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 하면 먼지와 모래가 풀풀 날리는 끝없는 고원, 바위산, 천옷을 두르고 헤벌쭉 웃고 있는 순박한 시골사람들이 떠오른다. 아니면 '자유에의 의지' 로 그 끝없는 열정을 맘 속에 잊지 않고 조용히 때를 기다리는, 하지만 그런 사실로도 그들이 이라크 지역 사람들처럼 위험스럽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적은 것에도 행복을 느끼며 욕심없이 살아가는, 연민과 부러움이 반반씩 섞여 바라보게 되는 그저 내 이웃의 평범한 사람들처럼 느껴졌다. 그렇다고 해도 내가 그들에 대해 하는 것도 없고 딱히 적극적으로 도와줄 일들도 없지만... 올 초에 읽은 박동식의 <열병> 이 나에게 티베트와 중국의 관계에 대해 몰랐던 사실을 처음 알게 해 준 책이다. 내가 얼마나 관심이 없었으면 그렇게 오래된 일을 하나도 모르고 있었을까.. 하고 부끄러움이 들게 했었다. 이 책은 아름다운 제목만큼 아름다운 이야기는 아니다. 점점 사라지는 아니 이제는 사라져버린 (하지만 그들이 아직도 맘속깊이 잊지 않고 간직하고 살아간단걸 역시 <열병> 이란 책에서 알게되었다.) 티베트 고유의 특이하고 조금은 잔인하지만 아름다운 전통과 문화를 아름답고 감성적인 언어로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다. 주욱 술에 취한 아버지와 관계를 맺어서 바보로 태어났다고 말하는 티벳 최고 통치자를 부르는 말인 '투스' 의 둘째 아들의 입을 통해서. 최고권력자의 아들이지만 본인은 바보이기 때문에 최고권력을 가질 수 없다고 생각하는 그를 통해 그와 그의 가족, 티벳 사람들의 진정한 생활상을 느낄 수 있었다. 본인은 담담히 말하지만 그 이면에 감춰진 한족의 교묘한 계략과 점점 자주성을 빼앗기고 사라져가는 티벳 사람들의 슬픔도. 하나 새롭게 알게 된게 있다면 티베트 사람들이 마냥 순박한 시골사람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그들에게도 전투적이고 정열적인 과거가 있었다. 그랬기에 지금은 사라져버린 그 모든 것들이 더 아름답고 그립고 슬프게 느껴졌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사진기술은 정말 절묘하게 시간을 맞춰 우리 땅에 들어왔다. 마치 우리의 종말을 상징하는 그림을 남기기 위해 온 것 같았다. 물론 당시에 지금 우리는 이 모든 것을 우리가 더욱 번성할 수 있는 징조라고 간주했다. - p.51 색에 물들다.. 글쎄.. 그들은 어디에 물이 들었나. 양귀비의 빨간 색에, 아니면 순결하고 숭고한 색인 하얀 색에, 그것도 아니면 권력을 칭하는 한족의 검은색에...? 바보는 정말 바보일까? 그가 투스가 될 수 있을지? 그리고 앞으로 그의 고향은 어떻게 될지.. 다음 이야기가 정말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