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 서평단 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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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
스콧 스미스 지음, 남문희 옮김 / 비채 / 2008년 4월
평점 :
4남녀가 여행을 간다. 곧 대학생이 되어 공부에 치여 빠듯한 삶을 살기 전, 잠시 휴식을 갖고 푹 쉬다 오기로 4남녀 중 한명인 제프가 여행을 제안한다. 그는 자신의 여자친구와 푹 쉬다 오고자 꼼꼼히 싸고 좋은 3주간의 멕시코여행을 게획한다. 그의 여자친구 에이미는 자신의 단짝친구인 스테이시에게 이 계획을 이야기하고 스테이시는 다시 자신의 남자친구까지 이 여행에 동참시킨다. 그렇게 제프,에이미 커플과 스테이시, 에릭, 이렇게 4명은 즐거운 휴가를 떠난다.
그러나 이 즐거워마지 않아야 할 여행이 비극으로 치닫기까지는 순간이었다. 단지 몇 개의 사소하고 작은 일들이 우연히 발생하며 그들을 그 참담한 비극의 장소로 이끈다. 너무나 평화롭고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의 휴식에서 느낀 따분함과 권태로움, 새로 사귀고 도움을 준 독일 친구 마티아스의 실종된 동생, 그리고 그 동생을 찾으러 가면서 각 일행들이 겪게 된 작은 꺼리칙함을 준 해프닝들...
여행이 신나고 재미있었더라면, 마티아스의 동생이 제때 돌아왔더라면, 출발하기 전 제프가 다시 한번만 마을 바꿨더라면, 스테이시가 도둑맞은 모자와 선글라스를 찾기 위해 버스를 놓쳤더라면, 마티아스의 동생 헨리히가 찾으러 떠났다던 폐허의 존재자체를 의심하던 에릭이 끝까지 폐허가 없다고 믿었다면, 에이미가 트럭운전사의 말을 듣고 호텔로 돌아가고픈 자신의 주장을 좀 더 강하게 주장했더라면....
그러나 그 모든 일은 모두 가상이자 나의 바램이고 실제로는 2쌍의 커플과 독일인 마티아스, 그리고 말이 통하지는 않지만 즐겁게 놀면서 친해진 세 명의 그리스 인 중, 파블로라는 그리스인, 이렇게 6명이 마티아스의 동생을 찾아 그가 남긴 쪽찌지도에 의지해 그를 찾으러 폐허로 간다. 하지만 도중 만난 마야인들이 그들을 저지하고, 실랑이를 하는 와중 에이미가 폐허에 한 발을 들여놓게 된다. 그리고 순식간에 마야인들은 태도를 바꿔 그들을 폐허 안에 가두고 나오지 못하게 감시를 한다. 대체 이유가 뭘까?
폐허, 그곳은 끔찍한 곳이었다. 동생과 함께 있으리라 생각했던 사람들은 아무도 없고, 그곳엔 심지어 파리, 모기 때도 없다. 고요 그 자체다. 아니, 가끔 울리는 수상한 핸드폰 소리, 그리고 새 소리, 기이한 웃음소리가 들리지만, 그 정체를 알고 나면 정말 충격적이다.
책 속 긴박한 장면 묘사는 마치 영화를 상상하며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데 이미 동명의 영화로 개봉이 되었다고 한다. 책 속에도 주인공들이 자신이 지금 겪는 일들을 나중에 영화화 하면 어떨까? 하고 상상하는 부분이 있어 재밌다. 책을 읽는내내 내 머릿속엔 숨막이는 공포를 느끼며 먼지투성이의 그들이 뙤양볕에 묵묵히 앉아있는 모습과 움직이는 덩굴들, 그리고 총과 활을 들고 언덕 아래서 그들을 지켜보는 부리부리한 눈을 가진 마야인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내가 그들과 같은 상황에 처했다면 나는 누구처럼 행동했을까? 하고 생각해보았다.
비교적 냉정하게 상황을 분석하며 위험을 헤처 나가던 제프와 마티아스? 불평과 불만만 많았지 막상 자신에게 선택권이 주어지면 강하게 일을 해결하지도 못하면서 문제만 일으키는 사고뭉치 에이미? 자기애가 강하고 자신감도 높지만 막상 위험에 처하면 문제를 회피하고 현실에서 벗어나려고만 하는 에릭? 특별히 문제를 일으키진 않지만 역시 대책없고 태평스러운건 마차가지인 스테이시? 아마도 나는 스테이시 같은 타입같다. 무계획에 현실의 비정함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어떤 선택의 상황에 놓이게 되면 타인의 눈치를 보며 어영부영 선택하고야 마는... 이런 나의 나쁜 점에 대해 정신이 번쩍 날 문구가 있었다. 일곱 살 스테이시에게 돌아가신 로저 큰아버지가 했던 말이다.
"조심하지 않으면 아무 생각 없이 선택하는 지경에 이른단다. 아무 게획없이 말이다. 네가 마음먹은 인생으로 풀리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지. 아마 네가 자초한 일일 테지만, 그래도 네가 의도하지는 않은 일이지." (중략) 그러니까 생각을 분명히 해두어야 한단다. 계획을 확실히 세우라고." - p.42
'미국의 중산층 커플이 원하지 않은 장소에 가서 끔찍한 일을 당한다'
그들은 어떤 잘못된 선택의 우연의 결과로 그런 끔직한 상황에 놓기게 된걸까? 그리고 그들은 과연 어떻게 될까? 난 맨 처음 이 책을 받고 책이 참 아름답다고 생각하고 좋아했다. 두꺼운 크기도 딱 내 취향이다. 그러나 표지의 아름다운 저 빨간 꽃은 치명적인 잔인함을 숨기고 있다. 아름다움 속에 감춰진 그 끔찍함이란... 정말이지 그 공포의 끝에 다다를때까지 손에서 놓기 힘든 책이었다.
* 오타
p.181 밑에서 7째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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