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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나의 10가지 약속
가와구치 하레 지음, 최영혁 옮김 / 청조사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1. 나와 오래오래 함께해 주세요
2. 나를 믿어 주세요. 그러는 만큼 나는 행복하답니다.
3. 나에게도 마음이 있다는 걸 잊지 말아 주세요 말을 안 들을 때는 이유가 있답니다.
4. 나에게 말을 자주 걸어 주세요. 사람의 말을 할수는 없지만, 들을 줄은 안답니다.
5. 나를 때리지 말아 주세요. 마음만 먹으면 내 쪽이 강하다는 걸 잊지 마시고요.
6. 내가 나이가 들어도 잘 대해 주세요
7. 나는 10년 정도밖에 못삽니다. 그러니 가능한 한 나와 함께 있어 주세요.
8. 당신에게는 학교도 있고 친구도 있습니다. 하지만 나에게는 당신밖에 없답니다.
9. 내가 죽을때, 부탁드리는데요, 곁에 있어주세요
10, 부디 기억해 주세요, 내가 내내 당신을 사랑하고 있었다는 걸. - p.211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부끄러워졌다. 그동안 개를 참 많이도 키웠지만, 이런 십계명같은 건 생각해본적도 없다.
게다가 채 속 아카리가 고운 옷을 차려입었던 날, 그 옷을 더럽힌 삭스의 맘을 모르고 화만 냈던 것처럼 나 역시 이유없이 말썽을 부린것만 같을 때 화만 냈었다. 그리고 이사갔던 아카리가 호시의 파리행을 배웅하고자 고향에 돌아왔을 때, 잠시 집을 나간 삭스와 다리 위에서 다시 재회하던 때처럼, 그렇게 진심으로 마음으로 통했던 기억도 없다. 진심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 본 적이 없는듯하다. 특히 아카리가 9번과 10번행을 읽기 전 잠시 망설일 때, 나는 눈물이 났다. 헤어짐이 슬프기도 했지만, 나는... 나에게는 그렇게 마지막을 지켜주었던 기억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동안 개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정말이지 제대로 무언갈 해준게 없구나 싶었다.
나는 미래에 내가 키울 애완동물을 자주 상상한다. 때론 고양이 7마리, 때론 고양이 한마리와 강아지 한마리... 사실 고양이 쪽으로 맘이 기울고 있는데, 그 이유는 언젠가 개는 5시간 이상 혼자 두면 우울증에 걸리기 쉬운데, 고양이는 개인적인 시간을 주어야 한다는 글을 어디선가 본 후부터이다. 이래서야.. 내가 정말 펫을 키워도 되는건지... 이 책 속의 덜렁쟁이 엄마도 개를 키우기 전, 일단 무조건 반대하는게 아니라 개를 어떻게 돌봐야하는지를 먼저 알아보게 하고 많이 생각하게 한다. 그러고도 개와 나의 10계명이란 걸 이해하고 외우게 하고서야 개를 키우게 헸는데, 그런데 나는 아직 진심으로 동물을 키울 준비가 안된듯 하다.
"만약 당신이 길을 잃었거나 소중한 무엇을 잃었으면, 주위를 둘러보아라. 반드시 내가 있을 테니까...... 그런 의미야."
"흠." "사실은 실연에 관한 노랜데, 헤어진 사람을 향해 그렇게 말하고 있는 거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누군가가 항상 지켜봐 준다는 뜻 아니겠니? 깊은 구렁텅이에 빠질 것 같으면, 내가 당신을 붙잡아 주겠다고 노래하고 있는 셈이지."
그러나 그렇게 나를 지켜봐 줄 존재가 나타나리라고는 그다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엄마는 얼이 빠져 있으므로 한눈을 팔고 있을 꺼고, 아빠는 너무 바쁘다. - p.19
"만남이란 진실로 우연이란다. 사람의 경우 만나는 수많은 사람 중에서 한 사람을 골라 함께 살게 돼. 하지만 개의 경우에는 스스로 선택할 수 없으니까 만남이 곧 운명인 거지."
"운명......" "삭스는 태어나자마자 너와 살기 시작했으니까, 개의 언어를 모를 거라고 생각해."
"......" "가족도 이미 삭스의 얼굴을 잊고 있을지도 몰라. 만약 다른 데 맡길 곳이 있다면 우리 집이 아닌 편이 삭스를 위해서도 좋을 것 같구나." - p.84
삭스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나와 만났다. 한 번 도망갔다가 돌아왔기 때문에, 우리 집을 선택해 준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철이 들 때까지의 수개월을 나와 보낸 탓에, 삭스는 개의 말을 할 수 없게 되었다. - p.86
22살까지 울어본 적이 없는 소녀 아카리, 그녀는 벚꽃이 피기 시작하던 날 엄마를 떠나보내고 엄마가 병원에 입원하던 날 난데없이 나타난 앞발 발목 하나만 하얀 색인 강아지 한마리와 병원일에 바쁜 아빠와 함께 살아간다.
어머니의 부재, 일에 바쁜 아버지와의 갈등과 화해, 그리고 갑작스레 연락이 끊겼던 첫사랑과의 급작스런 재회와 사고, 그와중에 겪게되는 자신의 미래에 대한 고민들.. 이 모든 사건들 사이에는 항상 강아지 삭스가 함께 한다.
매순간 순간 감동이 전해진다. 게다가 마지막 반전, 강아지 삭스와 만나게 된 진짜 이야기....
책 속에서 흘러나오던 신디 로퍼의 '타임 애프터 타임' 음악을 나도 찾아 들으며 무지개다리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내 옛 친구들을 생각해보았다. 그때 만나면 참 미안하다고, 보고싶었다고 말해줘야지...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