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브라이슨의 재밌는 세상
빌 브라이슨 지음, 강주헌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300 page 에 있는 사진을 보자마자 니콜 키드먼 주연의 <스텝포트 와이프> 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영화 속 의상이 조금 더 화려하긴 하지만 가정적이고 큼직큼직한 케이크, 언제나 넉넉한 음식들 그리고 모두가 비슷비슷한 옷차림, 정말이지 딱 1950~60년대 선더볼트 키드가 살아가던 시대가 내 눈앞에 그려졌다.
 




* 영화 <스텝포드 와이프> 의 한 장면
 
누구에게나 희미하게 기억되는 어린시절은 분명히 있다. 나에겐 친구들과 함께 재밌게 놀던 놀이, 그와중에 다친 상처들 따위가 그 전부지만 그래도 나의 추억이기에 소중하고 즐겁기는 하다. 물론 이 책 속 저자의 반만큼이라도 더 기억을 할 수 있었으면 좋았으리란 생각이 들긴 하지만...
 
빌 브라이슨은 정말이지 유쾌하지만 다소 황당하고 엉뚱한 어린시절을 보냈다.
지금보다 모자란 것이 많지만 오히려 더 풍족하게 느끼며, 사소한 일에도 즐거움을 찾으며 말이다.
물론 개중에는 정말 이해할 수 없이 황당한 일도 저지르고 간혹 친구들을 괴롭혔으며, 매우 심한 장난질도 서슴치 않았지만, 대다수 나는 그의 일상이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그의 무심한듯, 굉장히 위험하거나 서글픈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표현한 글들은 반쯤은 슬프기도 했으나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결론적으론 당시의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들이었으니 사소한 문제들은 나도 그저 웃어넘길 수 밖에 없기는 했지만...
 
당시의 사회상은 사실 좀 심각하기는 했다.
냉전, 전쟁, 반공산주의, 인종차별, 너도 나도 만들어내는 미사일, 핵실험을 마치 서커스 구경하듯 구경하는 사람들, 아이들을 그저 위험한 곳에 방치해두는 어른들... (저자가 심하게 다쳤을 때의 에피소드가 2~3개 있는데 우습기도 했지만 지금으로선 상상하기 힘든 참 당황스러운 일들이었다.)
약간 무관심한? 아니 낙천적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런 환경 속에서 어른으로 무사히 성장을 했다는게 나는 정말이지 굉장히 놀랍다.
 
저자도 그런 말을 하기는 했다. 사실은 가장 위험한 시기에 자라온 것일지도 모른다는.
 
하지만 저자에게 그런 정치적, 사회적 상황은 별로 문제가 되지 않던 어린시절이었다.
아니, 키드들의 세계에선 어른들의 바보같은 사회보다 가끔은 무모하지만 나름대로 합리적인 키드들만의 멋진 세계가 있었다.
그들 사이에서는 의미없는 폭력도 차별도 없었다. 물론 가끔 예외는 있었지만 (밀턴밀턴같은 친구들) 누군가를 일부러 모욕을 주기 위해 행한 일들은 아니었다.
 
비록 아무것도 모르고 살충제를 살포하던 차를 쫒아다니고 더러운 강가에서 수백 명의 아이들과 함께 놀고 초등학교에서는 거의 문제아로 찍혀 졸업하기는 했지만 그 당시의 그는 그런 그의 어린시절을 사랑했다.
건망증이 심해 이것저것 문제를 일으켰지만 자상한 어머니와 엄청난 구두쇠 아버지였지만 멋진 스포츠 기사를 쓰시는 아버지를 사랑했고 그가 살던 디모인 거리들을 사랑했다. 그는 그 주변의 거의 모든 것을 특별하게 여기며 사랑했다. 예의없는 일부 사람들을 그의 특별한 능력인 선더비전으로 (상상속에서) 태워죽이기는 했지만.
 
자신을 외계에서 온 선더볼트 키드라 생각하며 자신만의 상상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모습, 그리고 그만큼 특별하고 개성넘치는 친구들 이야기도 재미있었지만 당시 그가 살던 소박하지만 활기가 넘치는 그 거리 모습을 상상해 보는 것도 재밌었다.
내가 보기엔 없는 것이 더 많고 지금으로선 상상도 안되는 특이한 방식들이 가득찬 곳인데 그의 이야기로 왠지 나에게도 그곳이 너무나 친숙하고 왠지 어딘가에 존재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또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한 사람의 자전적 소설인 동시에 1950년대 미국사회상을 재미있게 보여준다는 점이다.
 
돌아갈 수 없기에 더 그립고 빛나는 그 시절,
나를 있는 그대로의 나로서 행복하고 특별하게 해주던 시간들...
그러니까 어떤 고통이나 괴로움까지도 순수하게 아름답고 즐겁게 여기던 그 시절이 그리워지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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