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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ㅣ 김영주의 머무는 여행 3
김영주 지음 / 컬처그라퍼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여행작가라는 조금은 생소한 직업을 가진 그녀, 김영주의 '머무는 여행' 시리즈 3번째 책 '뉴욕' 편이다.
첫번째, 두번째 여행서는 아직 읽어보지 않아서 확실히는 모르겠으나 그녀의 뉴욕여행서는 여행서라기 보다는 농촌체험학습같은 '뉴욕문화체험기' 혹은 '뉴요커 흉내내기' '뉴욕시민되어보기' 이런류의 느낌이다. 물론 뉴욕의 명서 이곳저곳을 소개해주고 경험담을 적어놓기는 했으나, 그것이 그곳을 자세히 안내해주는 가벼운 여행느낌보다는 좀 더 감성적인 느낌의 뉴욕거주자로서의 소개서같은 느낌이랄까. 잠시 여행하고 떠나는 곳이 아닌 그곳에서 살고있는 사람으로서의 자신의 고향을 이야기하는 느낌. 정말 책 제목 그대로 머무는 여행서의 느낌이다. 그녀는 항상 어딘가로 떠나고 여행하고 책을 내지만 목적한 여행지에 다다르면 그곳은 이미 여행지가 아니라 그녀나 머무는 집이 된다. 물론 당분간이지만, 왠지 평생 머물고 있는 듯한 느낌, 그렇게 현재와 민나는 사람들. 주관적 느낌이 가득한 그런 책이다.
그녀가 다닌 곳을 일일히 열거하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다. 익히 알고 있던 뉴욕 명소가 많고, 또 얼마간은 박물관,공원,화랑 산책 후 음식을 먹은 내용이 반복된다. 그러니 그녀의 여행지를 파악하는 것 보다는 그녀가 알려주는 뉴욕의 풍부한 사회,문화적 지식을 듣고 자신의 문화적 교양을 높이는 기회를 갖는 시간으로 책을 읽는 게 좋을 듯 하다. 혹시 뉴욕을 여행할 목적으로 책을 펼쳤다면 그녀의 여행코스 중 몇가지를 적어보는 것도 좋겠다. 나는 개인적으로 '엘리스 아일랜드' 이민 박물관과 브루클린 다리가 보고싶어졌다. 다만 다분히 주관적인 그녀의 느낌들과는 조금 차이가 있을듯하다. 그녀는 다분히 뉴욕매니아적이고 뉴요커지향적 여행기를 써냈지만 그녀외에 대다수는 그저 잠시 뉴욕을 구경하고 떠나는 관광객일테니 말이다. 사실 시간이 많고 경비의 여유가 있다면 그녀처럼 잠시 뉴요커로 머무는 여행을 해보고는 싶다. 빡빡한 일정 없이 어떤 날은 느긋하니 한국에서처럼 게으름도 부려보고, 적당히 여유작작 걸어다니며 시간에 쫓길 필요없이 발길 닿는대로 박물관을 들락거리고 영화와 뮤지컬을 보기 위해 브로드웨이 거리를 돌아다니고, 걷다가 다리아프면 아무 공원에서 몇 시간이 쉬면서 샌드위치를 베어물던 그녀가 부럽다. 이런 모습들은 그녀가 뉴욕에서 찾던 '열정' 과 거리가 먼 듯 보이지만 사실 이런 여유는 또 다른 열정적 '내일' 을 위한 '재충전의 시간' 일 뿐이다. 적당하게 제 때 쉬어주어야 열정적인 다음을 보낼 수 있다. 한쪽에선 한가로운 공원에서 유유자적 휴식을 취하지만 한쪽에선 차도와 인도의 구분없이 빽빽한 사람들이 가득한 곳이 뉴욕이다. '무질서 속에서 그 나름의 질서' 를 가진 온갖 유행과 개성적인 스타일이 넘치는 활력넘치는 매력적인 도시. 사실 뉴욕을 처음 찾는 이들에게는 뉴욕이 그리 이상적인 도시는 아닐 것이다. 복잡한 지하철 노선에 비싼 집값, 매일 막혀있는 도로, 밤이 되면 위험해지는 지하철이나 공원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20년 전 합격한 학교까지 포기하고, 2년이나 머물렀는데도 다시 찾게 되는 곳이 바로 뉴욕이다. 무엇이 그녀를 그토록 뉴욕에 빠져들게 했을까?
다시 찾은 뉴욕에서 그녀는 근 20일을 허비해가며 그 해답을 찾는다.
'살아있는 느낌'. 바쁘고 혼탁한 와중에 진정으로 내가 살아있음을 느낀다. 무심한 듯 저마다의 일들로 바쁜, 거리마다 가득한 수많은 사람들, 그들 사이에는 사람들만큼이나 많은 수많은 꿈들이 녹아있다. 그 열정을 저자는 그들과 함께 호흡하며 느끼게 된 것이 아닐까? 나도 그 꿈의 한 조각을 얻어 잃었던 열정을 되찾을 수만 있다면 나도 당장 뉴욕으로 날아가 그들 틈에 섞여 걸어보고 싶다.
이 책에서 딱하나 조금 불만은 바로 사진이었다. 처음엔 많은 사진들이 그저 좋게만 보였는데, 점점 그 의미를 모르겠는 사진들이 늘어나면서 이유를 생각해보니 너무 주관적인 작가의 느낌이 가득찬 조각난 작은 사진들은 그 당시를 직접 경험해, 사진을 찍을 당시의 느낌을 직접 공유하지 않고서는 저자에게는 매우 뜻깊은 사진일지 모르나, 나에겐 의미없는 사진들일 뿐이었다. 어느 한 부분을 다시 또 축소해 실은 사진으로서는 뉴욕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어떤 사진은 무엇을 나타낸건지, 어째서 감동적인지 모르겠는 사진이 있는가 하면 심지어는 이 사진이 과연 뉴욕의 풍경을 보여주는 사진이 맞는지 의문이 드는 사진들도 있었다.
그래도 맘에 들었던 사진은 있었는데 바로 붉은 벽돌집 밖으로 철제계단과 푸른덩굴이 넘실대는 어느 집 사진 1장과 여러 전시회 전시물품 사진들이다. 계단이 보이는 집 사진은 즐겨보던 미드 '프렌즈' 의 친구들 집과 흡사하여서 오래도록 쳐다보았고, 전시회 사진들은 아직 실제로 뉴욕에 가본 적이 없는 내게 간접적으로 뉴욕 전시회의 전시된 물품들이 어떤 건지 느낄 수 있게 해주어 좋았다.
사실 내가 뉴욕에 직접 가본적이 없어 잘 느끼지 못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뉴욕을 가 본 적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수많은 사진들을 보며 그때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어 좋은것 같다. 많은 사진들은 나도 좋긴했다. 마지막 불평을 하나만 더 하자면 사진이 좀 더 크게 실렸으면 좋았을듯하다.
첫번째 캘리포니아에서는 '자유' 를, 두번째 토스카니에서는 '느림' 미학을 찾았던 저자는 이번 뉴욕 편에서는 '열정' 을 말하고 있다.
조금은 힘들지라도 수많은 인종만큼 다양한 꿈들을 가진 열정을 지닌 사람에게는 다양한 기회를 허락해주는 뉴욕.
그녀는 지금 어디에서 머무는 여행을 하고 있을까? 책 속에서 언급한데로 뉴멕시코에 가 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