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집 - 상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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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설은 꼭 읽어두려고 꼽아두었던 소설은 아니였죠..
요사이 일본추리소설에 올인하다보니..  이런쪽의 소설은 굳이 새책이 아니어도 괜찮겠단 생각이 들더군요..
인문서 같은거야.. 꼭 찝어서 읽게되지만 일본추리소설이라면.. 그냥 웬만한 수준이라면.. 손에잡히는대로 읽어도 되니까요..
서점은 씨네같은 잡지살때를 빼면 거의 알라딘을 이용하는데..
그래서 알라딘 중고샵을 뒤져봤죠..
<점성술 살인사건>을 일단 마음에 넣고..그 책을 파는사람 책 리스트를 보니.. 미미여사책이 두종이 있더라구요..
그래.. 미미여사책이라면.. 최소한 망하지는 않지않겠나 해서 같은 신청한것이 <스나크사냥>과 <외딴집 1, 2>입니다..
하지만 별로 미더워한거 아니예요..
파는사람이 30,000원이상이면 택배비도 본인이 부담한다기에.. 택배비라도 아껴보자 하는 심정으로 고른 책이였으니까요..
(어찌나 꼼꼼하게 포장해서 책을 보내주었는지.. 하여튼 분당에 사시는 나에게 책판님.. 복받으실꺼예요) 

 
이때 이미 다른 인문서 읽던것도 있고.. 알라딘에 다른 새책 주문해놓은것도 있어서
이것들을 다 읽고.. 심지어 미미여사의 <스나크 사냥>까지도 다 읽고.. 마지막으로 '별수없이'잡은 책이 <외딴집>이였죠..
사실 일본 시대물이란것이 마뜩찮았어요..
내나라 시대물 읽는것도 어려운데.. 심지어 다른나라 시대물이라니..
'에도시대'라는건 들어만 봤지.. 구체적으로 어느시대 라는것 조차도 잘 몰랐거든요..
(책후기를 보니 우리나라 조선시대쯤이라네요.. 조선시대보다는 시기가 좀 짧았답니다) 

소설 초반은.. 시대적 상황을 설명하는데 할애를 합니다..
그러지 않아도 일본이름 자체만으로도 헷갈려죽겠는데.. 그시대 낯선 관직이나.. 관계까지 알면서 보려니 아주 머리가 쥐가나더군요..
처음엔 읽어도 무슨말인지도 잘 모르겠고..
두껍기까지 한책이 두권이나 되니.. 이걸 다 읽을것이 짜증나기까지 했지요..
결국.. 상권 앞부분을 대강 읽다가 다시 돌려  읽고나서야.. 본격적으로 읽었는데..
상권 중간부분에 들어서면서.. 이미.. '올해의책 예감'이 강력하게 들더군요..
사람을 확 끌어당기는 이야기의 힘부터.. 그끝을 알수없는 소설적 깊이.. 매력넘치는 캐릭터.. 까지 걸작이 갖추어야 할 요소들을 고루고루 갖추고 있었지요..
책을 읽고있으면.. 이야기와 캐릭터에 얼마나 몰입이 되는지..
부분부분 휘몰아치는듯한 감정적 격정때문에 숨을 골라가며 읽어야 합니다..
이소설은 분명.. 악의 세력이 말끔히 소탕되는식의 장르적 카타르시스를 추구하는 책은 아닌데.. 오히려 이런식의 명쾌하지 않음이 소설의 깊이를 더합니다..
소설속 인물들은 선과 악사이에서 끊임없이 번뇌를 하지요.. 누구는 명확하게 선.. 누구는 명하게 악.. 그렇지 않습니다..
하지만.. 전체라는 대의속에 개인을 묻어버리자고 할때..
분명 잘못된것을 알지만 진실을 소극적으로 묻어버리는 인물들을 볼때..그 인물들을 탓할순 없지요..
그냥 독자는 그런인물들과 행동을 막막하게 지켜볼 따름입니다..

이 소설은.. 10살난 고아소녀 '호'와.. 18살난 처녀 히키테 '우사'의 시선을 대부분 따라갑니다..
둘다 여자라는 공통점이 있는데.. 두여자 모두 참 강인합니다..
특히 바보 '호'였다가.. 보물 '호'로 거듭나는 호캐릭터는 꽤 나중까지 기억에 남는 소설캐릭터로 꼽을수 있을정도로 강력하네요..
전에 같은 작가의의 <모방범>을 읽을때.. 상당히 인상적인 캐릭터로 '아리마 요시오'를 꼽은적이 있는데.. '호'랑 굉장히 비슷한 느낌의 들더군요..
이전에 썼던 모방범 후기를 뒤적거려보니.. 내가 아래와 같이 썼더라구요..

 
<이책은 읽는 재미도 재미지만..
올해 최고의 캐릭터라고 꼽고싶은 인물을 하나 만난것도 이책으로 거둔 수확이지요..
바로 아리마 요시오 입니다.. 희생자의 외할아버지이지요..
아리마 요시오는 평생을 두부가게를 운영하고 살아온 70대의 노인입니다..
이 노인은 손녀를 잃었고.. 그 손녀때문에 정신을 놓았다가 교통사고를 당한 딸이 있고.. 바람이 나서 집을 나간.. 사위가 있습니다..
이 노인은 사실 탁월한 정도의 명석함을 보이는건 아닙니다....
상황에 이끌려 그리되었다고는 하지만.. 범인의 손에 놀아나기도 하지요..
하지만.. 이 노인에게는 평생을 노동을 한사람 특유의 고결한 인품이 있습니다.. 원래 강직한 성품에다 노동하는 사람의 정직함을 가진 인물이지요.. 
게다가 사람의 본성을 꿰뚫어보는 노인의 지혜로움까지..>

  

호를 묘사한 부분에서.. 가가님과의 관계 등 호를 둘러싼 여러인물들과의 관계를 그리는 상황이 다 좋았지만..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고토에의 죽음을 둘러싸고 호가 내침을 당한이후.. 우사의 집에 얹혀있게 되었을때의 모습이지요.. 호에게 밥은 노동의 정직한 댓가입니다.. 자신이 밥값에 해당하는 노동을 못해낸다고 생각할때 호는 절망스러워합니다..
아리마 요시오랑은 노동을 하는사람 특유의 고결한 인품.. 이란 면에서 통하는 것지요..
하긴 미야자키의 영화도 보면.. 거의 일하지않는자.. 먹지도마라.. 수준으로 노동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하더군요 

사실 미미여사의 책이라면..
몇년전.. 어디가면 빠지지 않을만큼은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그 깊이를 몰랐죠..
심지어.. 사회문제랑 소설을 맞물리게 하기위해.. 무리수를 둔다는 생각이 들만큼.. 미미여사의 책을  높게 평가한적이 없거든요..
그런데..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진가가 느껴지네요.
이책 바로 이전에 읽은 <스나크 사냥>때도 사건을 짜고 맞물려서 진행하는 방식이 확실히 탁월하다..고 생각했는데..
확실히 디테일도 놓치지 않으면서 클라이막스로 이끄는 솜씨는 가히 거장의 솜씨라고 할수 있지요..

이 소설은.. 다 읽고나면.. 왜.. 굳이 에도시대라는 시대적 배경을 가져다 썼는지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그시대만이 가지는 풍경을 가져다 쓸 필요가 있거든요..
하지만.. 소설이 보여주는건.. 그대로 지금의 우리.. 현대일본뿐 아니라.. 어느시대이고 사람살아가는 모습속에 그대로 있습니다..
과거를 빌려와.. 현대를 발언하는 방식이 좋네요..
올해 최고의 소설예감입니다..
워낙에 좋은책은.. 읽으면서도.. 막 읽고났을때도.. 느낌이 팍 오지요..
참 기분좋습니다..
마구마구 추천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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