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누가미 일족 긴다이치 고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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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악마의 공놀이 노래>이후 두번째 요코미조 세이지작품입니다..
악마의..때도 재밌다면서 읽었는데.. 이번 이누가미..는 더 재밌네요..
최강의 재미를 주는 소설입니다.
역시나.. 중요한건..이야기네요..
전체적인것부터 세세한부분까지 뭐하나 흠잡을것이 없는 소설입니다.. '재미로만 치면' 요사이 읽은 소설중에 지존이네요..

꽤 많은 사건들이 펼쳐지는데.. 어느한부분 허투로 소비되는 부분이 없어요..
읽어나갈때야.. 그냥 저 사람이 주변인물로 등장했나보다.. 저 상황이 그냥 소설의 한구성으로 쓰였나보다.. 했는데.. 끝까지 읽어보면.. 어느것하나 이유없이 등장한것 없지요..
여러가지 상황과 인물들이 알맞게 맞물리면서.. 책마지막.. 퍼즐조각을 마지막에 딱 하나 맞추고나면..
호~~ 재밌어.. 낮은 한숨이 저절로 새어나옵니다..


요코미조 세이지책은 이제 고작 두권 읽었지만..
이사람만의 확실한 스타일이 있네요.. 두권의 형식이 아주 유사해요...
스타일이 비슷하다는건.. 그책이 그책..으로 지루하게 받아들여질수 있는데..
형식은 비슷하게 하면서도.. 그 형식을 묘하게 변주해.. 새로운 소설형식을 만들어 냅니다..
워낙에 필력이 좋다보니..
이전에 추리소설의 단점이라고 생각했던것들 조차.. 이 책에서는 매력으로 받아들여지네요..
가령..
이 소설은 노력과 우연이 많이 겹칩니다..
이러다보니.. 사건의 주범이 그 자신도 모르게 공범을 조력을 받지요.. 그 조력을 받는과정에서 몇가지 우연이 겹칩니다..
추리소설에서 내가 제일 질색하는것이 이런 우연입니다..
사건이 일어나는 과정.. 등등이 알고보니 우연이더라.. 이처럼 무책임한 일도 없는데..
이 소설에선 기본적으로 짜놓은 치밀한 사건 얼개때문인지.. 그 몇가지의 우연조차 책의 가치를 높입니다..
또..
트릭에 몰두하느라.. 캐릭터들을 트릭의 소모품으로 소비시켜 버리지 않네요..
트릭은 트릭대로 사용하면서.. 인간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치않는덕분에 품격있는 추리소설도 지금까지 명성을 얻겠지요..
약간의 단점이 있는데.. 음.. 스포일러가 되기에 밑으로 빼놓습니다..


<이누가미 일족>을 무지무지 재미있게 읽은지라..
요코미조 세이지.. 매력에 좀 더 빠져보고자.. <옥문도>를 다음 차례로 줄을 세어놓았습니다..
대략 대표작 두어권 읽으면 슬슬 질리게 되는데.. 이 작가에 대해서는 오히려 더 끌리네요 

 

 

(스포일러)





작품의 거의 끝까지 추리소설로서 치밀하고 훌륭하게 이야기를 발전시켜 나가는데 비해..
맨 마지막.. 눈물없이(?) 읽을수 없는 다마요와 스케키요의 러브모드에서는 손발이 오그라드네요..
"기다리겠습니다. 10년이든, 20년이든....., 스케기요 씨만 원한다면..."
"다마요, 미안해"

컥~ 60여년의 시차를 느끼지 못할만큼 몰입을 하게하는 소설이지만.. 마지막 두세페이지에선.. 어쩔수 없이
우리옛영화의 성우버전으로 "우리 심심한데 뽀뽀나할까.." " 어멋~ 부끄러워요"의 정서가 물씬 느껴졌지요..
더 뒤에..
다마요가 "스케키요 님, 이것을 받아주세요. .....모자란 저이지만..."할때는 거의 대패라도 찾으러 나설뻔했다죠.. 끝장의 닭살스러움에..
(전체책의 네다섯 페이지를 차지할 정도밖에 안되는 아주 적은 분량이지만.. 전체 완성도를 깎아내릴만큼.. 이 부분은 별루였어요)


또.. 읽으면서 약간 아슬아슬하게 느꼈던 부분하나..
멀쩡하게 돌아왔으면서.. 왜 신분을 감추고 있었냐며.. 스케키요의 엄마는 묻습니다..
그때 스케키요는 그러죠..
전쟁에 나가는 우리를 일장기를 흔들며 전송하던 일본인을 잊을수 없어서.....자신의 지휘실수로 부대를 전멸시키킨후 책임을 지기위해 할복을 하려했다..
쉽게말해.. 전쟁에 진것이 분해.. 얼굴을 들고 일본으로 돌아올수 없었다..는 요지..
한국독자인 나의 입장에선 이소설에서 느껴지는 군국주의의
그림자가 살짝 불편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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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공놀이 노래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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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다 소지'는 일단 두권으로 접고.. 다음에 잡은것은  '요코미조 세이지'입니다..
요코미조 세이지하면.. 떠오르는 책이 여러권 있지만..
가장 지명도가 있다고 여겨지는 <악마의 공놀이 노래>와 <이누가미 일족>을 선택했지요..
악마의 공놀이 노래는 전에 읽은 <키리고에저택 살인사건>에서 소설속 인물들이 이책을 언급할만큼 유명하고..  이누가미 일족이야 그자체로 워낙에 유명하고.. 두책중 어느놈을 먼저 읽을까.. 망설이다가..
먼저 나왔다고 생각한 <악마의 공놀이 노래>부터 잡았지요..
다 읽고보니.. 내 착각이였어요.. 우리나라에 번역되어 나온건 악마..가 먼저지만.. 쓰여지긴 이누가미..가 먼저더라구요..
뭐.. 순서가 달라졌다고 문제될껀 없지만..  아마도 이누가미..가 먼저 나왔다는걸 알았다면 이누가미.. 를 먼저 읽었을껍니다.. 
이왕 같은 탐정이 나오니.. 순서대로 읽으면서.. 그 인물이 변해가는 모습을 보는것도 흥미로우니까요..

 
<악마의 공놀이 노래>는 요사이 시마다 소지의 책을 읽으면서 실망했던것을 단숨에 날려버릴 정도로 좋더군요..
이 작가는 기본적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재능이 있는 사람이예요..
트릭자체이 엄청나다고 여겨지는건 아니지만(물론 나같은 사람은 도저히 짐작하기 어려운 트릭이지만) 이야기속에 잘 녹여낸지라.. 읽는 재미가 상당하더군요..
읽어나갈수록.. 책에 대한 흥미가 높아졌지요.. 책을 읽으면서도 아.. 재밌다.. 아 재밌다.. 그러면서 읽었어요..
배경이 1950년대이고..
실제로 이야기가 쓰여진때도 그당시라서.. 곰팡이내나는 이야기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역시.. 잘짜인 이야기는 생명력이 기네요.. 오히려.. 당시의 시대적인 답답함.. 이 한층 소설적 감흥을 높여주었지요..
대작가의 여유로움이 묻어나는 소설이에요..
이름만 들어본 명탐정인 '긴다이치 코스케'를 만난것도 좋았고..
이소설은 전형적인 노래따라 살인하기.. 추리소설입니다..
공놀이 할때의 노래를 가지고.. 차례대로 살인이 일어나고.. 그것을 해결하는 내용이 주이지요..
 


책을 읽을때만해도 몰랐는데.. 읽고나서 우연히..
후지TV에서 09년 특별 드라마로 <긴다이치 코스케시리즈-악마의 공놀이 노래>를 내보낸걸 알게 되었네요..
 

소설과 굳이 비교를 하자면..
소설보다는 드라마쪽의 퀄리티가 떨어지긴 합니다만.. 드라마도 나름 괜찮네요..
사실 소설을 먼저 읽고 드라마나 영화를 보게되면.. 실망하기 마련인데.. 이 드라마도 처음엔 랬지요..
극초반 유카리의 히트곡을 부르면서 일군의 청년들이 등장하는데.. 노래부르는 모습이 실소가 터질만큼 어색하더라구요..
게다가 약간씩 오버하는 어색한 연기라니..
그런데.. 전반적인 짜임새가 소설보다 떨어지긴해도 감정을 따라가는 방식은 오히려 드라마가 낫더군요..
순간의 느낌을 이미지화하는 방식이 좋네요..
노파가 살인을 위해.. 여자들을 끌고가는 모습이나..살인한후 여자의 모습을 보여주는 방식은 아름답기까지 했지요..
소설을 읽을때 상상했던 모습보다 한결 아름답고 강렬하게 그려내더군요..
특히 야스코가 기모노를 입은채 죽어서 폭포밑에서 깔때기를 물고 누워 흔들리는 장면은 소설보다 한결 감흥이 컸지요..  

흠을 잡자면..
작가가 1902년생으로 이전사람이간 합니다만.. 여성을 바라보고 그리는데에 보수적인 시각이 보이네요..기본적으로 여자는 판단력등이 남자에 비해 떨어지고 히스테릭컬한 존재..라는걸 은근히 깔고 소설이 쓰더라구요.. 

 

(스포일러) 

소설을 읽으면서 이상하게 생각되었던것 하나~
23년전 살인사건때도 그렇고 소설이 진행되는 당시의 살인사건때도 그렇고.. 범인은 한사람 미카지요..
그런데.. 엄마의 살인을 막고자 희생양이 되어 나선 자신의 딸인 사코토를 실수로 죽입니다.. 
그리고는.. 사토코가 왜 죽었는지 알리지않기위해.. 사토코의 옷을 벗깁니다..
이로인해 사토코는 팬티만 입은 벌거벗은 시체로 발견이 되지요..

사토코는 얼굴부터 몸의 절반에 붉은 반점이 있습니다.. 
그걸 가리기위해 늘 두건을 쓰고.. 드문 외출길에서도 누군가를 만날것 같으면 숨을만큼.. 컴플렉스에 시달리죠..
그걸보는 엄마의 안타까움은 이루말할수 없습니다.. 그걸 감추는 딸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했을꺼구요..
소설중에 보면.. 사토코가 친구 장례식날 두건을 벗어버리고 그 반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장면에서 엄마인 리카는 깜짝 놀라기도 합니다..(어느날 갑자기 적나라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행위에 대한 이유는 소설속에 나오니까 패스하고)
그렇게 애틋한 딸을 실수로 살해합니다.. 그건 그랬다치더라도.. 아무리.. 리카는 자신의 착각을 알리고싶지 않았다한들..
딸의 시체를 벌거벗겨 놓아 동네방네 전시해 놓은건 이해가 되질 않네요..
더군다나 온몸 절반의 반점이 부끄러워 일상생활조차 못하던 딸의 모습을 늘 가슴아파하던 엄마인 리카로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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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저택의 범죄 미타라이 기요시 시리즈
시마다 소지 지음, 한희선 옮김 / 시공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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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소설은 한마디로 트릭에 의한.. 트릭을 위한.. 트릭의 소설입니다..
이는 '본격추리 소설'의 특징이기도 한데..
이책은.. 그 특징을 극점까지 끌어올렸더군요.
그러니 이 책은 모두에게 베스트로 꼽히기엔 어려울듯 보입니다..
추리소설의 장르적 즐거움은.. 역시 트릭이지..하는 사람에게는 지독한 환대를 받을테고..
트릭보다는.. 그 소설의 전체적인 아우름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냉대를 받을만한 소설이.. 바로 이 <기울어진 저택의 범죄>지요..
책앞의 '시마다 소지'의 소개를 읽어보니 '추리소설 이론가로도 이름이 높다'고 나와있던데..
이론가로서 이름이 높다..는건 작가의 딜레마를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한듯하죠..

 
시마다소지라는 작가의 창작과정을 지켜본적은 없지만..
짐작컨데..
이 작가는 '트릭을 먼저 발명'해낼것 같아요..
트릭이라는 거대한 줄기를 보여주는 한과정으로 이야기를 짜넣는것이지요..
그러다보니..
혀를 내두들만한 트릭이 있고.. 그 과정의 치밀함은 이루말할수 없지만..
이야기랑 잘 비벼지지 못하는지라.. 소설적 감흥은 부족합니다..
이는 '신본격'이라고 불리는 작가나 작품이 대부분 가지는 특징이기도 하죠..
이야기가 모두 트릭을 보여주는데.. 소비 되어 버리는 느낌..
그러다보니.. 왜 살인이 일어났는지.. 개연성을 느끼거나 공감하기 어렵습니다..
살인의 이유라는것이 사실.. 뭐 그렇게까지.. 할만큼 미비하고 억지로 짜맞춰졌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작가도.. 트릭을 보여주는데 힘을 들이고나면.. 자 이제됐지.. 난 물러간다.. 그러는듯해요..
트릭을 짜는 노력의 반만이라도.. 이야기를 짜는데 들였다면..
아마도 훨씬 나은 소설이 되었을겁니다..
또.. 스포일러가 되기때문에.. 자세하게 말하긴 어려워도..
책을 다 읽고나면.. 범인에게 이렇게 속삭여주고 싶지요..
"그돈과 노력이면 그냥 킬러를 고용하지 그러쎘어요..???"

  

그래도..
<점성술 살인사건>이후 다시 만나는 탐정 미타라이 기요시는.. 친구를 다시 만난듯 반갑더군요..
하지만.. 아무리 명탐정이라고 해도 그렇지.. 중간이후에 쨘하고 등장해서는 후다닥 문제를 해결해버리는건 좀 그랬지요..
이전의 책인 <점성술 살인사건>때는 그래도 고민하고.. 생각하는 과정이 계속 나오기에 같이 그 사건을 풀어가는 맛이 있었다면..
이책에서의 미타라시는..
내가 원래..한번만 보면.. 다 알거던.. 수준이네요..
 오히려.. 책읽는 내내.. 마음을 뺏긴건..
'기울어진 저택'이 있는 일본의 최북단 홋카이도의 풍경이지요..
일본이 워낙에 긴나라라서  아래는 아열대(오키나와)부터 위로는 아한대(홋카이도)까지 다양한 기후를 보여주는곳으로 알고 있는데..
이 기울어진 저택은.. 홋카이도에서도 가장 끄트머리에 위치해 있지요..
창밖에는 한없이 눈이 내리고 <--- 클로즈드 써클의 전형적인 무대죠^^
창을 열면.. 유빙이 흘러다니것을 볼수있는곳.. 생각만으로도 머리속이 서늘해지는 느낌이예요..
아.. 가보고 싶어라..
물론 뼈속까지 시린 추위는 감당할 각오는 해야겠지만.. 



유빙사진이라네요.. 떠도는 사진 퍼온것 

  

 

 


(스포일러)

 

이 소설의 첫번째 피해자는 의외로 별로 존재감이 없는 운전수인 '우에다 가즈요'입니다..
도무지 그사람이 죽을 이유가 없어보이기에.. 경찰들은 굉장한 고심을 하고.. 읽는 독자들도 혼란스러워 하지요..
별 이유가 없는 사람이 왜 첫번째 희생자가 되었나..?
상당히 흥미로운 설정인데..
그냥 진짜 별 이유없이 살해당한거네요.. --;;;
두번째 희생자인 키쿠오카를 죽을 기회를 새치기 당할까봐.. 우에다를 죽였다니..
이 무슨 김밥 옆구리터지는 소리인지.. 쩝..
또.. 위에도 썼지만..
사람하나 죽이자고.. 그토록 어마어마한 노력과 돈을 들여.. 집을 짓다니..
그 정성으로 다른 방법을 생각해내자면.. 아마도 100가지는 생각해낼수 있겠어요..

  

아..또하나..
운전사인 우에다 가즈요는 다잉 메시지를 남기고 죽습니다..
그런데.. 그 다잉메시지가 일본어라는거..
일본어를 아는 사람도 미처 눈치채기 어려운 것을.. 일본어를 모르는 나같은 사람은 절대로~~ 모른다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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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집 - 상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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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설은 꼭 읽어두려고 꼽아두었던 소설은 아니였죠..
요사이 일본추리소설에 올인하다보니..  이런쪽의 소설은 굳이 새책이 아니어도 괜찮겠단 생각이 들더군요..
인문서 같은거야.. 꼭 찝어서 읽게되지만 일본추리소설이라면.. 그냥 웬만한 수준이라면.. 손에잡히는대로 읽어도 되니까요..
서점은 씨네같은 잡지살때를 빼면 거의 알라딘을 이용하는데..
그래서 알라딘 중고샵을 뒤져봤죠..
<점성술 살인사건>을 일단 마음에 넣고..그 책을 파는사람 책 리스트를 보니.. 미미여사책이 두종이 있더라구요..
그래.. 미미여사책이라면.. 최소한 망하지는 않지않겠나 해서 같은 신청한것이 <스나크사냥>과 <외딴집 1, 2>입니다..
하지만 별로 미더워한거 아니예요..
파는사람이 30,000원이상이면 택배비도 본인이 부담한다기에.. 택배비라도 아껴보자 하는 심정으로 고른 책이였으니까요..
(어찌나 꼼꼼하게 포장해서 책을 보내주었는지.. 하여튼 분당에 사시는 나에게 책판님.. 복받으실꺼예요) 

 
이때 이미 다른 인문서 읽던것도 있고.. 알라딘에 다른 새책 주문해놓은것도 있어서
이것들을 다 읽고.. 심지어 미미여사의 <스나크 사냥>까지도 다 읽고.. 마지막으로 '별수없이'잡은 책이 <외딴집>이였죠..
사실 일본 시대물이란것이 마뜩찮았어요..
내나라 시대물 읽는것도 어려운데.. 심지어 다른나라 시대물이라니..
'에도시대'라는건 들어만 봤지.. 구체적으로 어느시대 라는것 조차도 잘 몰랐거든요..
(책후기를 보니 우리나라 조선시대쯤이라네요.. 조선시대보다는 시기가 좀 짧았답니다) 

소설 초반은.. 시대적 상황을 설명하는데 할애를 합니다..
그러지 않아도 일본이름 자체만으로도 헷갈려죽겠는데.. 그시대 낯선 관직이나.. 관계까지 알면서 보려니 아주 머리가 쥐가나더군요..
처음엔 읽어도 무슨말인지도 잘 모르겠고..
두껍기까지 한책이 두권이나 되니.. 이걸 다 읽을것이 짜증나기까지 했지요..
결국.. 상권 앞부분을 대강 읽다가 다시 돌려  읽고나서야.. 본격적으로 읽었는데..
상권 중간부분에 들어서면서.. 이미.. '올해의책 예감'이 강력하게 들더군요..
사람을 확 끌어당기는 이야기의 힘부터.. 그끝을 알수없는 소설적 깊이.. 매력넘치는 캐릭터.. 까지 걸작이 갖추어야 할 요소들을 고루고루 갖추고 있었지요..
책을 읽고있으면.. 이야기와 캐릭터에 얼마나 몰입이 되는지..
부분부분 휘몰아치는듯한 감정적 격정때문에 숨을 골라가며 읽어야 합니다..
이소설은 분명.. 악의 세력이 말끔히 소탕되는식의 장르적 카타르시스를 추구하는 책은 아닌데.. 오히려 이런식의 명쾌하지 않음이 소설의 깊이를 더합니다..
소설속 인물들은 선과 악사이에서 끊임없이 번뇌를 하지요.. 누구는 명확하게 선.. 누구는 명하게 악.. 그렇지 않습니다..
하지만.. 전체라는 대의속에 개인을 묻어버리자고 할때..
분명 잘못된것을 알지만 진실을 소극적으로 묻어버리는 인물들을 볼때..그 인물들을 탓할순 없지요..
그냥 독자는 그런인물들과 행동을 막막하게 지켜볼 따름입니다..

이 소설은.. 10살난 고아소녀 '호'와.. 18살난 처녀 히키테 '우사'의 시선을 대부분 따라갑니다..
둘다 여자라는 공통점이 있는데.. 두여자 모두 참 강인합니다..
특히 바보 '호'였다가.. 보물 '호'로 거듭나는 호캐릭터는 꽤 나중까지 기억에 남는 소설캐릭터로 꼽을수 있을정도로 강력하네요..
전에 같은 작가의의 <모방범>을 읽을때.. 상당히 인상적인 캐릭터로 '아리마 요시오'를 꼽은적이 있는데.. '호'랑 굉장히 비슷한 느낌의 들더군요..
이전에 썼던 모방범 후기를 뒤적거려보니.. 내가 아래와 같이 썼더라구요..

 
<이책은 읽는 재미도 재미지만..
올해 최고의 캐릭터라고 꼽고싶은 인물을 하나 만난것도 이책으로 거둔 수확이지요..
바로 아리마 요시오 입니다.. 희생자의 외할아버지이지요..
아리마 요시오는 평생을 두부가게를 운영하고 살아온 70대의 노인입니다..
이 노인은 손녀를 잃었고.. 그 손녀때문에 정신을 놓았다가 교통사고를 당한 딸이 있고.. 바람이 나서 집을 나간.. 사위가 있습니다..
이 노인은 사실 탁월한 정도의 명석함을 보이는건 아닙니다....
상황에 이끌려 그리되었다고는 하지만.. 범인의 손에 놀아나기도 하지요..
하지만.. 이 노인에게는 평생을 노동을 한사람 특유의 고결한 인품이 있습니다.. 원래 강직한 성품에다 노동하는 사람의 정직함을 가진 인물이지요.. 
게다가 사람의 본성을 꿰뚫어보는 노인의 지혜로움까지..>

  

호를 묘사한 부분에서.. 가가님과의 관계 등 호를 둘러싼 여러인물들과의 관계를 그리는 상황이 다 좋았지만..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고토에의 죽음을 둘러싸고 호가 내침을 당한이후.. 우사의 집에 얹혀있게 되었을때의 모습이지요.. 호에게 밥은 노동의 정직한 댓가입니다.. 자신이 밥값에 해당하는 노동을 못해낸다고 생각할때 호는 절망스러워합니다..
아리마 요시오랑은 노동을 하는사람 특유의 고결한 인품.. 이란 면에서 통하는 것지요..
하긴 미야자키의 영화도 보면.. 거의 일하지않는자.. 먹지도마라.. 수준으로 노동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하더군요 

사실 미미여사의 책이라면..
몇년전.. 어디가면 빠지지 않을만큼은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그 깊이를 몰랐죠..
심지어.. 사회문제랑 소설을 맞물리게 하기위해.. 무리수를 둔다는 생각이 들만큼.. 미미여사의 책을  높게 평가한적이 없거든요..
그런데..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진가가 느껴지네요.
이책 바로 이전에 읽은 <스나크 사냥>때도 사건을 짜고 맞물려서 진행하는 방식이 확실히 탁월하다..고 생각했는데..
확실히 디테일도 놓치지 않으면서 클라이막스로 이끄는 솜씨는 가히 거장의 솜씨라고 할수 있지요..

이 소설은.. 다 읽고나면.. 왜.. 굳이 에도시대라는 시대적 배경을 가져다 썼는지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그시대만이 가지는 풍경을 가져다 쓸 필요가 있거든요..
하지만.. 소설이 보여주는건.. 그대로 지금의 우리.. 현대일본뿐 아니라.. 어느시대이고 사람살아가는 모습속에 그대로 있습니다..
과거를 빌려와.. 현대를 발언하는 방식이 좋네요..
올해 최고의 소설예감입니다..
워낙에 좋은책은.. 읽으면서도.. 막 읽고났을때도.. 느낌이 팍 오지요..
참 기분좋습니다..
마구마구 추천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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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야행 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정태원 옮김 / 태동출판사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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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표지도 별로였는데 바뀐표지는 더 나빠졌네요. 좋은책을 왜 이런식으로 포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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