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에는 개꽃이 산다 1 궁에는 개꽃이 산다 1
윤태루 지음 / 신영미디어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요사이 한국소설이 독자들의 환영을 못받는 이유를 내 나름대로 생각해보니.
지나치게 상징과 내면묘사에 주력을 한다는 결론이 나오더군요..
물론 이건 좋은소설이 가지는 미덕이기도 하겠지만.. 나같이 이야기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은 이런식의 소설경향을 좋아할수 없더라구요..
그에반해..
일본소설은.. 상당히 이야기를 중시하고 이야기 자체로써 소설을 이끌어가지요..
이러니 읽는맛도 있고..
한국독자들에게 인기도 있는것일겝니다..
 

 이소설 <궁에는 개꽃이 산다>는 여느 한국소설과는 다르게 이야기로 승부를 보네요..
소설은  풍경이라던가.. 등장인물들의 자잘한 내면묘사.. 그런것에 별 관심이 없습니다..
모든힘은 플롯을 끌고나가는데 모여있지요.. 그러니.. 소설에 대한 몰입도가 엄청납니다..
또한 묘사가  '사람'에 집중을 해있습니다..
사람의 감정상태.. 서로 부딪치면서 발생되는 에너지가 이소설에 상당한 파워를 부여합니다..
또한.. 개리라는 캐릭터가 워낙에 쎈지라..
나중에 이 소설은 잊더라도.. 개리라는 캐릭터는 기억될꺼야 싶게.. 매우 강렬합니다..
올해의 소설속 캐릭터상이 있으면.. 단연히 개리 몫일테지요..
소설이 진행되면서.. 바뀌긴하지만.. 소설초중반까지의 개리를 보면..
우리나라 소설중 여자주인공이 이토록 악녀가 있었던가 싶을만큼 아주 치가 떨립니다..
또한 손에 잡힐듯한 묘사는 개리라는 캐릭터에 넌덜머리가 나게만들지요.
가령.. 개비가 태후전을 찾아가..
태후전 궁녀의 머리채를 잡아흔들다가 태후전 명상궁에 칼을 들이대는 장면에선 아주 혀를 내둘렀습니다..
작가의 치밀한 묘사에 힘입어..
진짜 칼을 내리치는것이 아닌가 읽는 내가 오금이 다 저리더군요..

 
이소설은 장점과 단점이 아주 명확합니다..
어떤걸 크게 보느냐에 따라.. 올해의 최고의 소설로 꼽을만하기도 하고.. 그저그런 대중소설로 폄하할만하지요..
장점은..
위에도 이야기했듯이 당당한 이야기와 캐릭터입니다..
진짜 <개리>라는 캐릭터를 만들었다는것만으로도 작가의 역량을 높이 살 정도지요..
괜히 예술좀 하겠노라고 하지않고.. 이야기를 뚝심있게 밀어나간것도 커다란 장점이겠지요..
또한.. 개리와 언간의 애증이 뒤섞인 관계가 참 마음에 들더군요..
도무지.. 손을 쓸수없이 패악을 떨어대는 개리이지만.. 안을수도 내칠수도 없는 그 미묘한 느낌을 잘표현했지요..
표현수위가 과해서가 아니라.. 두사람간의 부딪치는 그 미묘함을 온전히 이해하려면..
적어도 이십대중후반은 되어야할듯 싶더군요.. 언의 그 심리상태가 온전히 마음속에 스미려면요..
개리와 언이.. 우리는 천생연분.. 당신은 내목숨과도 같소.. 나두요.. 그렇게 하늘이 내려준 인연을 찬양하는 내용이였다면.. 이책은 결코 지금만큼의 품격을 갖춘 연애소설이 되기는 어려웠을껍니다..

 
단점이라면..   
아마도 단숨에 쓰여져 단행본으로 나온것이 아닌듯..
이야기의 밀도가 고르질 않네요..
밀도뿐 아니라 이야기가 펼쳐나가는 형식마저도 왔다갔다 하네요..
가령.. 1권같은 경우는 내 기억이 맞다면.. 플래시백이 없습니다..
그런데.. 2권부터 가끔씩 플래시백이 등장하는데.. 이것이 플래시백이라는걸 알려주기 위해 심지어 글씨체가 다르게 나옵니다..

2권에선 그나마 플래시백이 가끔씩 나오더니.. 아예 3권부터는 대놓고 나오네요..
<--- 잦은 플래시백은 이야기의 결을 흐뜨려놓지요..
또 결정적으로.. 이소설의 장점이랄수 있는 이야기의 힘을 엔딩이 다 말아먹습니다..
무슨 KBS 8시 30분 드라마도 아니고.. 불꽃튀듯 펼쳐지던 이야기가 '좋은게 좋은거'식으로 느닷없이 훈훈하게 끝나네요..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 묻는 이 뽀샤샤한 해피한 분위기라닛.. 제길..
이게 과연 '개리'라는 탁월한 캐릭터를 만든.. 작가가  만든 엔딩이 맞는지..
혹시 작가가 자는사이.. 옆의 자료조사차 있던 보조작가가 느닷없이 쓴거 아닌지 의심이 갈 정도였지요..
하여튼 그런 의미로 '개리'가 패악을 부려대던 1권을 베스트로 꼽고 싶어요..
1권은 그만큼 치밀하거든요..

 
개리와 언의 이야기가 중심이긴 하지만..
소설을 읽으면서 눈물을 쏟게한건.. 위민-수귀커플 이네요..
자신이 거부의 아들임에도 자신과 결혼하지 않겠다는 위민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부분이랑
죽었다는 부분에서 소파에 머리를 묻고 울고 말았지요..
왜 연인말고 벗으로 지내자고 했는지.. 그게 그렇게 가슴이 아리더라구요..
사랑을 품고죽어 행복하다..는 식 신파인줄 아는데..
그런 신파에 가슴을 베이고나면.. 참 대책없어집니다..
에잇.. 이 죽일놈의 사랑..

 

 덧..
아무리 대중소설이라고는 하지만..
'12세의 은나라 황태자 언, 골로 갈 뻔하다'나
'황후 자리는 백보앞!' '황후 자리는 코앞!'부분은 이거원 웃으라고 해놓은 표현인가.. 난감하더이다..
특히 골로 갈뻔하다.. 이런식의 표현은 이후에도 몇번 나오는데..
이런식의 비속어가 거슬리더라구요..
아니면.. 이런표현 내가 비속어로 잘못 알고있는 거지.. 실제로는 쓰일 수 있는 표현인건가 갸우뚱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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