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약국의 딸들 - 나남창작선 29 나남신서 105
박경리 지음 / 나남출판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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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김약국의 딸이 모두 다섯명임에도 불구하고 작품에서는 거의 4명만이 등장을 합니다. 막내 용혜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인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기에는 눈길로는 용혜가 가장 중요한 인물로 그에 대한 묘사의 결핍이 이 작품의 완결성을 한층 더 높이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봅니다. 가장 작게 묘사함으로써 독자들의 강한 상상력을 자극시키고, 작가가 아닌 독자들이 새롭게 용혜라는 인물을 창조해 나가는 것입니다. 결국 작가의 의도적이든 아니든 용혜라는 인물의 묘사에 대한 결핍은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여 새로운 한 인물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그 상상력은 희망과도 연결이 가능한 것입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한 가정의 비극이 비극적인 사건으로 모든 사람이 몰락함으로써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묘사를 아껴두었던 용혜를 통해 다시 비극의 사슬을 끊어버리고 새로운 인생을 출발 할 수 있는 희망의 여지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김약국의 딸) 많은 지면을 할양하여 묘사하였던 용숙, 용빈, 용란, 용옥의 삶을 통해 김약국과 김약국 아버지대의 비극적인 삶을 보았다면 용혜의 결핍된 묘사를 통해 이 작품은 그 모든 비극을 종결하고 희망적인 결론으로 마무리하면서 이 작품은 완결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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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듦에 대하여 - 여성학자 박혜란 생각모음
박혜란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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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읽었던 전형적인 신변잡기 수필이며 노년을 바라보는 아줌마에서 할머니로 넘어가는 단계의 여성이 쓴 글이라 주로 여자들[더 구체적으로는 결혼한 여자들]에 대한 글이 많습니다. 그래서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았고 하지만 뭐랄까, 약간 실망스러운 기분이 드는 것은 아마 책에도 쓰여있듯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더 팍팍해진다는 그 말이 실제로 느껴져서 일 것입니다. 그냥 막연히 생각하기에는 나이드신 분이 쓴 글이니 인생에 대한 관조와 생활의 여유,너그러움, 그리고 넉넉함이 함껏 묻어나올 것 같은 글들로 책이 채워져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예상 밖으로 신경질적인 글도 있고 원망, 후회 등도 많이 있어 왠지 당황스러웠습니다.

책은 그저 단순히 나이든 한 여인의 신세한탄이 아닙니다. 우리가 살면서 느낄 것과 지킬 것, 지나치지 말아야할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나이들어 어느날 나이듦에 대하여 한숨쉬기전에 천천히 천천히 나이와 친해지는 연습쯤으로 받아들이면 좋을것 같습니다. 그리고 주변을 한번 둘러보는 것 또한 빠뜨리지 말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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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쩍하는 황홀한 순간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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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석제 작가의 책은 일단 다른건 다 걷어치우고서라도 지겹지 않아서 좋습니다. 또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저 낄낄대고 웃어주면 됩니다. 그렇게 진지한 문제를 다루지도 않습니다. 일상의 소소로움을 이렇게 깊이를 들여다보면 이렇게도 보이는구나 하고 생각하면 그만입니다. 짧막한 소설이어서 인내심을 가지고 첨부터 끝까지 끊이지 않게 줄거리를 기억하며 읽지 않아도 됩니다. 솔직히 성석제란 작가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얼마되지 않습니다. 옛날 작가, 흔히 말해 수십권의 책을 내고 어느 정도 문학적 성취를 이뤘다고 생각되는 노작가들의 소설만이 가치가 있다는 판단에서였습니다.

하지만 우연히 만나게 된 그의 전작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는 그간 가졌던 나의 생각을 완전히 뒤바꿔놓았습니다. 문학작품 특히 소설의 가치는 무엇일까요? 생각하길 시는 감성으로 가능하지만 소설은 수많은 경험과 내공이 결합되어야 한다는 것, 자신이 경험한만큼만 쓸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어떤 건전한 카타르시스를 줄 수 있어야만 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에서 만개한 성석제의 발랄한 글쓰기, 그리고 소설을 읽으면서 '문장'때문에 유쾌한 웃음을 터뜨릴 수 있는 신기한 소설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 그것이 단지 말장난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은 사람에 대한 작가의 깊은 애정과 따뜻한 시선 때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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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꽃
이인화 지음 / 동방미디어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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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꽃. 언뜻 생각해보면 아무렇지 않게 보고 지나갈만한 제목이지만 보면 볼수록 역설적인 제목에서 풍겨 나오는 신비감은 나에게 더 없는 호기심을 느끼게 해주었고 이는 소설의 재미를 한층 더해주었습니다. 하늘의 꽃은 하늘이 있기에 존재하듯이 부처님의 법은 중생의 마음이라는 불이를 평생 수행으로도 깨닫지 못하고 떠난 단도 스님. 그의 운명적인 사랑 이야기인 하늘 꽃이 다른 4가지 소설보다 더 크게 나에게 다가왔습니다.

하늘 꽃의 비극적인 사랑이야기에서 나얀과 쏠마의 사랑은 결국 이루어지지 못하고 끝을 맺습니다. 언제나 쏠마만을 그리워하다 함정에 빠지고 결국 스님으로까지 전락하게 된 나얀. 가족들과의 다툼으로 부부의 연까지 끊고 달아나 나얀을 버린 여인 쏠마. 정말 그녀의 사랑은 나얀, 단지 그 자신이 아니라 감찰관으로서의 나얀에게 있었던 것일까요? 나는 이점에서 오히려 작가의 시대적 현실성에 놀라움을 느꼈습니다.

신라의 침입으로 인해 가족들에게 수치스러운 삶을 살게 하느니 먼저 자신의 손으로 가족들을 죽이고 전장에 나간 계백장군의 일화에서 생각해 볼 수 있듯이 그때의 시대적 상황은 그 무엇보다 도와 의가 중시되는 시대였습니다. 가냘프지만 카란의 여장부였던 쏠마는 사랑의 감정보다 도와 의를 먼저 지킨 것이고 이는 아직 단순한 아가페적 사랑이야기만 보고 들어온 우리에게는 조금 거리가 있는 사랑이야기일지 모릅니다. 오히려 쏠마의 입장에서는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한다면 피붙이인 자신과 형제들을 떼어 놓는 것보다 나얀이 예전 병사들의 복수를 잊어버리고 쏠마의 형제들과 잘 지내는 게 당연한 일이라 생각 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엇갈린 두 사람의 생각은 오해가 되었고 권력과 세상사의 허무함을 느낀 나얀의 모습으로 인해 감정적으로 고통 받는 인간의 약한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배경을 살펴보면 이 소설의 주된 무대는 몽골입니다. 우리나라와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지만 넓은 광야에 사는 기마민족이라는 것 정도 밖에는 모르는 신비로운 나라 몽골. 과연 단지 역사적 사실을 소설의 근간으로 하기 위해 몽골이라는 나라를 선택하게 된 것일까요?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몽골이라는 나라는 작가가 허구적 상상을 펼치기 위해 선택한 무대이면서 동시에 역사적 사실을 통해 현실적인 느낌까지 주는 나라입니다. 즉 구체적인 나라, 특히 가까운 나라의 무대설정을 통해 현실적인 느낌을 얻게 하고 그에 반해 잘 알려지지 않은 신비로운 이미지로 작가의 상상력을 무한히 펼칠 수 있는 공간인 것입니다. 단순한 허구가 아니라 현실적인 허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상황설정이 더 큰 가슴의 울림으로 감동이 남아있게 되는 이유인 듯합니다.

이런 여러 가지 점이 슬픔과 허무 그리고 사랑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책을 읽는다는 건조함보다는 비록 단편이지만 한편의 영화를 보고 난 듯한 떨림이 책을 읽고 나서도 남아 있는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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댈러웨이 부인
버지니아 울프 지음, 박선옥 옮김 / 집사재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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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The hours]에서 버지니아울프의 섬세한 내면연기를 잘 소화해낸 '니콜키드먼'의 연기와 하루종일 파티준비를 하던 클라리사 댈러웨이부인 맬스트립트는 새로운 느낌이든 영화였습니다.

영화를 본 순간 원본을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은 책을 처음 읽는 순간 특별한 사건과 중심내용이 없어서 포기하고싶은 생각마저 들게했었습니다. 헐리우드식의 스팩터클하고, 어쩌면 잔인하기까지한 스토리에 길들여져있는 독자라면 지루하게까지 느껴지는 이야기 전개에 도중에 책을 덮어버릴지도 모를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본인이 댈러웨이부인의 옆집 부인이나 친구가 되어서 소설속의 등장인물들을 관찰하는 입장에서 좇아가는 방법이 좋을 듯 싶습니다.

등장인물 중 셉티머스라는 인물은 주인공인 댈러웨이 부인 못지않게 인상에 남습니다. 정신착란증세를 보이며 결국엔 자유롭기위해 자살을 택했던 그는 모든 사물과 소리를 상징화시켜서 보이지않는, 들리지 않는것을 느끼지만 안정만을 취하라는 의사의 말은 그에게는 너무도 힘든 고통이었기에 결국 의사가 보는 앞에서 보란듯이창밖으로 몸을 던져 그에게 복수를 합니다.

나는 이 장면을 읽으면서 화가 '빈센트 반고흐'와 너무도 닮았다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는 미치지 않았었다. 정신과 의사가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이다...'어떤 작가의 말처럼 .....

1900년대 초를 시대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비교적 여유로운 생활에 상류계급과의 교류를 위해 파티를 즐기며 하루를 소비하는 보수적인 댈러웨이 부인과 그 주변인들의 속물적인 근성과 삶의 진리를 갈구하는 등장인물의 갈등을 통해 지금 나의 모습을 되돌아보는 선물을 받게 될 것입니다. 이 책을 다 읽은 독자들이라면 하루 동안의 일을 과거의 회상과 함께 적절하게 엮어 놓은 구성과 등장인물들의 개성과 심리를 아주 세밀하게 표현한 버지니아울프에게 매료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아울러 영화 'The Hours'를 본다면 작가의 의도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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