밀도가 떨어지네요..
어릴적 생긴 트라우마로 이꼴이 되었다.. 는식의 도식적인 결말로 끝을 맺습니다..
6년간 이책을 끌어오다보니 작가가 지친껄까요...????


이 소설의 장점이라면.. 묘사가 치밀하다는 것이겠죠..
킬러와 형사가 주인공이다보니 총격전이나 싸움에 관한 장면이 많은데..
총격전일때는 진짜 머리속에서 총알이 핑핑하고 날라다닙니다..
소설묘사 그대로 영화장면으로 써도 좋을만큼.. 묘사가 좋아서..
그 상황 그대로 눈앞에 재현이 되지요..
또한 범죄소설임에도.. 여러가지로 읽을수가 있지요..
주인공인 오코우치형사의 성장이야기로도 읽혀질수 있고..
소년범에 대한 법률적 취약성에 대한 사회비판소설로도 읽혀질수 있습니다..
또한 아내를 잃은 고독한 킬러의 애틋한 순애보로도 읽혀질수 있지요..
혹은 경찰과 폭력단의 유착이라는 사회적구조악에 대한 고찰물로도 읽혀질수 있습니다..
아.. 또하나.. 스나이퍼와 부인의 성장기를 묘사하면서.. 일본역사의 어두운 면까지 들여다봅니다..
<--- 소설덕분에 '72년 오키나와반환'이라는 역사적사실도 알게 되었지요.. 일본의 역사적 사실에 대해 잘 알려주신 정수님께 감사~~
워낙에 여러이야기를 묶어놓은지라 읽고나면 참 뿌듯합니다..



캐릭터에 관한 이야기.. 하나..
주인공인 형사의 사촌형으로.. 엘리트경찰인 나카조노가 나오죠..결국 사회악 속에 톱니바퀴로 소모되다가 자살하는 인물인데..
웬지 '아베 히로시'가 자꾸 떠오르네요..
나카조노의 부분을 읽을때면.. 바로 눈앞에서 그대로 아베 히로시가 연기를 하네요..
다른 캐릭터들은 다 그냥 소설캐릭터였는데.. 나카조노만은 왜 그랬을까..? 이미지가 잘 맞아서 그런건가...


캐릭터에 관한 이야기.. 둘..
프로스나이퍼인 메도리마..
캐릭터자체가 참 멋지네요.. 2년간 살았던 자기집의 지문의 위치까지 다 기억할만큼 냉철한 킬러지만..
결국 사랑때문에 모든걸 다 잃습니다..


이 두 캐릭터는 소설속에서 다 목숨을 잃는데..
왜그렇게 마음이 아프던지..







(스포일러~)







난 사실 '투명한 친구'가 맥거핀으로 쓰인줄 알았어요..
워낙에 가려진 존재이고 심리학자인 다이야 게이코의 입에서 투명한 친구에 대해 언급이 나올때
이사람은 끝까지 언급만 될뿐.. 결국 범인은 변호사인 나카조일꺼라고 생각을 했는데..
진짜 '투명한 친구'란 존재가 있었고.. 그사람이 배후조종자가 맞네요..
사실 소설을 처음 읽기 시작할때.
결국 이소설은 스나이퍼인 메도리마와 변호사인 나카조 겐이치의 한판이 이 소설의 핵심이자 대단원일꺼란 생각을 했거든요..
그러다 소설 중간.. 나카조가 메도리마의 총에 맞고 죽었을때야.. 이제부터 투명한 친구와 메도리마와 진짜 한판이 벌어지나보다.. 생각을 했지요..
하지만.. 위에도 써듯이.. 이 소설의 진짜 괴물은 '투명한 친구'인데..
앞의 치밀한 이야기 전개에 비해.. 투명한 친구를 간단하게 넘어가버린 부분은 아쉬움이라면 아쉬움이죠..
그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사람들을 세뇌할수 있었는지..
나카조와 투명한 친구간의 관계는 어떤건지.. 좀더 알수있었으면 재미있었겠다 싶었지요..
또 마지막 메도리마와 투명한 친구가 붙는 장면에선..
메도리마가 눈까지 잃으면서 총을 쏘는 장면은 마치 예전 홍콩영화를 보는듯 비장미에 장르적 즐거움은 있었지만..
소설 앞부분에서 쌓아놓은것에 비하면 지나치게 장르적 즐거움에 올인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 또하나..
난 소설초반을 읽을땐 메도리마가 범인인줄 알았죠..
메도리마가 범인..이라는데 너무도 확실하게 심증을 굳혔는데.. 알고보니.. 엉뚱한곳에 삽질한셈..
나름 추리소설 꽤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엉뚱한곳에서 삽질하는 버릇은 여전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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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의 론도 오리하라 이치 도착 시리즈 1
오리하라 이치 지음, 권일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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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살육에 이르는 병>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류의 '서술트릭' 미스터리 입니다..
서술트릭은 말 그대로.. 작가는 사실을 쓰고 있는데.. 독자가 그것을 왜곡해서 받아들이게 되다가..
소설 마지막.. 이게 진실인데.. 메롱~ 너 속았지?? 류의 트릭을 말하는거죠..
이런류의 소설은.. 작가가 그것을 교묘하게 조율을 잘해서..
다 읽고나서 독자입장에서 으허허.. 내가 속았어요.. 당신이 이겼어요.. 하는 기분좋은 속음에 유쾌함을 가지거나..
체.. 작가가 이렇게 거짓말 수준으로 속이려드는데.. 어떻게 안속고 배겨.. 이건 트릭이 아니라 거짓말이라구요..
두가지 반응이 나오기 마련인데..
<살육에 이르는 병>이 전자라면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는 후자쪽이네요..
<도착의 론도>는... 중간쯤 되요..
만족감이 들긴한데.. 유쾌해서 쓰러질 정도는 아니란 얘기..
또한 '서술트릭'이란걸 미리 염두해봐서 그런지.. 소설 중간중간 약간의 헛점이 보이더라구요..
웬지 이 부분에 '트릭'이 숨어있는듯한 느낌..
이사람이 가짜인듯 묘사되지만.. 사실은 진짜 아닐까 싶은 미묘한 느낌..(스포일러가 되기때문에 더 이상 언급은 못하겠어요)
물론 트릭의 전체적인 얼개는 맞추지 못했지만요..
이러니 완벽하게 재미있으려면 이소설이 어떤식의 트릭을 사용하는지조차.. 혹은 반전이 있다는것조차 모르고 읽어야지 싶어요..
아무생각없이 트릭에 당해야지..
어떤 트릭이 숨어있다 하면.. 신경안쓰는척 하면서도 계속 눈을 부릅뜨고.. 찾게되더라구요..


이 소설은 참 담백합니다..
물론 읽고나면.. 아예 한호흡으로 끌고나가기 위해 일부러 택한 문장쓰기 방식인줄은 알겠는데..
처음 읽을때는 문장 자체가 지나치게 단순해서.. 글쓰기 초보자의 글을 읽는 느낌이지요..
커다란 플롯만 있고 감정이나 배경묘사같은건 아예 없을정도예요..
어디서 보니 소설플롯의 구조를 알기에는 추리소설만한것이 없다고 하던데.. 진짜 이 책은 온리 플롯으로만 이루어진 소설이지요..
그래도.. 복선을 치밀하게 짜넣어서 읽는 재미는 있습니다..
또 끝에가선 어느페이지까지 지정해가면서 트릭을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기도 하지요..
두번째 읽을때.. 지적된 페이지의 트릭을 특별하게 신경써서 읽으니 확실히 작가가 깔아놓은것이 보이긴 하더군요..


그런데..
맨마지막 부분은.. 두세번을 읽고나도 이해가 안되요..
그냥 작가의 후기인건지 그것조차 소설의 한부분인건지..
주인공이 추리소설가이다보니 어느것이 소설이고 어느것이 실제인지 구분이 어렵더라구요..
처음 읽을땐.. 작가실명이 나오기에.. 작가나 장난친거구나 했는데.. 또 어떻게보면 아닌거고..


'도착시리즈'라고해서
<도착의 사각> <도착의 귀결>이 나올껀가봐요..
첫번째 책이라 할만한데 <도착의 론도>의 1판 발행일이 2008년 11월이니..
도착시리즈가 완간되려면 시간이 좀 걸릴듯 싶죠..


어디서 보니
시마다소지가 "경탄할만한 걸작"이라고 추켜세워줬더만..
뭐.. 시마다소지 자체게 나에겐 별로 후한 점수를 못받는 사람이라.. 뭐 별 의미가 느껴지지않는 추천사..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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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테스크
기리노 나쓰오 지음, 윤성원 옮김 / 문학사상사 / 200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기리노 나쓰오'에 호감을 가진건 작년에 읽은 <아웃>덕분이죠..
<아웃>의 엔딩은 작년에 읽은책중 최고의 엔딩이라고 꼽아도 손색없을만큼.. 강렬해서 인상적이였지요..
(욕실에서 주인공들이 시체를 슬근슬근 톱질하는 장면도 잊을수 없는 명장면이긴 하지만 --;;;)
전작에 기대어..
기리노 나쓰오라면.. 해서 읽은책인데.. 이책은 좀 혼란스럽네요..

결국은 괴물이 되어버린.. 동생이라든가..
동생에 대한 열등감을 느끼는 부분.. 등 책읽는 사람들 압도하는 책의 에너지는 최고인데..
내용이.. 특히 결론 부분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난감하더군요..
뛰어난 미모로 학생때부터 매춘을 하고 다니는 동생을 혐오하던 언니가..
그 동생이 낳은 미모의 남자조카를 또다시 이모가 솔선해서 매춘으로 내보내고.. 심지어 그 언니도 매춘에 힘쓴다는 내용이..
설사 소설적 은유라 하더라도.. 어떻게 해석해야할지 난감하더라구요..

차라리 이 소설은 전체적인 만듦새보다는..
개개의 캐릭터에 집중해서 보면 좋을 소설이네요..
캐릭터들의 부딪침의 모습이 볼만하거든요..
책초반.. 혼혈자매의 언니인 '나'가 화자가 되는지라.. 마치 친구나 학교학생들을 마음대로 조정하는 전지전능의 위악적 존재로 보이지만.. 다른사람의 눈에 비친 '나'는 그저.. 예쁜동생을 질시하는 못나고 평범함 언니일뿐이죠..
소설을 읽다보면.. 결국 마지막까지 진실을 내어놓지 않습니다..
소설을 읽는중에 '진실'이라고 생각하는것들이 결국 자기관점의 '거짓진실'이기에.. 소설 마지막으로 갈수록 혼란스럽거든요..
특히 소설중 중국인으로 나와서.. 살인을 하는 장제중이란 인물이 끝에가선..
자신의 여동생과 끊임없이 섹스를 하고.. 결국 죽도록 방치한 사실을 알게되면.. 딱 기기막히지요..

소재만으로 보면 <아웃>보다 화제가 될만 하지만..
글쎄요.. 소설적 포스로만 본다면.. <아웃>이 한수 위입니다..
<아웃>에선 여성들의 미묘한 심리를 그려내는 솜씨가 일품이였거든요..
<그로테스크>에서의 여자들은.. 어딘지 몰입하기가 어려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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